[더팩트ㅣ양산=강보금 기자] "여기가 文 전 대통령이 하는 책방인가요? 그런데 책은 어디에..."
27일 오전 10시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에 위치한 1.5평 남짓의 작은 가게 문이 열리자 한 관광객이 어리둥절하다는 표정으로 가게 앞을 서성이다 힘겹게 말을 꺼냈다.
"여기는 책 모양 빵을 파는 가게이고, 책은 없습니다. 문 전 대통령의 책방은 골목 위로 조금 더 올라가면 있습니다"
'평산책빵' 관계자는 관광객들에게서 받아 온 익숙한 질문에 능숙하게 답변했다.
문 전 대통령이 운영하는 '평산책방'에서 불과 100m 이내에 위치한 빵집 '평산책빵'은 최근 조용히 문을 열고 장사를 시작했다.
가게는 책 모양 빵을 찍어내는 빵틀 네 개와 주방용품들, 커피머신, 냉장고 등 단촐한 살림살이로 아침을 맞았다.
하지만 눈에 돋보이는 것은 가게 내부보다 많은 말들이 오가는 가게 외부의 모습이다.
가게 간판 아래에는 "다른분들께 피해드리려고 시작하지는 않았습니다. 재미있다 생각해 주세요", "평범한 시민이 운영하는 작은가게 입니다"라는 푯말이 간판만큼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또 가게 옆으로 세워진 울타리에는 "평산책빵은 평산책과 무관하게 평범한 시민이 운영하는 빵집일 뿐입니다"라는 현수막이 빼곡히 붙어 존재감을 드러냈다.
평산책빵 관계자는 "빵집의 문을 열기 전부터 과도한 관심을 받게 돼 당혹스러웠다"면서 "평산마을 주민들과 사저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있는 보수단체 또는 유튜버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데, 색안경을 벗고 가벼운 마음으로 너그럽게 바라봐 주면 좋겠다"고 그동안의 곤혹을 털어냈다.
그러면서 "마을 주민들은 빵집에 찾아와 응원을 해 주기도 하고 신기하다며 빵을 사서 먹어보기도 한다"면서 "오히려 극성 유튜버들이 정치색을 입히려고 있지도 않은 의미부여를 하는 추세다"라고 덧붙였다.
평산책빵에서 파는 빵은 한 종류로 1개 4000원이다. '평산책빵' 이라는 선명한 글자가 세겨진 네모난 책 모양 빵이다. 밀가루 반죽을 가열된 빵틀에 올리고 그 위로 옥수수콘과 치즈를 넣어 그대로 빵틀의 윗 뚜껑을 덮고 4~5분정도 시간이 지나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책 모양 빵이 노릇하게 구워져 나온다. 마치 붕어빵 기게에서 붕어 모양의 빵이 나오는 방식이다.
평산책빵의 주인은 문 전 대통령이 운영하는 '평산책방'을 방문했다가 경주빵에서 착안해 "평산마을에서 책 모양 빵을 팔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단순한 생각이 가게를 연 동기였다는 것.
단 한 문장으로 끝나는 동기로 시작된 장사가 평범한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외부에서 오는 압박이 녹록지 않았다. 그 탓에 빵집의 첫 개점도 요란하지 않게 조용히 준비했다.
그러나 '평산책방' 관계자들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평산책방 관계자는 "빵집을 운영한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저희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곳이라 뭐라 말 하기 힘들다"며 말을 아꼈다.
이날 평산책빵을 찾은 한 관광객 심 모(50대)씨는 "처음에 멀리서 간판을 보고 문 전 대통령이 운영하는 책방으로 알고 왔는데 가게 안에 책이 하나도 없어서 깜짝 놀랐다. 다시 진짜 평산책방을 들렀다가 내려오는 길에 빵도 먹을 수 있어 특이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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