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ㅣ 광주=박호재 기자] 광주시 광산구 '알콩달콩빌' 전세사기 피해자들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이 이끄는 '호남100년살림민심센터(이하 살림센터)'는 지난 5월부터 전세사기피해신고지원센터를 운영한 결과를 20일 발표했다.
살림센터는 특히 광주 광산구 알콩달콩빌의 전세사기 피해 사례와 관련, 2차례의 피해자 간담회 등을 거쳐 파악한 피해 유형 등 결과와 함께 이들이 경찰에 제출한 탄원서를 공개했다.
살림센터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알콩달콩빌 사례는 다가구주택 관련 법과 제도의 허점을 악용한 사기 범죄에 서민과 대학생, 청년, 신혼부부, 사회초년생 등이 희생당한 전형적인 '사회적 재난'으로 드러났다.
알콩달콩빌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모두 7가구로 피해 규모는 12억원대에 이르고, 이 가운데 5가구는 혼자 사는 20~30대 사회초년생으로 대부분 은행에서 전세자금 대출로 마련한 1억원 안팎의 전세 보증금과 어렵게 모은 돈을 떼일 처지에 놓였다.
이들이 제출한 탄원서의 내용을 보면 한결같이 수면장애‧우울증‧공황장애를 겪고 있었으며, 극단적인 선택까지 생각하면서 살아가는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확인된다.
세입자 김모(34)씨는 광주시의 한 향수 제조회사에 취업해 평소 꿈꿔왔던 조향사로서의 새 인생을 시작하려는 찰나에 전세사기를 당했다.
김씨는 자신이 모은 300만원과 청년 전세자금 대출 1억 2000만원으로 보증금을 마련했으나 한푼도 되돌려 받지 못했다. 김씨는 매월 원금 200만원과 60만원의 이자를 납부하는데 월급만으로는 감당이 안 돼 주말에 식당에서 아르바이트하며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또 다른 세입자 이모(여, 26)씨는 여수에 거주하는 부모님과 함께 모은 1000만원에 9000만원의 청년 전세자금 대출을 받아 지난 6월 입주했으나 내년 6월 계약 기간이 끝나면 떼인 돈 1억원의 빚을 갚아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이씨는 "계약 기간이 끝남과 동시에 생기는 1억원이라는 빚 앞에서 아무것도 꿈꿀 수가 없다"며 "너무나도 뻔히 보이는 미래가 두렵고 모든 걸 다 포기해 버리고 싶은 생각만 든다"고 토로했다.
알콩달콩빌은 건물주가 1명이고 호실별로 세대주들이 살고 있는 단독주택으로 분류돼 세대별 등기가 불가능하다. 새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경우 먼저 들어온 세입자들의 차임 및 보증금 등 임대차 정보를 알 수 없어 전세사기 피해가 집중됐다.
천정배 살림센터 이사장은 "알콩달콩빌 전세사기 사건은 허점이 많은 법과 제도가 방치돼 피해가 집중적으로 발생한 사회적 재난의 전형이다"며 "정부는 뒤늦게나마 이뤄진 보완 입법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면밀히 지켜보고, 광주시는 청년층 피해자들에 대한 심리치료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광주 광산경찰서로부터 사건을 송치받은 광주지검은 주모자 김모(여)씨에 대해 지난 19일 사기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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