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의회 '길고양이 보호조례안’ 보류 결정..."사회적 합의 필요"


사회적 갈등 첨예한 상황에서 결론내면 더 큰 갈등 우려

충남 천안시의 ‘길고양이 보호조례안’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결국 보류됐다. 천안시청 내 설치된 길고양이 쉼터. / 천안=김경동 기자

[더팩트 | 천안=김경동 기자] 전국에서 처음 발의돼 관심을 모은 충남 천안시의 ‘길고양이 보호조례안’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보류됐다.

13일 천안시의회 경제산업위원회는 ‘천안시 길 고양이 보호 및 관리 조례안’을 심의했다.

앞서 해당 조례안은 전국 최초라는 타이틀 답게 상당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천안시의회 홈페이지에는 지난달 28일 조례안이 입법예고 후 2000여 건의 찬반 의견이 팽팽히 올라왔으며 조례안을 심의하는 경제산업위원회 소속 시의원들에게도 양측의 문자폭탄이 쏟아졌다.

이날 심의를 앞둔 상임위 회의장 앞에도 이른바 캣맘으로 불리는 찬성 측과 반대 측 관계자들이 수십 명 방문했으며 천안시의회 홈페이지를 통해 800여 명의 인원이 해당 조례안의 심의 과정을 생방송으로 시청하는 등 관심이 집중됐다.

조례안을 대표 발의한 복아영 시의원은 "해당 조례가 무조건적인 길고양이 보호가 아닌 시민과 공생을 위한 조례"라며 통과를 호소했다.

복 시의원은 "처음 시도되는 조례다 보니 부서나 심의하는 의원들의 부담을 알고 있다"라며 "그러나 지금까지 길고양이와 관련된 2000건이 넘는 민원이 제기되는 등 갈등이 극도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행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 방관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조례가 통과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발의된 조례안 중 소공원과 근린공원에 길고양이 급식소를 설치해야 한다는 강행 규정을 설치할 수 있다는 임의 규정으로 수정 제출하는 등 조례 제정에 반대하는 이들의 의견을 수렴하기도 했다.

일부 시의원들은 이번 조례가 사람과 길고양이의 공존을 위한 의도에는 공감을 하면서도 사회적 미합의와 중성화 수술을 통한 개체수 조정의 현실적인 가능성 여부 등을 들어 조례 제정에 반대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집행부도 현재 캣맘과 주민 간의 갈등, 중성화 수술 시행 등 현행 체제에서도 충분히 갈등 조정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만큼 조례 제정에 부정적인 뜻을 밝히기도 했다.

아울러 정부가 올 연말까지 길고양이 돌봄·중성화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로 한만큼 정부의 발표를 기다린 뒤 이에 맞게 조례를 다시 제정하자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후 경제산업위원회 회의를 비공개로 전환하고 세 시간가량 토론을 벌인 끝에 조례안 보류를 결정했다.

경제산업위원회 김철환 위원장은 "찬성과 반대가 첨예한 현 상황에서 결론을 내게 된다면 더 큰 사회적 갈등이 우려된다는 의원들 간의 공통된 견해가 있었다"며 "향후 사회적 합의가 도출되고 중앙정부의 ‘길고양이 돌봄·중성화 가이드라인’이 마련된다면 다시 논의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판단에 따라 이번 조례안은 보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길고양이 보호 조례와 관련해 다양한 사회적 토론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경제산업위원회 역시 적극적으로 참여해 여러 의견에 귀 기울이고 함께 고민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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