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 여종업원 '흉기' 위협...갑자기 사라진 'CC-TV'


경찰, 제때 영상 확보 안해...'초동 대처' 부실 논란"
당시 영상 확인 왜 안했나?" 핵심 의문엔 "수사중"

지난달 31일 오전 10시20분쯤 나주시 한 미용실에서 40대 대표가 흉기를 들고 여종업원 등을 향해 위협하고 있다./제보자.

[더팩트 ㅣ 광주=이종행 기자] 최근 전남 나주에서 발생한 여종업원 흉기 위협 사건에서 경찰이 현장 CC-TV 화면을 확보하지 않은 채 사건을 마무리하려 한 정황이 드러나 부실 수사 논란이 일고 있다.(5일자 <더팩트>'근로계약 조건에 발끈...40대 대표, 여종업원에 흉기 위협' 기사 참조)

경찰이 사건 당일 현장 CC-TV 화면만 제때 확보했다면 빠른 정리가 될 사건이었는데도, 진술만 들은 채 현장을 벗어나면서 결정적 증거는 사실상 사라지게 되는 등 초동수사 대처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2일 나주경찰과 피해자 A씨 등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오전 10시20분쯤 나주시 한 미용실 안팎에서 대표 B씨가 주방에 있던 흉기를 들고 여종업원 A씨와 남자친구 C씨 등 3명에게 수 차례 찌르려했다.

또 A씨 등은 B씨가 흉기를 들고 배와 가슴 부위를 찌르려하자 미용실 밖으로 빠져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이날 B씨와 프리랜서 계약서 상 '업무 위탁 대행료 및 지급과 공제 내용 등'을 놓고 대화를 하던 중 서로 감정이 격해지면서 말다툼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미용실을 그만두기 위해 자신의 짐을 싼 뒤 남자친구 C씨를 불러낸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A씨는 어깨와 손목, 무릎 등을 다쳐 2주 진단을 받은 뒤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출동한 경찰이 이번 사건의 결정적 증거인 미용실 안 CC-TV 화면을 확보하지 않고 현장을 벗어났다는 점이다. 당시 B씨 소유의 미용실에는 CC-TV가 설치돼 있었다. A씨는 B씨가 흉기를 들고 수 차례 찌르려하는 등 위협한 장면이 담긴 CC-TV를 확보해달라고 요구했지만 경찰은 개인 소유물이라 방법이 없다는 입장을 전한 뒤 현장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최근 서울 등 전국적으로 무차별 흉기 난동 사건이 연이어 발생, 무고한 시민들이 희생되면서 강력 대처하겠다는 경찰의 입장과 배치되는 대목이다.

이 과정에서 C씨는 손님 1명이 있는 미용실에서 B씨를 향해 고성을 지르고 소란을 피우는 등 업무를 방해했다는 혐의로 입건됐다. A씨는 전날 사건사실확인원을 받아본 결과, 출동한 경찰관에게 피해 사실을 진술한 것과 달리 남자친구인 C씨가 입건되는 등 미용실 대표 B씨의 일방적인 주장을 토대로 확인원이 작성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또 전날 피해자 진술 과정에서 남자친구인 C씨의 정당방위를 주장하던 A씨는 미용실 안에 설치된 CC-TV 화면을 확인해봤느냐는 질문에 담당 경찰관은 "B씨가 CC-TV를 교체했다. 조만간 복원해 확인할 것"이라는 답변을 전해들었다고 설명했다.

최초로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이 사건 당시 모습이 담긴 미용실 안 CC-TV 화면 등 증거물 확보에 주력해야 하는데도, 이를 소홀히 하면서 부실 수사 의혹을 낳고 있는 셈이다.

경찰은 사건 처리 과정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한마디로 미용실 밖 복도에 설치된 CC-TV 화면은 확보했고 인명 피해가 큰 상황은 아니어서 CC-TV 화면을 즉시 확인할 필요가 없었다는 얘기다.

나주경찰 관계자는 "현장에서는 초동 조치만 하게 된다. CC-TV 화면은 바로 사라지는 게 아니다"라며 "담당 형사가 현장에서 영상을 확보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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