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윤용민 기자] 웹툰 작가 주호민 씨의 자폐 성향 아들을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특수교사 재판과 관련, 검찰이 주 씨가 몰래 녹음한 녹음기의 증거 능력을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오는 28일 오전 10시 50분 수원지법 403호 법정에서 열리는 3차 공판을 앞두고 이 사건을 심리 중인 수원지법 형사9단독 곽용헌 판사에게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증거능력 및 재판진행관련 의견서'를 지난 17일 제출했다.
검찰은 의견서에 "이미 피고인 측에서 증거 능력을 동의했고, 만일 녹음파일과 해당 녹취록의 증거 능력이 부정되면 실체적 진실 규명에 어려움이 있다"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특수교사 A 씨를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면서 녹음기에 담긴 "진짜 밉상이네" "고약하다" "야, 너" "너 싫다" 등의 말이 정서적 학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주 씨가 아들 가방에 몰래 넣어 확보한 대화 내용이 사실상 유일한 증거라는 의미다. 이에 따라 재판부가 향후 공판에서 검찰의 의견을 받아들여 녹음기의 내용을 증거 능력으로 인정할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된다.
검찰 관계자는 "재판부에 제출한 (녹음기 증거능력 관련) 의견서 내용이나 그 이유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확인해주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앞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지난 1일 "무단 녹음을 증거로 인정해선 안 된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한 바 있다.
통신비밀보호법 제16조는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한 사람이나 이를 누설한 사람은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화의 비밀 자체가 보호법익이기 때문에 대화자와 신분관계가 있거나 대화 내용에 이해관계가 있는 제3자라도 일반적인 금지규정의 적용을 받는다.
이처럼 제3자의 대화를 몰래 녹음한 행위는 현행법상 위법의 소지가 다분하지만 아동학대 사건과 관련해선 증거 능력은 비교적 폭넓게 인정돼 왔다.
2019년 6월 유죄가 확정된 아동학대 돌보미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생후 10개월 된 아기에게 큰 소리로 욕설을 한 혐의로 돌보미가 기소돼 1심은 통비법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녹음이 피고인의 인격권을 현저하게 침해하지 않았다"며 녹음파일의 증거 능력을 인정한 바 있다.
서울동부지법은 2020년 학부모가 담임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하면서 몰래 녹음한 파일의 증거 능력을 인정했고, 수원지법 역시 유사한 사례에서 녹음기를 증거로 채택했다. 몰래 녹음하는 방법 이외에 다른 증거 수집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점을 고려한 현실적인 판단으로 보인다. 실제 주씨 역시 입장문에서 "초등학교 2학년 발달장애 아동 특성상 정확한 의사소통이 불가능했다"며 "확인이 필요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대법원이 아동학대 사건에서 몰래 녹음의 증거 능력을 명시적으로 제시한 적은 없다.
곽준호 변호사(법무법인 청)는 "형사 사건의 경우 절차적 정의보다는 실체적 진실을 따진다"며 "아동학대 사건의 경우 성인과 아이 사이에서 발생한 문제라는 점을 감안한다. 아이는 피해를 당했을 때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이 미약한데, 아이가 입을 닫으면 가해자의 진술에 의존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에 증거능력을 폭넓게 인정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A 교사 측이 녹음기의 증거 채택과 관련해 법정에서 검찰과 다툴지 여부는 미지수다. A 교사의 변호인 전현민 JS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당초 녹음기의 증거 능력을 인정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전 변호사는 '검찰의 의견서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는 질문에 "다음 재판 이후에 연락이 가능하다"고 조심스러운 입장만 간접적으로 전달했다.
이 사건의 재판은 지금까지 2차례 진행됐고, 오는 28일 오전 10시 50분 수원지법 403호 법정에서 3차 공판이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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