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광주=박호재 기자] 전쟁의 참화를 피해 광주 고려인 마을로 이주한 우크라이나 고려인 난민 김레브(68)씨가 현지에 남아있던 막내아들을 고국에서 극적으로 상봉했다.
27일 고려인마을에 따르면, 김레브 씨는 지난해 3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살고 있던 우크라이나 남부 도시 미콜라이우를 떠나 폴란드로 피신했다. 전쟁이 시작된 후 평화롭던 가족의 삶도 무너졌다. 성년이 되지 않은 막내아들을 제외하고 큰아들과 사위 셋이 모두 군대에 징집됐다.
전쟁이 지속되면서 그가 살던 미콜라이우의 작은 시골 마을은 폐허가 됐다. 집은 러시아 군 폭격으로 심하게 붕괴됐다. 올해 초 김레브 씨는 둘째 사위가 전쟁 도중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현재 고려인마을이 운영하는 쉼터에 머물고 있는 김 씨는 성년을 앞둔 막내아들마저 잃을까 걱정하다 지난 5월 초 아들이 한국에 올 수 있도록 도와 줄 것을 고려인마을에 간청했다. 그의 안타까운 사연을 접한 마을 신조야 대표가 항공권을 지원하자 아들 김비탈리(18세)에게 보냈다.
이후 텔레비전 뉴스나 휴대전화로 우크라이나 상황을 수시로 확인하며 밤잠을 못자는 2개월의 긴 기다림이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 17일 인천공항에서 사랑하는 막내 아들 비탈리를 만나 얼싸안는 기쁨을 누렸다.
김레브씨는 아들과 함께 광주를 고향삼아 살아갈 계획이며, 아들이 체류비자를 신청한 후 외국인등록증을 받으면 일자리를 구할 생각이다.
광주 고려인마을에는 김레브 씨를 비롯한 우크라이나 미콜라이우 출신 지인들이 다수 살고 있다. 이웃 마을에서 정겹게 살았던 친구들을 고려인마을에서 다시 만날 줄은 김레브씨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김 씨는 "전쟁으로 흩어졌던 이웃들을 다시는 못 만날 줄 알았다. 광주에서 만나니 너무 반갑고 눈물이 났다" 며 "전쟁이 끝나도 광주 고려인마을에 머물 생각이다." 고 말했다.
한편, 광주에는 고려인동포 7천여명이 살아가는 자치마을공동체 '광주고려인마을'이 형성되어 있다. 또한 마을주민들이 운영하고 있는 ‘고려인마을 종합지원센터’도 있다.
광주정착 고려인들의 구심점인 지원센터는 비자, 일자리, 주거, 교육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 탈출 고려인동포의 국내 입국을 위한 항공권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3월부터 현재까지 900여명의 동포들이 항공권을 받아 국내 입국 후 대한민국에 정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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