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경산·영천=김채은 기자] 경북 내 지방의회에서 의원 간 갈등과 갑질 문제 등으로 잡음이 일고 있다.
27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올해 상반기 경산시의회와 영천시의회에서 갈등이 빚어지며 지방 정치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앞서 지난달 29일 열린 경산시의회 본회의에서 이경원 의원(더불어민주당)은 2021년 경산시의회에서 결의 후 발표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방류 결정 규탄 및 철회 촉구 결의문’을 읽던 중 박순득 의장(국민의힘)에게 제지당했다. 박 의장은 시간 초과와 결의문 언급을 문제 삼으며 마이크를 끌 것을 지시하고 사무국 직원을 시켜 이 의원을 강제로 발언대에서 끌어내렸다.
박 의장은 "결의문은 성명문과 성격이 엄연히 다르고, 결의문은 안건으로 상정해 의결해야 하는 중대 건"이라며 "몇몇 의원들끼리 모여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사태에 대해 성명을 발표하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결의문은 ‘경산시의회’로 시작하기 때문에 시의원 15명을 포함하고 있어 문제가 되는 행위로 간주하고 경산시의회 회의 규칙과 지방자치법에 따라 (이 의원을) 퇴장시켰다"고 말했다.
반면, 이 의원은 2021년 촬영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방류 결정 규탄 및 철회 촉구 결의’ 영상을 틀기로 사전에 말했으나 본회의 직전 박 의장이 약속을 파기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이 의원과 같은 당 소속 양재영 의원(더불어민주당 경산지역위원장)은 지난 10일부터 17일까지 경산시청 앞에서 ‘민의의 전당에서 야만적 행태, 경산시의회 의장 사퇴하라’, ‘반민주적 박순득 의장을 규탄한다’는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양재영 의원은 2년 전 경산시의회에서 채택했던 결의안을 정권이 바뀌고 당론이라는 이유로 합의를 뒤집는 행위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측은 박 의장을 직권남용과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고발하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다 본회의에서 박 의장이 유감을 표명하기로 약속하며 일단 고발을 유보했다.
영천시의회의 경우 시의회 직원들이 의원들의 횡포를 폭로하며 ‘갑질논란’이 화두에 올랐다.
지난달 7일 하기태 영천시의회 의장(국민의힘)은 시의회 직원에게 "6급 나부랭이"라는 폭언과 부당한 업무지시로 갑질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영천시공무원노조는 하 의장에 대한 강한 분노와 질책의 성명을 발표했다.
또한 공무원노조는 피켓시위와 현수막을 들고 반발했으며, 지난 24일 오전에도 장은석 영천시공무원노조 지부장이 출근길에 하 의장 사퇴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이를 두고 하 의장은 "일단 모든 사태에 대해 시민과 공무원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드린다"면서도 "피해 공무원도 쓴 적도 없는 내용 등 왜곡되거나 과장된 사실도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영천시의회에서는 하 의장 이외에 이모 의원의 갑질 논란도 제기됐다.
이 의원은 시의회 직원에게 담배 심부름을 시키고, 직원이 문화예술회관 건립과 관련해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을 두고 막말과 욕설을 했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담배는 부탁이었을 뿐 담배 값도 다 줬다"며 "욕설을 한 적은 사실은 있지만 오래전 일이고 일부러 논란을 만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평소 의견 대립이 심했던 하 의장과 이모 의원의 갈등이 갑질 폭로전으로 비화된 것 같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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