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대구=박성원 기자] 감사원 감사 결과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이하 이해충돌 방지법) 위반 정황이 밝혀진 배태숙 대구 중구의원이 유령회사를 세워 대구 중구의회 등을 상대로 폭리를 취해 온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20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홍보업체 A사를 운영하던 배태숙 구의원은 지난해 지방선거에 당선되면서 이해충돌 방지법을 회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다른 사람의 명의를 빌려 B사를 세운 뒤 대구 중구청 등과 거래를 해왔다.
감사원은 배태숙 의원에 대해 올해 4월 3∼14일 감사를 진행한 결과, 이해충돌 방지법 위반 정황을 확인했다고 19일 밝혔다.
감사원 감사 결과, 중구의회는 지난해 8월 B사를 통해 머그컵 400개를 292만원(부가가치세 포함)에 구입했다.
그런데 B사는 배 의원이 원래 운영하던 A사에서 머그컵 400개를 부가가치세 포함 93만5000원에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B사는 A사에서 93만5000원에 구입한 머그컵을 중구의회에 판매하며 3배 이상의 폭리를 취한 셈이다.
또한 B사는 대구 중구 도심재생문화재단과 ‘댄스의 순정 축제’ 홍보 건으로 398만원에 수의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있다.
구체적인 계약 내용은 현수막과 배너 102만원, 기획 비용 30만원, SNS 업로드 8회 216만원, 이벤트 당첨 쿠폰 50만원 등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계약 내용을 보면 가격이 부풀려졌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우선 SNS 홍보 비용이 과도하게 높게 책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B사가 업로드한 8개 채널에 홍보 견적을 관련 분야의 다른 업체에 문의해보니 40만원이면 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또 현수막 제작과 SNS 업로드 이외에 기획 비용 30만원의 용도가 명확하지 않고 이벤트 당첨 쿠폰 50만원에 대한 증빙자료도 없어 실제로 비용이 어떻게 사용됐는지 확인이 불가능하다.
이를 두고 시민을 대표해서 세금이 필요한 곳에 적절하게 사용되도록 감독하고 감시해야 할 지방의원이 유령회사를 세워 다른 업체보다 5배가 넘는 폭리를 취했다는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이 밖에도 익명의 제보자에 따르면 감사원이 발표한 8건 이외에 B사가 중구지역 동사무소와 중구청 부서와 현수막 제작 등으로 수의계약한 건만 30여건에 달하고 금액도 600여만원이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원은 중구의회에 배 의원의 징계를 요구했고, 중구청에는 입찰 참가 자격과 수의계약 체결 제한 방안을 요구했다.
중구의회는 윤리위원회를 열고 배 의원에 대한 징계를 논의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