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모든 사람은 법 앞에 평등”…피해자·가해자 뒤바뀐 학폭 누명 벗나


재판부, 구체적 사실관계 없는 학폭 처분 ‘부당’, 오는 9월 15일 오전 10시 선고

전남 여수석유화학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여학생 5명이 여수교육지원청을 상대로 제기한 학폭 처분 취소 소송의 두 번째 변론기일이 지난 14일 광주지법 제401호 민사대법정에서 열렸다./광주=김현정 기자

[더팩트ㅣ광주=김현정·김남호 기자] 피해자와 가해자가 뒤바뀐 학교폭력 처분으로 가해자 누명을 썼던 학생들이 1년여의 법정 공방 끝에 억울함을 벗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남 여수석유화학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여학생 5명은 지난해 9월 여수교육지원청을 상대로 ‘부당한 학폭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은 소송을 제기한 학생 중 일부가 먼저 위(Wee)클래스 상담교사를 통해 A 학생의 지속적인 괴롭힘(언어 및 사이버 폭력)등을 호소했지만, 학교 측이 "너희들이 참아야지 어떡하겠니?"라고 회유한 데 반해 이 사실을 알게 된 A 학생이 피해를 주장하는 학생들을 포함한 11명을 집단 따돌림으로 먼저 신고하면서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뀐 사건이 시작됐다.

광주지방법원 제2행정부 장찬수 부장판사는 지난 14일 두 번째 열린 변론기일에서 "모든 사람은 법 앞에 평등하다"며 피고(여수교육지원청)의 부당한 학폭 처분을 질타했다.

장 부장판사는 "지난 기일에 피고에게 학폭 처분 사유를 특정해 달라고 했는데, 이번에도 구체적으로 사실관계를 특정하지 않았다"며 "행정처분을 하면 사유를 적는 것이 행정법의 대원칙이다. 네가 이러한 잘못을 했기 때문에 우리는 이렇게 처분한다고 해야 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피고 측 변호인이 "이 사안은 특수하다"고 답하자, 장 부장판사는 "특수하다니 그렇게 이야기하면 안 된다. 교육계만 특별할 거 없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장 부장판사는 "모든 사람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강조하면서 "처분 사유를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적시해야 하는 행정절차법이 교육행정 분야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이냐"고 피고 측을 질타했다.

앞서 장 부장판사는 지난 5월 19일 첫 변론기일에서도 피고에게 "처분 사유가 구체적이지 않은데 처분해야 할 이유가 뭐였느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피해 내용을 하나하나 판단해 조치 결정을 하게 되면 교육적 실익이 없다고 했기 때문에, 피해 내용을 하나하나 판단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라며 피고 주장의 모순점을 지적했다.

이처럼 학교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여수교육지원청이 피해자와 가해자간 구체적 학폭사실 조사 없이 뭉뚱그려 처분한 것이다.

이날 재판에서는 A 학생이 집단 따돌림 피해를 호소하는 편지 형식의 글을 재판부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처음 법정에 어머니와 함께 모습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A 학생은 편지에서 "적어도 최소한 그들이 받은 처벌이 번복되는 일이 없길 간절히 바란다"며 "부디 증거들과 사실을 바탕으로 제 억울함을 알아달라"고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재판부는 첫 변론기일에 이어 이번에도 10여 분만에 재판을 끝내면서 오는 9월 15일 오전 10시 선고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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