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만 더 살고 싶다"는 아버지 위해 장기매매 시도 50대…집행유예

법원이 아버지를 위해 장기매매를 시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남성에 대해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했다./픽사베이

[더팩트ㅣ대구=김채은 기자] 법원이 아버지를 위해 장기매매를 시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남성에게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대구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어재원)는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55)씨에게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고 10일 밝혔다.

검찰 조사 결과, A씨는 '5년만 더 살고 싶다'는 아버지를 위해 간을 기증하겠다는 B씨에게 현금 1억원과 B씨의 아들을 자신이 운영하는 건설사에 취업시켜 주겠다고 약속했다.

친족 간 장기 기증의 경우 장기 기증자와 장기 이식 대상자 사이에 배우자, 8촌 이내의 혈족, 4촌 이내의 인척이야 가능한데 타인 간 장기 기증이나 순수 기증보다 비교적 신속하고 절차가 간소하다. A씨는 이점을 이용해 B씨에게 아내 행세를 시켜 아버지에게 장기 기증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이 과정에서 주민등록 사본을 위조해 병원 장기 기증 담당 직원에게 제출했고, B씨는 지난해 3월 30일 장기 적출 수술을 위해 병원에 입원했다.

그러나 다음날 B씨가 코로나19에 확진돼 수술이 연기됐고, 4월 7일 거짓말이 들통나 수술이 취소됐다. 또 이 사건으로 수사가 진행되던 지난해 7월 A씨의 아버지는 숨졌다.

A씨는 재판에서 "남동생은 뇌출혈, 여동생은 유방암 판정을 받아 이식이 불가능했고, 저 역시 이식이 불가능해 아버지를 위한다는 일념으로 해서는 안 될 일을 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결심 공판에서 A씨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장기 등을 이식받을 기회는 그 이식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공평하게 주어져야 하는 점, 금전 등 재산상 이익으로 장기 등을 주고받는 행위는 국가가 법률로 금지하고 있어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다만 아버지를 살리겠다는 마음으로 범행에 나아갔던 것으로 보이는 점, 매매 행위가 1회에 그쳤고 범행이 발각돼 실제로 장기매매가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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