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이 300일도 남지 않았다. 이 와중에 '부산 총선판'이 예사롭지 않게 흘러가는 조짐이 보인다. 전통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한 부산, 그 중 보수세가 센 원도심 중영도구의 당협위원장인 황보승희 의원이 구설에 올라 탈당과 함께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다. 이 여파가 다른 지역구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지 지역정가는 촉각을 세우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측근 인사들이 영남권으로 대거 포진할 수 있다는 얘기가 꾸준히 나오면서 '현역 물갈이론'을 부추기는 양상도 띄는데, 공천 과정에서 불협화음이 나올 수도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틈을 타 민심을 파고들려고 한다. 부산 정치권의 움직임을 살펴본다.<편집자주>
[더팩트ㅣ부산=조탁만·김신은 기자] 내년 총선 시계가 빠르게 흘러가고 있는 가운데 보수 성향이 우세한 부산에서 국민의힘의 불협화음이 여기저기서 포착되고 있다.
10일 지역 정가의 말을 종합하면 최근 정치자금법·청탁금지법 위반 등으로 경찰 수사를 받는 국민의힘 황보승의 의원이 자진 탈당과 내년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부산 중영도구의 당협이 공석이 됐다.
중영도구와 함께 보수세가 강한 원도심의 한 지역인 서동구 또한 긴장하는 모양새다. 황보 의원의 이같은 행보는 개인사에서 비롯됐는데, 서동구 당협위원장인 안병길 의원도 구설을 안고 있어 국민의힘 소속 여러 인사들이 호시탐탐 그의 자리를 노리고 있는 분위기다.
여기에다 최형욱 민주당 부산시당 수석대변인이 골목골목 지역구를 누비며 표밭을 다지며 절치부심하고 있다. 당적을 옮긴 이력이 단점이라면 단점일 수 있으나, 이번 황보 의원 논란으로 여권의 민심 이반 조짐도 보이고, 전직 구청장 재직 당시 주민들과 스킨십이 남달랐다는 평을 듣고 있어 보수 표심을 얼마나 자극할지에 대한 그의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다른 지역구에서도 황보 의원의 논란이 어떠한 영향을 끼칠지 눈치를 보고 있는 분위기다. 북·강서구갑 또한 1년 동안이나 비어있다. 재선 국회의원을 지낸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지난 6·1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지역구를 바꾸면서 출마를 선언을 하면서부터다.
이후 4차례 걸친 당협위워장 공모에서 김영성 전 창신대 외래교수, 박진수 변호사, 손상용 전 부산시의원, 조성호 전 부산시 행정자치국장 등 기존 신청 후보 4명을 제외한 새로운 후보자들이 단 한 명도 없다.
이렇다 보니 당협 정비가 되지 않고 있는데다 민주당 전재수 의원이 재선에 수성한 지역구인 만큼, 국민의힘 입장에선 험지로 구분돼 있이기도 하다.
윤석열 정권의 측근 인사들이 종종 후보로 거론되고 있으나, 이러한 연유로 누구하나 선뜻 나서려는 후보는 없는 배경이기도 하다.
더군다나 지난 6·1 지방선거 당시 재산을 축소 신고하거나 후보 등록을 하기 전에 홍보문자를 전송한 혐의 등을 받는 국민의힘 오태원 북구청장이 벌금 500만원의 구형을 받으며 지역구 민심은 사실상 엉망인 상황이다.
이밖에 황보 의원의 독자 행보로 '초선 물갈이론'이 다시 새어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중앙당 차원에선 선을 긋는 모습이지만 쉽게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윤 정권의 측근 인사들이 영남권 출마설이 꾸준히 나오고 있는데, 부산의 경우 전략 공천을 진행하면 15명의 의원들 중 9명이나 초선 의원으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이들이 내년 '총선 선수' 교체 대상으로 입방아에 오르내리곤 했다. 지난 대선에 이어 지방선거에서 연이어 승기를 잡은 윤석열 정권은 내년 총선에 사활을 거는 양상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일부 초선 의원들이 귀책 사유까지는 아니지만 크고 작은 사안에 엮여 구설에 올라 있어 조바심을 내는 모습도 연출되곤 한다. 통상 평일을 뺀 주말을 이용해 지역민들과 접촉해 온 그간 행보와 달리 주중·주말을 가리지 않고 지역구 행사에 적극 참석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역 의원들이 흔들리자, 광역의원들이 당협을 바라보는 시각도 예전같지 않다. 광역의원들은 총선을 치른뒤 다음 지선을 감안할 때 공천권을 쥐고 있는 당협위원장이 누가 될지 눈치를 살피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부산시의회와 부산시교육청 갈등까지 벌어지고 있다. 부산시의회 교육위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지난 2년간 부산교육청의 예산 집행과정 전수 조사를 하기로 해 양 기관의 갈등이 극으로 달려가고 있다.
16개 구군의 교육행정을 관할하는 부산시교육청과 불협화음이 지속되면 30~40대 학부모의 표심이 출렁일 수 있다는 목소리마저 지역 정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또 하윤수 부산시교육감은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중이라, 이들 간 관계 악화가 내년 총선에서 뇌관으로 작용할 지 여부도 주목하고 있다.
여기에다 부산시의회 교육위 소속 한 시의원은 최근 초등학교 신설을 두고 지역구 아파트 입주예정자협의회와 법정 절차를 밟고 있는데, 얼마남지 않는 총선의 민심 향배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요인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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