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이 300일도 남지 않았다. 이 와중에 '부산 총선판'이 예사롭지 않게 흘러가는 조짐이 보인다. 전통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한 부산, 그 중 보수세가 센 원도심 중영도구의 당협위원장인 황보승희 의원이 구설에 올라 탈당과 함께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다. 이 여파가 다른 지역구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지 지역정가는 촉각을 세우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측근 인사들이 영남권으로 대거 포진할 수 있다는 얘기가 꾸준히 나오면서 '현역 물갈이론'을 부추기는 양상도 띄는데, 공천 과정에서 불협화음이 나올 수도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틈을 타 민심을 파고들려고 한다. 부산 정치권의 움직임을 살펴본다.<편집자주>
[더팩트ㅣ부산=조탁만·김신은 기자] 부산 사하구 갑을 지역구에서 여야 간 소리 없는 총선 경쟁이 치열하다. 여권에선 경쟁력 있는 후보를 누구냐에 대해 고심하는 한편, 야권에서 갑을 지역구의 시너지 효과를 노리는 전략으로 총선 승리를 기대하고 있다.
3일 지역정가의 말을 종합하면 사하구갑 지역구엔 국민의 힘 후보군으로 김척수 당협위원장과 김소정 부산시당 대변인, 경윤호 한국자산관리공사 상임감사가 거론되고 있다.
이들 중 김 위원장과 김 대변인의 재대결이 전망되는 가운데 경 상임감사도 꾸준히 거론되고 있는 형국이다.
민주당 '강세' 지역으로 일컫는 '낙동강벨트' 중 하나인 이 지역구에서, 김 위원장은 민주당 최인호(재선) 의원에게 연달아 패배하면서 경쟁력에 대한 의구심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다 김 대변인은 이준석계 인사로 구분되면서 현 정권에서 입지를 넓히기엔 어려움이 있다는 평도 나온다.
최근 황보승희 의원의 구설로 중영도구 당협이 공석이 된 것을 시작으로, 타 지역구들 중 사하구갑의 경우 경쟁력 있는 후보를 전략적으로 공천에 기용할 가능성이 높은 지역구로 떠오르고 있다.
보수세가 강한 부산의 경우 원외 인사가 당협을 지키고 있는 지역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전략 공천설에 크게 흔들릴 수 밖에 없다는 게 지역 정가의 정론이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경 상임감사가 급부상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 정무비서관을 지낸 경 상임감사는 이미 지역구에서 지지 기반을 닦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조정화 전 구청장이 갑을 지역구 모두 눈독을 들이고 있고,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은 중영도구뿐 아니라 사하구에서도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갑지역구의 여러 후보들 중 한명은 결국 현역이자 재선인 민주당 최인호 의원과 대결을 할 수 밖에 없다. 이에 을지역구의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는 조경태(5선) 의원과 '선거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는 심리도 기저에 깔려 있는데, 이 또한 여야를 넘나들며 5선을 지낸 조 의원의 정치 구력을 의식한 듯하다.
다만 현 정권과의 결이 다른 조 의원의 경우 불합리한 공천이 진행되면 무소속 출마자로 나설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는 게 지역정가의 얘기도 있다.
이렇게 되면 국민의힘의 공천 불협화음을 기대하는 민주당 입장은 갑을 지역에서 모두 승기를 꽂을 수 있다는 해석도 지역정가에선 함께 새어나온다.
실제로 을지역구엔 민주당 김태석 전 구청장이 나설 가능성이 높은데, 이 또한 갑지역구의 현역 최 의원과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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