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제주=허성찬 기자] 조선이라는 나라를 전세계에 알린 하멜표류기의 저자이자 푸른눈의 이방인으로 친숙한 네덜란드인 하멜.
과거 하멜이 표류했던 제주도에는 종전 상선전시관이 철거되고 위령비 하나만 덩그러니 남은데다, 행정에서도 사실상 손을 놓으며 대책마련이 요구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21일 <더팩트>의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12월 서귀포시 사계 용머리해안에 위치했던 하멜상선전시관 철거 이후 이렇다 할 후속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하멜상선전시관은 지난 2003년 하멜 제주 표착 350주년을 기념해 당시 표류했던 것으로 추정됐던 대정현에 속하는 사계리 용머리해안에 설치됐다.
용머리해안 851㎡ 부지에 건축면적 223㎡, 연장 36.6m, 폭 7.8m, 갑판높이 11m, 돗대 높이 32m로 제작됐으며 하멜 일행이 타고 왔던 '스페르웨르호'에 대한 구체적 자료 부존재로 인해 이보다 25년전 앞서 만들어진 17세기 대서양향해용 범선 '바타비아호'를 모델로 했다.
제작 당시 총사업비 30억원이 투입됐지만 지리적이 위치상 해수와 해풍의 영향으로 철골구조체의 부식, 시설물 전체 볼트 또는 접합 판재 일부 부식 등이 심해지며 2021년 안전진단 결과 E등급을 받으며 지속적인 보수보강 필요성이 제기됐다.
막대한 사업비가 투입되며 지속적인 보수보강(12억4100만원 투입)이 이뤄지던 도중 주민들의 요청에 따라 지난해 철거가 이뤄졌다.
상선전시관 철거에 따라 내부에 있던 상선 디오라마(축소모형) 6종 및 화란어 문법 연구 책자(1967년 저) 등은 감귤박물관 수장고로 이송됐다.
이처럼 상선 철거에 따라 제주와 하멜과의 교착점은 해안 위령비 하나만 남은 상황이다. 지금은 고인이 된 채바다씨가 주축이 된 해양탐험문화연구소와 신도2리 마을회 등이 하멜 표류 당시 기록 등이 담겨있는 제주목사 이익태의 '지영록'의 기록을 근거로 하멜표착지가 신도2리 해안이라고 주장을 했고 지난 2017년 해안가에 설치됐다.
제주에서 하멜상선전시관이 철거되고 그 흔적이 잊혀지는 사이 전라남도 강진군은 하멜전시관 개관, 하멜촌 조성, 하멜 커피, 하멜 맥주 등 하멜의 브랜드를 활용한 관광자원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도내에서는 민간차원에서 신도2리에 하멜 기념관 혹은 전시관을 조성하려는 움직임이 있으나 현재까지는 그 계획만 있고 이렇다할 추진상황은 없는 실정이다.
서귀포시 관계자는 "상선전시관 철거로 내부에 있던 자료는 감귤박물관 수장고로 이송했으며, 현재까지는 이렇다할 활용 계획은 없는 상황이다"며 "강진군과의 교류 등 자료 활용을 위한 여러 방안을 구상중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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