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향한 고려인 3세 화가, 미술관 설립 꿈 이뤄질까?


광주 고려인마을 '빅토르 문 미술관' 건립 모금액 한참 못 미쳐

뿌리를 향한 고려인 3세 화가 빅토르 문 화백 미술관 건립 모금이 진행 중이다. 그는 이를 위해 자신의 그림 우수리스크의 할아버지를 내놓았다./ 광주 고려인마을

[더팩트 l 광주=나윤상 기자] '우수리스크의 우리 할아버지'로 유명한 고려인 3세 화백 빅토르 문 미술관 모금 운동이 순조롭지 않은 상황이다.

19일 광주 고려인마을에 따르면 빅토르 문 화백 미술관 건립을 위해 지난 3일부터 총 4억원을 목표로 모금 운동을 시작해 개인과 단체들이 도움을 주고 있지만 이날 현재 1천700만원가량이 모였다.

빅토르 문 화백은 고려인 3세로 1951년 카자흐스탄 우슈토베에서 태어나 1975년 알마티 고골 미술대학을 졸업한 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문 화백이 고려인 강제 이주 역사를 안 시기는 1980년대 후반 고르바초프의 개혁⋅개방 정책이 나오고 난 이후이다.

1937년 스탈린에 의해 고려들이 연해주에서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당한 후에도 민족 정체성을 잃지 않고 살아간 역사를 알게 된 문 화백은 '1937년 고려인강제이주열차'와 '우수리스크의 우리 할아버지' 등의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큐비즘을 통한 다양한 상황과 메시지를 전달하는 그의 작품에는 러시아라는 이질적 문화 속에서도 삶을 향한 끈질긴 투쟁과 한복과 갓을 쓴 할아버지의 모습을 통해 민족 정체성을 잃지 않으려는 고려인들의 애달픈 애환이 녹아 있다.

고려인마을과의 인연은 문 화백이 무릎 수술 후유증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광주 고려인마을이 한국으로 그를 초청해 재수술을 받게 해 준 것이 계기가 됐다.

문 화백은 보답으로 고려인마을에 작품 '우수리스크의 우리 할아버지'를 판매해 미술관을 건립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가 미술관을 설립하려는 취지는 70년 동안 연구해 온 자신의 화법을 후세대에 전승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신조야 광주 고려인마을 대표는 "현재 문 화백의 작품 '우수리스크의 우리 할아버지'는 4억원의 판매가에 후원자를 기다리고 있다"며 "금액이 마련되면 고려인마을 주변 주택을 매입, 리모델링을 진행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이어 "일반 모금은 다음 달까지 진행된다"며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좋겠다"고 모금 운동 동참을 호소했다.

kncfe00@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