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해=강보금 기자] 완벽하게 청결한 인간은 없다. 무균실에서 있지 않는 한 우리의 몸과 생활하는 공간 그 어느곳도 완벽하게 깨끗할 수 없다. 자연에서 동물이 살아가는 곳은 더 하다. 오히려 동물의 면역력에 인간은 한없이 나약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경남의 유일한 동물원인 김해의 A 동물원이 시민단체로부터 동물학대 등으로 고발돼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하지만 14일, <더팩트>가 직접 찾은 동물원의 모습은 시설은 비록 노후화 됐어도 청결도나 동물들의 건강은 크게 문제가 있어 보이지 않았다. 어쩌면 노력에 비해 보여지는 모습이 초라해 보였을 지도 모르겠다는 느낌이다.
오후 12시 A 동물원이 개장하는 시간이다. 동물원 입구에서부터 맹수의 매서운 울부짖음이 허공에서 폭죽이 터지듯 울려 퍼진다.
야외 울타리에는 돼지와 양, 염소 등이 사람들이 가까이 오자 입을 삐쭉 내밀며 먹이를 구걸하고 있고, 온도에 민감한 동물들은 실내에 마련된 사육장에서 저마다의 냄새와 소리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있었다.
많은 사육장 중 가장 눈에 띄는 곳은 맹수의 사육장이다. 동물의 왕이라 불리는 사자와 호랑이, 그리고 흑표범이 뜨거운 한 낮의 태양열을 피해 실내 사육장 머물고 있었다.
올해 12살이 됐다는 사자는 배를 뒤집고 누워 시원한 바닥에 등을 굴려댔고, 호랑이 두 마리는 서로 장난치며 실내 사육장 안을 이리 저리 위엄있는 발걸음으로 돌아다녔다.
사육장들은 대부분이 배설물 하나 없이 깨끗하게 정돈 돼 있었지만, 그렇다고 각각의 동물들의 습성에 맞는 환경을 조성해 주지는 못 하고 있었다.
또한 실내외 사육장의 대다수가 빈 사육장이다. 동물원 관계자 B씨는 "동물원이 오래된 만큼 동물들의 나이도 대부분 많아 별이 된 동물들의 빈 자리가 많다. 특히 코로나19 때 많이 떠났다"고 설명했다.
B씨는 "매일 아침 저녁으로 사육장을 청소하고 매일 저녁에 먹이를 준다. 일주일에 생닭 240마리, 과일 6박스, 사료와 풀까지 하면 많은 지출이 생긴다"면서 "하지만 동물들의 생활 유지를 위해 다른 일로 동물원의 지출을 충당하면서까지 동물들을 돌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민단체로부터 적자라면 동물원 문을 닫으라는 말을 들었다. 우리도 마음을 먹고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동물을 이송하고 문을 닫기까지 약 3~4년의 시간이 필요한데, 사람들은 기다려주지 않는 것 같다"라면서 "'고쳐라', '닫아라'라고 하기 전에 '함께 노력해 보자'는 말을 해 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해 본다"고 고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 김해 시민 이 모(33)씨는 "동물학대의 기준은 동물을 보호해야 하는 것인지 공존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인간에게 즐길거리로 키워지는 것인지에 대한 구분에서 시작하는 것 같다"면서 "동물을 보호하겠다는 의미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보존해 주는 것이다. 공존하는 것은 비자연적이지만 살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즐길거리이기만 하다면 그것이야말로 동물학대라고 볼 수 있다. A 동물원의 동물들은 사람들의 놀음거리이기만 할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한편, 이곳 A 동물원에는 현재 약 5~60마리의 동물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
hcmedia@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