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I 세종=라안일 기자] 교사들이 집단퇴사한 세종시 한 국공립어린이집에서 원아들도 집단퇴소하면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해당 어린이집 학부모 10여명은 14일 어린이집에 등원시키지 않은 아이들과 함께 세종시청을 찾아 최민호 시장과의 면담을 요청했다.
이들은 지난 9일 학부모 122명의 서명을 받아 전달한 원장 해임 동의서 처리 여부 등을 물을 예정이었지만 이날 최 시장이 포항 출장으로 자리를 비우면서 면담은 이뤄지지 않았다.
학부모들은 유진수 정책특별보좌관, 정우진 정무비서관, 담당 과장과의 간담회에서 보육 공백을 초래한 원장을 성토하며 위수탁계약 취소 등을 요구했다.
해당 어린이집은 지난해 11월 부임한 새 원장이 기존 교사들과 고용승계, 보육방법 등을 놓고 갈등을 빚다 지난 2일 교사 8명이 집단퇴사하면서 보육 공백이 발생했다.
원장과 교사의 갈등은 원장과 학부모 갈등으로 번졌다. 교사 부재 등을 우려해 어린이집을 방문한 학부모들을 원장이 업무방해로 신고하고 이에 학부모들도 원장을 아동학대로 신고했다.
갈등이 심화되면서 어린이집 원아 28명이 퇴소했고 20여명은 퇴소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 어린이집 정원(76명)의 63%가 퇴소하거나 퇴소를 앞둔 상황이다.
학부모 A씨는 "(이번 사태로) 아이들이 정서적인 고통을 받고 있다. 저희 아이 같은 경우도 새벽에 2~3번씩 깬다. 왜 그러냐고 하니 무섭다고 한다"며 "토요일 11시 반부터 4시까지 계속 통곡했다. 달래니깐 안 우는데 심장이 아픈 것 같다며 가슴을 친다. 6살 아이가 왜 어른들 다툼에 그런 고통을 받아야 하느냐"고 토로했다.
해당 어린이집에 아이를 3년째 보내고 있다는 학부모 B씨는 "기존 교사 부재로 아이가 매일 우는 등 정서적 고통을 겪고 있다"며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기존 교사들이 보육해달라"고 요청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당장 해임이 어렵다면 원장의 업무를 중지시키고 각종 의혹 등을 면밀히 살펴본 뒤 처분을 내려달라"고 주문했다.
학부모들은 부실 급식 의혹도 재차 제기했다. 아이들 급식이 학부모 공지용(키즈노트)에 비해 양이 현저히 적은 것은 물론 식자재 원산지 등도 공지와 달랐다고 주장했다.
학부모들에 따르면 국내산 액기스의 사골국을 배식한다고 알린 것과 달리 호주산을 쓰고, 돼지고기와 소고기 성분이 들어간 미트볼을 공지했지만 실제로는 돼지고기와 닭고기가 들어간 제품 등을 사용했다.
학부모들은 어린이집 원장의 위수탁 계약 취소, 문제 해결 시까지 기존 교사들의 보육, 운영 정상화까지 관리감독자 상주 등을 시에 요구했다.
이에 대해 시는 이날부터 감사위원회 종합감사로 전반적인 상황을 점검한 뒤 조치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변호사 자문 등을 통해 학부모들이 요구한 원장의 업무 정지가 가능한지 살펴볼 예정이다.
다만 기존 교사의 보육 요구에 대해서는 사인 간 계약에 개입하는 것은 어렵다며 사실상 거절했다.
유 정책특별보좌관은 "시장께서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피해 가지 않고 학부모들이 직장 등 생활에 불편을 겪지 않도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한편 세종경찰청은 어린이집 폐쇄회로(CC)TV를 확보해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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