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나는 사회의 필요악. 사형을 달라"…연쇄살인 피고인 '사형 자청'


13일 살인 피고인, 구형 공판 중 '사형 자청'
검사, "영원히 세상에서 격리할 필요 있어"...피고인 정 씨에 사형 구형

지난 2009년 살인사건 용의자로 지목돼 공개수배 됐던 정 씨./더팩트DB

[더팩트ㅣ창원=강보금 기자] "나 같은 인간은 안되니까, 사형이나 시키고 너희나 잘 먹고 잘살아라."

13일 오전 10시 창원지법 315호 법정에서 열린 정 씨(68)의 살인 등 혐의에 대한 공판에서 정 씨는 판사에게 명령하듯 요청했다. 법정의 피고인석에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인이 앉아 준비해 온 종이를 팔락이며 뒤적이고 있었다.

노인 정 씨의 마른 몸에는 헐렁하게 입혀진 죄수복이 입었다기보다 싸고 있는 듯 보였다.

이날 공판에서는 증거심문이 주목적이었다. 검사는 한참을 증거물들에 관한 확인을 판사 앞에서 읊고 있었다. 바로 그때, "재판장님!" 하고 정 씨가 마이크를 자신의 입 가까이 앞당기며 소리쳤고 판사와 검사, 변호사 그리고 방청석에 있는 모든 이들의 이목이 정 씨의 입으로 쏠렸다.

정 씨는 "증거심문이고 뭐고, 판사님 이런 과정은 아무 소용이 없다. 서로 다툴 필요도 없고, 잔머리 굴려 가면서 재판을 진행할 필요 없다"라며 "그냥 바로 선고내려 주시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씨는 "검사님. 내가 살인 사건으로 좋은 선물 주지 않았느냐. 나는 사회의 필요악이다. 사형을 달라"고 소리쳤다.

검사와 판사들은 당혹한 표정을 감출 길이 없어 보였다. 곧이어 정 씨의 갑작스러운 발언이 잠시 멈추자 다시 판사는 재판의 제 궤도를 잡아끌었다.

이날 검사는 피고인 정 씨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검사는 "피고인은 공소사실을 인정하나 세부적으로 수사 등에 협조하지 않고 이번 피해자 A 씨에 그치지 않고 A 씨의 딸에게도 흉기를 휘둘렀다"면서 "특히 피고인은 이밖에도 4명에게 살인 또는 살인미수를 저지른 전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동종 전력이 많은데도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었다는 것이 의문이다. 특히 최근 혐의는 동종범죄 누범 기간 저지른 것으로 영원히 세상에서 격리할 필요가 있다. 교화는 더는 의미가 없다. 이에 사형을 선고해 주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결국 이날 정 씨의 공판은 두 번 만에 변론 종결됐다. 정 씨에 대한 선고기일은 8월 24일로 잡혔다.

한편, 정 씨는 2004년 살인미수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복역한 뒤 출소해 2009년 1명을 살해하고 2명을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쳐 징역 12년을 선고받고 2022년께 출소했다. 이후 올해 2월 동거녀를 살인하고 동거녀의 딸에게 흉기를 휘두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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