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오염수,위기의 지역 수산업]⓶ 과학적 데이터 없는 정부, 수산업에 떠도는 ‘공포’


천일염 가격 상승, 신뢰하지 못하는 소비자들"먹거리 위협"

단일염전으로는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태평염전에서도 후쿠시마 오염수 공포는 소금 가격 상승을 부채질 하고 있다. 정부의 과학적 검증 데이터 없이는 당분간 이러한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광주 = 나윤상 기자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한 정부 대응에 야당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가뜩이나 힘든 지역경제는 더욱 타격을 받고 있다. 특히 서남해안을 끼고 있는 광주‧전남은 수산업이 지역경제에 끼치는 영향이 막대해 오염수 방류 위기감이 주는 악 영향은 더욱 심각할 수밖에 없다. 상인들이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지역 수산물 시장은 벌써부터 붕괴 조짐을 보일 정도로 ‘폭풍전야’와 같은 긴장감에 휩싸여 있다. <더팩트>가 시름이 깊어가는 지역 수산업계 현장을 탐사하고, 그 위기적 상황을 3회에 걸쳐 연재한다.

[더팩트 l 광주=나윤상 기자] "정부가 정확한 데이터를 근거로 국민들을 설득시켜야 하는데 무조건 믿어라 하는 것은 소금 뿐 아니라 수산업 전부를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다"

전남 신안군 증도에 위치한 태평염전 관계자는 후쿠시마 오염수 공포에 대해 정부의 신뢰할 수 있는 과학적 검증 데이터를 요구했다.

12일 취재진이 찾은 단일염전으로는 가장 큰 140만평 (여의도 2배 크기)의 태평염전을 찾아 최근 출렁이고 있는 소금가격과 후쿠시마 오염수 이야기를 들었다.

당일 산지 가격으로 소금 값은 20kg 한 포대 22,000원을 기록했다. 이는 불과 2달 전인 4월 14,000원에 비해 많이 오른 가격이다.

염전 관계자는 "소금 값 상승 원인을 두 개로 볼 수 있는데 하나는 기후상황 또, 하나는 후쿠시마 오염수 사태이다" 라며 "일본이 해저터널까지 만들어 곧 방출한다고 하는데 소비자들은 믿을 만한 과학적 수치가 없기 때문에 소금을 미리 사두려 할 것이다"고 하면서 소금값 상승 요인이 사재기라는 의혹을 부인하지 않았다.

취재 중에도 주문자로부터 전화가 걸려왔지만 소금 가격이 맞지 않아 출하할 수 없었다.

관계자는 "지난 주 주문 가격이 20kg 포대당 2만원이었는데 오늘 가격이 2만2000원이 되어 맞출 수 없었다" 며 "내일 가격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고 출렁이는 가격에 대해 불안해 했다.

소금 가격 상승을 업계가 반길 것 같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소금은 절대품목으로 대체품목이 없는 것이긴 하지만 값싼 중국산이 국내에 쏟아질 경우 투명하지 못한 국내 유통구조상 소금 자체에 신뢰성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업계는 일정한 수준의 가격 내에서 꾸준히 소비되는 것을 더 반긴다.

태평염전 관계자는 "3년에 한 번 소금 품질 검사를 한다. 돈이 많이 들어가는 검사이긴 하지만 앞으로는 1년에 한 번씩 검사를 통해 정확한 데이터를 확보하기로 했다" 면서 "생산자 출력 코드를 통해 안심할 수 있는 천일염을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고 말했다.

소금 가격 상승은 연쇄적으로 젓갈산업과 김치산업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사진은 신안 지도 젓갈타운의 한 젓갈 상회/ 광주 = 나윤상 기자

전남에 사는 한 주부는 수입산 소금에 대해 "수입산으로 담근 김치는 너무 써서 먹지 못한다"고 단정지으며 "이미 수입산 소금이 싸게 유통되고 있지만 한 번 먹어 본 사람들은 절대로 다시 사용하지 않을 것" 이라며 수입산이 국내산 천일염과의 품질에 큰 차이가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수입산으로 소금 가격을 안정시키려고 한다면 그것에 대해 절대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러한 반응은 젓갈류도 다르지 않다. 젓갈은 수산물에 3분의 1이 소금으로 채워지는 음식이다 보니 소비자들이 오염수 문제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음식이다.

신안군 지도에 있는 젓갈타운에서 15년 째 젓갈 장사를 하는 민 사장(68)은 "최근 젓갈 소비가 많이 줄었다며 그 이유가 젊은 층의 입맛 변화에 있다"면서도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감에 대해 솔직한 의견을 털어놓았다.

민 사장은 "손님들을 보면 후쿠시마 오염수를 대하는 세대 차를 느낄 수 있다" 며 "젓갈 앞에서 오염수 공포를 이야기하는 엄마와 국내에 영향을 미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딸의 이야기를 많이 듣는데 결국 이런 것들도 젓갈 소비에 영향을 미치는 것" 이라며 걱정했다.

또한, 소금 가격 상승이 젓갈 가격 상승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그러면서 "이제 오젓, 육젓, 추젓으로 이어져 내년 3월까지 꾸준히 소비되는 시즌인데 일본이 본격적으로 방출한다는 소식이 들리면 장사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고 말했다.

신안의 한 젓갈상회 사장이 본인의 업체에서 사용하고 있다고 보여준 천일염/ 광주 = 나윤상 기자

천일염과 젓갈을 기본으로 사용하는 김치업계도 한숨이 깊어지는 것은 마찬가지다.

광주에서 해외수출을 많이 하는 것으로 알려진 김치제조업체 대표는 "아직까지 거래처에서 별다른 반응은 나오지 않고 있다" 면서도 "언젠가는 천일염 대신 정제염을 써야 하는 날이 올 것이라 생각하고 대비하고 있다" 고 말했다.

그러면서 "천일염이 우리 업체의 대표적 장점이었는데 오염수 사태로 하나를 버리게 되는 것이 안타깝지만 소비자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며 원전 오염수로 인한 한국 김치의 품질 저하에 대한 솔직한 의견을 냈다.

대표는 "아파트를 지어도 실명제를 하는 세상인데 후쿠시마 시찰단 명단 자체를 밝히지 않는 것은 결국 책임지지 않겠다는 정부의 태도"라고 비판하며 "이런 무책임한 행정이 정작 김치업체에도 타격을 주는 것" 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한 가장 큰 공포는 검증되지 않은 채 나오는 목소리로 정부가 국민들에게 안전감을 심어주려면 정확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과학적 검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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