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호재의 왜들 그러시죠?] '과학의 권위'가 '정치적 프로파간다'로 활용돼선 안 돼


오염수 방류에 힘 실은 '통큰 정부'…간이 콩알만 한 국민 8할은 '전전긍긍'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들이 지난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환경운동연합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대국민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더팩트 DB

[더팩트 ㅣ 광주=박호재 기자]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일본 수산물 수입 재개가 차츰 눈앞에 다가서고 있는 듯싶다. 또한 그 과정이 한일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막을 올린 한편의 드라마가 기승전결로 이어지고 있다는 느낌 또한 지울 수가 없다.

이 드라마의 연출 얼개는 총감독에 기시다 총리, 조감독에 윤석열 대통령, 그리고 무대장치와 소품을 담당하는 스태프는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이다. 하지만 이상한 연출이다. 국민이라는 관객의 눈치를 보는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드라마가 종국을 향해 내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의 생명에 직결된 문제이건만 도대체 무슨 배짱으로 그러는지, 상식적으로 납득이 잘 안 된다. 한마디로 오늘만 살고 말 사람들인 것 같다. 자신들의 말 그대로 '통큰 정부'이고 '통큰 여당'이다. 하지만 간이 콩알만 한 국민들은 지금 많이 불안하다. 방사능 관련 과학자들의 양심과 윤리의식에 운명을 맡길 수밖에 없는 국면이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연구윤리'는 과학자들이 필히 갖춰야 할 가치관이다. 나치 전범을 단죄한 뉘른베르크 재판 이후 채택된 '뉘른베르크 강령'에서 처음 도입된 개념이다. 보편적 강령을 통해 독일과 일본 등 2차 세계대전 전범 국가들이 자행했던 생체실험의 반 인륜성을 세계인에 경고한 것이다. 연구윤리는 생명을 직접 다루는 분야에서 특히 그 중요성이 강조된다.

후쿠시마 민간 시찰단이 며칠 전 돌아왔지만 국민보고는 미루겠다고 발표했다. 발표는 IAEA 검증 공개 이후가 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종합분석 결과를 발표한다고는 하지만 국민 대다수는 콧방귀를 뀌고 있을 것이다.

정부가 돈 들여 파견한 민간 시찰단이 그것도 고작 며칠 현장을 다녀와서 발표한 내용을 국민 누구인들 신뢰하겠는가? 국민 공감이 아닌, '정부 공감' 내용이 될 게 불을 보듯 빤하다는 것은 세 살 먹은 아이도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그 과정의 본말이 유치하고 졸렬하다.

국민의힘의 조변석개는 더욱 가관이다. 2년여 전인 2021년 4월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결정을 내리자 현 김기현 대표를 비롯해 국민의힘 다수의 의원들이 이에 대한 규탄 차원의 결의안에 이름을 올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결의안에는 "후쿠시마 오염수에는 인체에 치명적인 삼중수소를 비롯하여 60여 종의 방사성 물질이 포함되어 있는데 완전한 제거가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라는 문구가 담겨 있기도 하다.

이 사단을 지켜보며 기자는 뉘른베르크 강령에 담긴 중요한 한 대목을 새삼 돌이키게 된다. '과학자의 권위를 활용해 정치적 프로파간다를 해서는 안 된다’는 강령의 취지다. 오염수 방류와 일본 수산물 수입 재개에 힘을 싣고 있는 친정부 과학자나 집권여당 의원들은 혹여 자신들의 행위가 치명적일 수도 있는 위험을 방기한 채, '정권 보위'라는 정치적 프로파간다만을 위해 나서는 것은 아닌지 깊이 성찰을 해봐야 할 때다.

기자는 지금으로선 IAEA가 어떤 검증 결과를 내놓든, 정부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일본산 수산물은 먹지 않을 작정이다. 이것은 비단 기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불안하면 안 먹으면 될 일이다. 많은 국민들 또한 이 같은 생각을 할 공산이 크다.

문제는 바다에서 나오는 것들을 팔아 생업을 유지하는 국민들의 생존이 무너진다는 점이다. 지난 주말 촛불집회에 제주와 전남 신안, 부산의 다수 시민들이 전례 없이 많은 수가 참여했다는 것이 그들의 위기의식을 극명하게 시사해주고 있다.

최근 환경운동연합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5.4%가 오염수 방류에 반대(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에 의뢰, 전국 18세 이상의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19일부터 22일까지 진행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 포인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과학의 권위'를 앞세워 이같은 대다수 국민들의 불신을 극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윤석열 정권의 내리막을 자초하는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암울한 우려를 거둘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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