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순천,고흥=유홍철 기자] 농협중앙회장의 연임을 허용하는 농협협동조합법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전체회의에서 의결된 것을 놓고 농협민주화에 반하고 현직 중앙회장에 대한 특혜성 입법이라는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3일 지역 정치권에 따르면 특히 농협중앙회 측의 입법 로비 의혹이 제기되면서 자칫 수사로까지 번질 가능성까지 더해지고 있는 가운데 농해수위 소속(19명) 호남 지역구 출신 7명의 의원 중 5명이 농협중앙회장의 연임에 찬성하고 있다.
앞서 국회 농해수위는 지난 11일 전체회의에서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을 의결했는데 개정안에는 농협중앙회장의 연임을 허용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현행법상 농협중앙회장의 임기는 4년 단임제이지만 연임을 한차례 허용하자는 것이다.
문제는 법 시행 후 선출되는 회장부터 연임할 수 있다는 규정이 없어 현 이성희 농협중앙회장도 연임할 수 있는 길을 터놓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지난해 개정안이 몇 차례 제출될 때부터 '셀프 연임법'이라는 비판이 꾸준히 나온 배경이다.
과거 농협중앙회장의 연임이 가능할 당시에는 모두 연임에 성공했고 연임한 농협중앙회장 4명 중 3명이 배임과 횡령, 뇌물 등의 비리로 유죄 판결을 받는 곡절을 겪었다.
실제로 첫 민선 회장이었던 한호선 회장은 비자금 조성 혐의로 구속됐었고, 이후 회장이었던 원철희 회장도 같은 혐의로 구속됐다. 다음 회장이었던 정대근 회장 역시 뇌물수수 혐의로 임기 중 구속됐다. 최원병 회장은 사전 선거운동을 했다는 의혹을 받은 바 있다.
이처럼 농협중앙회의 잇단 사법처리에 '제왕적 권력'이 한몫을 한 것으로 판단한 정부의 주도로 농협중앙회장의 임기는 지난 2009년 단임제로 변경됐다.
지난 11일 관련 법안이 상임위 전체회의를 통과하면서 14년 만에 연임제 전환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농협중앙회장의 연임 규정에 대해 찬반 논란이 있지만 다수의 농협조합원들은 연임에 반대하는 입장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반대 측 입장에선 연임제가 도입될 경우 수백조 원의 자산과 수십 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농협중앙회장 제왕적 권력이 비대해질 것을 우려한다.
더구나 내년 1월 농협중앙회장 선거를 앞두고 연임제가 현직 회장에 소급 적용되는 것에 대한 특혜 논란까지 불거지고 있다.
반면, 찬성 측은 연임을 길을 터 줘서 중앙회장의 업무수행 연속성과 책임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호남 출신으로 농해수위 소속인 김승남(고흥,보성,장흥,강진) 의원, 주철현(여수시갑) 의원, 서삼석(영암,무안,신안) 의원, 윤재갑(해남,완도,진도) 의원, 이원택(전북 김제,부안) 의원은 농협중앙회장 연임에 찬성하며 해당 법안의 발의에 참여했다.
호남 출신 농해수위 소속 의원 7명 중에서는 신정훈 의원(나주,화순)과 윤준병 의원(전북 정읍,고창)만 반대하고 있다.
농해수위 소속 전체 19명 가운데 연임에 반대 입장인 의원은 신정훈, 윤준병 의원 이외에 국민의힘 안병길(부산 서구동구) 의원과 무소속 윤미향 의원 등 모두 4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은 '농협중앙회장 셀프 연임법 5대 불가론'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
안 의원은 "피감기관장에 대한 법을 두고 여야 각각에서 의견이 갈린 적은 없었다"면서 "국회가 농협중앙회장만을 위해 이토록 예외적이고 이례적인 입법권을 행사하는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직 회장부터 연임제를 소급 적용하는 것은 명백한 특혜이며 이대로 연임법을 통과시킨다면 현역 회장만을 위한 특혜를 부여하게 되고, 입법부의 형평성과 공정성에도 큰 오점을 남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정훈 민주당 의원도 "쌀값 폭락으로 많은 농민이 힘든 상황에서 기득권 강화가 그렇게 급하고 중요한 일인지 모르겠다"며 "만성적 비리라는 오명으로 남았던 농협중앙회장 연임허용법이 어떻게 농협의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통과될 수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신 의원은 또 "농협 중앙회장은 막대한 권한에 비해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자리이며 농협의 비리와 부정이 반복될 우려가 커질 뿐 농협의 개혁과는 정 반대로 가는 것이다"고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지난 농해수위 법안소위 회의에서는 입법 로비 의혹까지 거론됐다. 민주당 윤준병 의원은 소위 법안 통과에 반발하면서 정치권에 돌았던 농협 측의 ‘입법 로비’ 의혹을 제기했다.
윤 의원은 "입법 로비를 위해서 (농협)중앙회 기획실을 통해서 비자금을 조성하고, 국회의원 등에게 농협 지역본부장을 시켜 로비 자금을 전달하고 있다"며 "로비 대상 의원 명단은 중앙회 기획실에서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농해수위 법안소위원장인 김승남 민주당 의원은 당시 극명한 반대 의견에도 거수 표결에 부쳐 해당 안건을 통과시켰다.
한편, 상임위에서 통과된 농협법 개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 통과 절차가 남아있다. 이번 개정안에는 무제한 연임이 가능했던 농협 비상임 조합장을 최대 2번까지만 연임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forthetrue@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