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비엔날레 '박서보예술상' 폐지…후원금은 반납


광주비엔날레재단 "미술계로부터 다양한 의견 청취"
상 폐지에도 광주비엔날레 역사적 유산으로는 남아

10일 광주비엔날레 재단은 박서보예술상을 폐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1회 수상자가 있는 만큼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한 고민은 깊어지게 됐다. 아래 사진은 박서보예술상 1회 수상작인 엄정순 작가의 코없는 코끼리 / 더 팩트 DB

[더팩트 l 광주=나윤상 기자] 광주비엔날레 '박서보예술상'이 결국 폐지된다.

광주비엔날레재단은 10일 이사회를 열고 '박서보예술상'을 폐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광주비엔날레재단은 "박서보예술상의 향후 운영 방향에 대해 미술계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청취했다"며 "이미 지급된 시상금 10만불을 제외한 나머지 90만불의 후원금은 기지재단에 반납한다"고 설명했다.

광주비엔날레재단은 지난 4월 5일 제14회 광주비엔날레 프레스데이에서 기지재단의 100만불을 후원받아 후배 예술가에 대한 지원 취지로 '박서보예술상'의 제정을 알렸다. 100만불은 1회 시상금 10만불 기준으로 총 10회분의 상금이다.

하지만 젊은 작가들을 중심으로 박서보예술상에 대한 보이콧 움직임이 일었다.

개막식이 열린 6일에는 서울에서 활동하는 작가 3명이 1인 시위를 통해 "또 다른 영웅작가 만들기가 필요한가"라며 상의 폐지를 주장했다.

이후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은 성명을 통해 "박서보는 권력에 아부하고 사회문제를 등한시한 권력자"라고 비판하며 "개인 돈으로 상을 준다면 모르지만 광주비엔날레 이름으로 상을 주는 것은 비엔날레의 가치와 광주시민의 명예를 훼손하는 일"이라고 반대 의사를 밝혔다.

광주비엔날레재단 측은 "박서보 화백의 기부는 한국미술의 진흥과 문화 창달에 이바지하는 것"이란 입장을 고수했지만, 예술계의 반발과 공청회 없이 이사회 결정만으로 상을 제정한 것에 부담을 느껴 결국 폐지를 결정했다.

다만 박서보예술상의 폐지로 모든 갈등이 봉합된 것으로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박서보예술상은 이미 1회 시상식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1회 수상자는 엄정순 작가로 이번 광주비엔날레에는 설치 작품 '코없는 코끼리'를 출품했다.

또 광주비엔날레재단 측이 1회 수상자에 대한 시상금 10만불을 제외하고 나머지를 기지재단 측에 반환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박서보예술상은 광주비엔날레의 역사적 유산으로 남게 됐다.

박서보예술상 폐지에 앞장 섰던 지역 예술가는 "박서보예술상의 폐지 소식은 너무 반갑고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이미 수상한 기록은 수상작가가 시상금을 반납하더라도 삭제되지 않은 만큼, 현대미술의 담론을 발전시킨 것으로 봐야하지 않을까"라는 의견을 냈다.

광주비엔날레재단은 "(지급된 시상금에 대해서는) 아직 그 부분까지 검토하지 못했다"며 "상이 폐지된 만큼 이제 수상자에 대한 부분도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kncfe0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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