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식탁이 위험하다. 지난 2011년 3월 일본 원전 폭발 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현을 비롯해 인근 아오모리·이와테·미야기·이바라키·치바현과 우리나라를 왕래하는 선박 내 평형수를 통해 2017년 9월부터 2019년 7월까지 2년여 동안 총 128만톤의 바닷물을 대한민국 항만에 방류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까지 방류된 해수는 파악조차 힘들 지경이다. 여기에 매일 부산국제항을 통해 들어오는 일본 활어차와 활어차에 실려 온 바닷물과 어패류, 해산물은 안전한가? <더팩트>는 밀착취재를 통해 일본 활어차가 들여온 해수와 해산물이 과연 어떻게 우리 식탁에 오르는지 실태를 파악했다. <편집자주>
[더팩트ㅣ이민 기자, 김채은기자, 김은경 기자] 한국 정부가 지난 1960년 당시 쓸 만한 활어차가 부족해 활어 운송이 원활하지 않자, 일본 활어차의 국내 통행을 허가해 준 뒤 꾸준히 증가한 일본 활어차는 매일 오전·오후 2차례, 연간 2500여대가 국내 도로를 종횡무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방사능 검사는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29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매일 아침 8시와 오후 7시, 2번에 나눠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을 통해 일본 활어차들이 일본 바닷물과 해산물을 가득 싣고 한국 땅을 밟는다. 2021년 2159대, 2022년 2540대였다. 올해는 이보다 더 증가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그러나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 이후 더욱 강화해야 할 방사능 검사는 형식적이라는 표현이 아까울 만큼 아주 간단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설치한 방사능 검지기는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일시수출입차량검사장 출구 게이트 단 1곳에만 설치돼 있다. 이마저도 일본 활어차들이 통과하는 시간은 10~30초 정도로 고속도로 하이패스처럼 차량이 이동해 통과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말 그대로 ‘초간단 하이패스 방사능 검사’라 불리는 이유다.
한국수력원자력 한울원자력본부의 한 방사능 전문가는 "방사능 검지기는 광물·고철·시멘트· 폐석탄재 등에서 나오는 방사성은 검출할 수 있지만, 일본 활어차가 싣고 온 해수와 멍게·가리비·치어 등 각종 해산물에 대해선 크기가 작아 검출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우려했다.
한 수산물 수입업자는 "활어차의 수산물 검역도 몇 개 수조만 랜덤으로 표본만 채취하고, 이 또한 일본 활어차 운전기사가 지정한 표본만 들고 간다"고 귀띔했다.
일본 활어차들은 전국의 보세창고와 부산, 인천, 동해, 속초, 묵호항 등으로 일본산 해산물과 해수를 나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본에서 싣고 온 1대당 15톤의 해수를 우리나라 앞바다에 버리거나 국내 도로를 주행하면서 뿌리고 다니지만, 어떠한 단속이나 법적제재는 없다.
게다가 이들이 가져온 해산물은 세관 수입신고 시 수출국(일본)은 신고 대상이지만, 출하지(생산지)는 신고사항에 없어 수입 금지가 된 후쿠시마 원전 인근 바다에서 잡힌 해산물을 일본이 선적할 때 조작하면 걸러낼 방법은 전혀 없는 실정이다.
다만 식약처는 세관신고된 수산물 전체에 대해 EU나 미국 기준치보다 10배 이상 강화된 100베크렐로 기준으로 검역을 강화해 방사능 정밀검사를 하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활어차의 방사선 검지기 통과속도는 문제없고, 배경준위의 1.2배가 넘어야 경보가 울리지만 활어차의 해수가 이보다 낮은 수준이라 통과된다"며 "분기별 활어차 수산물 샘플 분석결과를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산시 국제수산물 유통시설관리사업소 관계자는 "해수 방류는 단속권이 없어 지도만 하고, 육지나 도로에 버리면 경찰이, 바다에 버리면 해양경찰이 단속해야 한다"면서 "방사능 검지기는 원자력안전위원회 담당"이라고 책임을 떠넘기기 바빴다.
한편 강원도 동해시는 중소기업 옴부즈만과 해양수산부 등 관계기관과 협력해 현재 부산항에서만 가능한 활어차 수입 통관을 동해항에서도 가능하도록 추진 중이다.
중소기업 관계자는 "일본에서 오는 수산물의 수입 통관은 먼저 부산항으로 가서 검사를 하고 육로를 통해 다시 동해로 이동하고 있다"면서 "불필요한 물류비용을 지출하는 등 애로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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