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관측 이래 최장, 최악의 가뭄으로 인해 전남도내 물부족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오는 5월 초까지 큰 비가 오지 않으면 전남도민과 광주광역시민들은 제한 급수에 따른 불편을 감내해야 할 형편이다. 특히 전남 동부권 여수국가산단과 포스코를 비롯한 광양국가산단내 기업들도 공장 가동 중단이라는 위기상황에 놓여있다. 전남동부권인 여수, 순천, 광양 등 3개 시의 경우 대규모 공단을 끼고 있는데다 기업체 수는 해마다 늘어나면서 공업용수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때문에 식수로 쓰이는 생활용수는 물론 공업용수 확보가 지역의 최대 현안이 되고 있다. 하지만 물 문제를 관장하는 환경부와 수자원공사의 물 부족 상황에 대처는 언발에 오줌누듯 단기 대책에만 매달릴 뿐 큰 그림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더팩트>는 물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대책을 모색하기 위해 현 상황과 공단과 정부의 소극적 대응 등을 3회에 걸쳐 시리즈로 연재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순천,여수,광양=유홍철 기자]
◇ 물 부족 재난 인식 부족
물 부족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 상시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지만 정부 차원에서 아직까지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우선 물 부족을 재난으로 인식하지 않기 때문이라 지적이 많다.
다시말해 태풍, 홍수 등의 재난의 경우 재산과 인명 피해 상황이 눈앞에 전개되기 때문에 긴급재원과 물자를 투입하면서 재발 방지를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이에 반해 가뭄이나 물 부족은 당장 재산과 인명피해가 눈에 보이지 않고 피해양상이 장기적으로 나타나는 특성을 보인다.
이 때문에 ‘근복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말만을 되풀이 하다가 5일 남부지방에 100mm 안팎의 상당한 량의 비가 내리면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해 지고 정권이라도 바뀌면 흐지부지 되는 일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물 부족에 대한 항구적인 대책 없는 일차적 요인이 여기에 있다는 지적이다.
◇ 단기 임시변통...언발에 오줌누기
정부가 물 아껴쓰기 운동을 주도하고 각 지자체들은 20% 물 절약 현수막을 걸고 시민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일선 지자체들은 물을 전년 동월 대비 10% 줄여쓰는 가정에 수도요금을 감면해주는 정책을 내놓고 있다.
물 소비가 많은 여수와 광양 산단에서도 공장 보수 일정을 조정해 가며 물 부족에 대처하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다.
수자원공사가 여수,순천,광양 등 동부권에 용수를 공급하는 양은 모두 94만톤(2022년 2월 기준)이다.
이 중 산단에서 쓰는 공업용수가 73만톤으로 78%를 차지하고 나머지 21만톤(22%)만이 동부권 시민들의 생활용수로 사용되고 있다.
이들 국가산단내 대형 공장들이 보수 시기를 기존보다 더 앞당겨서 공장 가동을 부분적으로 멈추는 것만으로도 하루 평균 3만여t까지 공업용수 사용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대형 공장들의 가동 조정으로 다소의 물 절약 효과를 보고 있지만 이는 근본적 해결책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 다급하게 쏟아지는 대책
남부지방의 물 부족 문제가 사회문제가 되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개막식에 참석에 앞서 순천시 주암조절지댐(상사댐)을 방문하여 가뭄 상황을 점검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에앞서 지난달 3일 남부 가뭄에 언급하면서 "환경부는 추가적인 비상 상황이 발생한다면 섬진강 본류 하천수를 끌어다 (여수·광양) 산단에 공업용수 공급을 추진하는 등 예비 방안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의 이같은 지시에 대해 섬진강에서 재첩을 통해 생계를 이어가는 하동과 광양어민들의 반감을 사고 있다.
이들은 현재 섬진강에서 하루 40~50만톤을 끌어다가 수어댐을 채우고 광양과 여수산단에 물을 공급하는 마당에 추가적으로 끌어다 쓴다는 것은 현실을 모르는 얘기라는 불만이다.
극심한 가뭄으로 섬진강 물줄기가 쪼라든 판에 추가로 끌어다 쓰면 섬진강 하천수가 고갈돼서 재첩의 씨가 마른다며 현실화 될 경우 조직적 저항의지를 밝히고 있다.
주암댐 물에 생활용수 대부분을 의존하고 있는 광주시는 주암댐 고갈 위기 속에서 스마트워터그리드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주암댐에서 32㎞ 떨어진 보성군 겸백면에 있는 발전소는 가동을 멈추더라도 섬진강 지류인 보성강을 통해 주암호로 끌어온다는 계획이다.
광주 인근 장성호, 담양호의 경우 비록 농업용수이지만 가뭄 중에도 엄청난 양의 물을 담고 있다.
광주시는 장성호와 담양호에서 하루 1만∼2만t 정도를 끌어와서 정화 절차를 거쳐 하루 필요 용수량인 5만t은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 포스코 등 자체 수원 확보 의무화 해야
상사댐과 수어댐 물의 하루 공급분 약 94만톤의 78%인 73만톤을 소비하는 전남 동부권 산업단지 내 포스코와 현대제철, LG화학 등 대형 공장들의 자체 물 확보 노력이 시급하다.
이들 공장들은 해수담수화와 하수와 폐수 재이용 물을 사용하는 등의 자구책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들은 그동안 자연수인 댐 물을 톤당 233원에 수자원공사를 통해 공급받고 있다.
자연수 대신 공공하수재이용 물을 쓸 경우 톤당 500원 선으로 비용이 두 배로 상승하고 해수담수화 물을 이용할 경우 톤 당 1천원 선으로 비용이 급증한다.
해마다 막대한 부를 축적하면서 직원들의 복지에 물쓰듯 하고 있는 이들 대기업들이 자연수인 댐 물에 의존해 온 이유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제는 그동안의 타성을 벗고 ESG를 실천함으로써 진정성 있는 지역사회에 공헌해야 할 차례라는 비판과 충고가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11월30일 반도체 화성캠퍼스에서 환경부를 비롯해 화성·수원·용인·평택·오산시, 한국수자원공사, 한국환경공단 등과 ‘하수처리수 재이용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사실이 본보기가 될 수 있다.
삼성전자가 5개 시의 공공하수 처리로 공급받는 공업용수 양은 하루 약 47만 4천t에 달하고 반도체 사업장에서 필요한 초순수 공업용수로 처리해 삼성전자 기흥·화성·평택 사업장에 공급하게 된다.
◇ 환경부, 산자부, 지자체 '각성해야'
전남동부권 대기업들도 삼성전자처럼 자발적인 공업용수 확보 노력이 아쉬운 형국이다.
환경부와 산자부는 이들 대기업들이 수원 확보를 유인책의 일환으로 물 소비가 많은 기업들에게 공업용수 확보 의무제를 시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예를들면 5년 내에 50%를, 8년 내에 70%까지 필요한 물을 자체적으로 확보토록 법제화 하는 것 등이다.
율촌산단에 들어서고 있는 포스코케미칼, 리튬솔루션, HY클린메탈 등 2차전지 양극제 또는 전구체 관련 업체들 등 물 수요가 많은 기업들의 경우 필요 수량의 50% 이상 또는 전량 확보를 공장 허가 또는 가동의 전제 조건으로 내세울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공장들의 입장에서는 일종의 과도한 규제나 준조세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현재의 기후변화와 가뭄 추이를 감안하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실정이다.
수자원공사의 경우도 산단에 공급하는 공업용수 값을 올려서라도 대기업들의 자연수 의존도를 낮추고 시민들에게 그만큼의 혜택이 돌아가도록 함께 노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선 시군 지방자치단체들도 그냥 버려지는 생활하수를 재이용하는 사업에 적극 동참하는 의식전환도 시급한 실정이다.
이번에는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서 일회성 대책이 아니라 항구적 대책을 내놓고 실천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기획] 전남동부권 물부족 비상① ... 주암댐과 섬진강이 말라간다
[기획] 전남동부권 물 부족 비상② ... 여수산단과 포스코 ‘물 먹는 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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