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반지까지 챙겼다"…인왕산 산불에 인근주민 하루종일 '덜덜'

서울 종로구 인왕산에서 2일 오전 산불이 발생해 매캐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독자 제공

[더팩트|최문정 기자] "집 뒤가 바로 인왕산이라 실시간으로 위기감을 느꼈습니다. 애들 돌반지까지 챙겼다가 (화재가 어느 정도 진압된) 오후 4시가 돼서야 짐을 풀었어요." (인왕산 인근 주민 조모씨)

서울 종로구 인왕산에서 2일 발생한 산불에 인근 주민들이 하루종일 마음을 졸였다. 모처럼 미세먼지가 없는 화창한 봄날이었지만, 주민들은 매캐한 산불연기가 들어올까 창문을 꼭꼭 닫고, 불을 끄러 오가는 소방 헬기를 걱정스런 마음으로 바라봤다.

서울 인왕산에서 2일 오전 산불이 발생한 가운데, 불길이 타오르고 있다. /독자 제공

소방당국에 따르면 화재는 이날 오전 11시53분께 인왕산에서 발생했다. 해당 장소는 종로구 부암동 인근이다. 해당 지역은 지난 1일 오전 10시를 기해 기상청 건조경보가 발령될 정도로 바싹 말라있는 만큼 블은 빠르게 번져나갔다.

소방당국은 화재 발생 인지 직후 대응 1단계를, 낮 12시 51분을 기점으로 대응 2단계를 각각 발령하며 대응에 나섰다.

만발한 봄꽃을 보러 산행길에 올랐던 주민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서울시 서대문구 홍은동에 거주 중인 김모씨는 "만개한 봄꽃을 보러 백련산에 올랐다가 매캐한 연기에 깜짝 놀라 휴대전화를 확인해보니 인근 인왕산에서 산불이 난 것을 확인했다"면서 "덜컥 겁이 나 홍제동 인근에 사는 이웃에게 안부 전화를 걸었다"고 털어놨다.

서울시 종로구 경복궁에서 2일 인왕산 산불로 인한 연기가 보이고 있다. /독자 제공

봄을 맞아 모처럼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경복궁을 찾았던 김미란씨도 근정전 뒷편으로 솟아오른 불길에 놀란 마음을 달래야 했다.

불길이 능선을 타고 번지면서 인왕산 인근 주민들은 하루종일 두려움에 떨었다. 인근 아파트에 거주 중인 김모씨는 "하루 종일 집에서 산불 연기와 불 끄러 오가는 소방헬기의 모습이 보였다"면서 "거대한 연기 기둥에 비하면 헬리콥터는 마치 장난감처럼 작아 보여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다른 아파트에 거주 중인 권모씨도 "불길이 산을 넘어 오는 것이 보이는 데 정말 무서웠다"고 말했다.

소방헬기가 2일 서울시 인왕산에서 발생한 산불을 진화하기 위해 물을 뿌리고 있다. /독자 제공

소방당국에 따르면 현재까지 확인된 인명피해는 없지만, 인근 120가구 주민이 인왕초등학교, 홍제2동 주민센터, 홍제3동 주민센터, 경로당 등으로 대피했다.

이번 화재로 현재까지 축구장 32개 면적에 이르는 임야 0.23㎢가 소실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불은 70~80% 진화된 상황이며, 소방당국은 일몰 전까지 화재를 진압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정윤교 종로소방서 행정과장은 "화재 초기부터 종로구, 은평구, 서대문구 이렇게 3개 지역에 대해 민간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초기에 방어선을 구축한 뒤, 총력 대응했다"며 "현재까지 인명피해는 없지만 화재 발생 당시 연기가 많이 발생해 주변에 있던 민간인들을 대피시켰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소방 437명, 구청, 경찰, 군 534명 등 총 2458명이 동원됐다"며 "장비는 헬기 15대와 소방차 펌프 등을 동원해 연소 방지와 진압 활동을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종로구 부암동 주민센터 인근에 꾸려진 산불 통합 대책본부에서 관계자들이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최문정 기자

윤석열 대통령도 이날 산불이 발생한 상황을 보고 받고 "산림청과 소방청을 중심으로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산불진화와 예방에 총력을 다하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행안부, 국방부 등 관계부처는 유관기관의 헬기, 인력 등 가용자원이 지원될 수 있도록 협력체계를 가동하라"고 당부했다.

munn09@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