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원 "518 학살 주범은 할아버지 전두환"


피해자, 유족들 "우원씨 커다란 고뇌어린 결단...518 진실규명 이어지길"

31일 광주를 찾은 전우원 씨가 5·18 학살의 주범은 할아버지 전두환 이라고 말하고 죄인을 품어준 광주시민들에게 감사드린다며 가족을 대신해 사과했다/ 광주 = 나윤상 기자

[더팩트 l 광주=나윤상 기자] 31일 오전 광주 5⋅18기념문화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전우원 씨가 "5·18은 학살이고 그 주범은 할아버지 전두환" 이라며 "광주시민에게 사죄하러 왔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날 기자회견장에 9시 45분 쯤 입장한 전우원 씨는 관계자들과 10여 분 정도 간담회를 갖고 기자회견장에 들어섰다.

5·18 피해자 및 유족, 관련자들이 함께 한 전우원 씨는 "양의 탈을 쓴 늑대들 뒤에 숨어 항상 제 죄를 숨기고 알고 있음에도 저에게 피해가 있을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회피하면서 살아왔다" 고 울먹이며 "오히려 광주시민들이 따뜻하게 반겨주시고 사람으로 봐 줘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고 말했다.

전 씨는 시종일관 고개를 숙이고 눈을 들지 못하는 등 "죄인"이라는 표현을 수시로 써가며 진정어린 모습을 보였다.

이어 사죄하는 이유에 대해서 "하느님 앞에서 항상 떳떳하고 싶어서 였다" 며 "사죄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준 광주시민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5·18의 진실을 알고 나서 할아버지와 이런 이야기를 한 적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전씨는 "있다고 하면 있고 없다고 하면 없다고 할 수 있다" 며 "어렸을 때 궁금해서 아버지와 할아버지께 물어봤지만, 광주 이야기만 나오면 주제를 회피하거나 518은 폭동이고 가족들은 피해자라고 들어왔다" 고 말했다.

518 당시 시민군으로 총상을 입었던 김태수 씨는 "악마 같은 전두환의 손자가 광주를 찾아줘서 고맙다" 고 말했다.

또한, 80년 당시 고등학생 신분으로 도청에서 산화한 고 문재학 열사 어머니 김길자 씨는 " 이런 큰 결정을 한 것에 괴로움이 있었을 것" 이라며 "그 고통의 결단에 감사한다" 고 말했다.

전우원씨의 사죄하는 모습을 보고 오열하는 유족 / 광주 = 나윤상 기자

기자회견이 이뤄지는 동안 반대편 청중석에 있던 유족들은 오열을 하기도 했다.

청중석에서 기자회견을 경청하고 있던 유족 중 한 명은 "42년이 지나서야 사죄를 받게 됐다" 며 "그동안 얼마나 많은 한이 쌓여 분통했는지 모른다" 며 오열하며 부르짖자 주변의 유족들이 눈물을 훔치는 모습도 보였다.

자리를 함께 한 5·18관련단체들은 "518 진상규명과 국민화합에 도움이 되는 것이 바람"이라고 말하며 "우원 씨가 쉽지 않은 결정을 해준 것처럼 숨어있는 증언자들이 광주의 진실을 알려주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후 전 씨는 오열했던 유족들과 포옹하며 감사와 용서의 장면을 보였다.

이어, 관련자들과 함께 기념재단 뒤편에 있는 승화추모기념관에서 5·18유공자 명단을 보고 추모의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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