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제주=허성찬 기자] '제주4.3사건은 대한민국 건국을 반대하며 김일성과 남로당이 일으킨 공산폭동이다!'
제75주년 4.3추념식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도내 80여곳에 이와같은 현수막이 게재되며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형국이다.
우리공화당과 자유당, 자유민주당, 자유통일당, 자유논객연합 등은 지난 21일 위와 같은 내용의 현수막을 도내 80여곳에 게재했다.
추념식을 불과 2주 앞두고 게재된 현수막은 여전히 치유되지 않은 4.3의 아픔을 간직한 제주도민들에게 또다른 상처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
지난해 개정된 옥외광고물법에 따라 정당이 통상적인 활동으로 보장되는 정당의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에 대해 현수막을 게재하는 경우 허가·신고 대상이 아니여서 지자체 차원의 철거 또한 불가능하다.
이에 제주도는 도선관위에 이같은 내용의 현수막을 통상적인 정당활동이 맞는지에 대한 공문을 접수했지만, 도선관위는 '통상적 정당활동이다'는 취지의 답변을 보내왔다.
사실상 현수막들에 대한 행정대집행은 불가능해진 상황이다.
현수막에 대한 도내 정당과 시민사회단체은 잇따라 성명 등을 통해 강력 반발하고 있으며 오영훈 제주지사 역시 SNS를 통해 국회 차원의 대책(법 개정) 및 윤석열 대통령의 4.3추념식 참석으로 관련 논란 종결을 요청했다.
4.3유족회 등은 23일 기자회견을 갖고 현수막을 건 정당들에 대한 명예훼손 고발을 검토하고 있다고 시사했다.
또한 제주도와 도의회, 도교육청 역시 이날 공동선언문을 발표하며 4.3왜곡 방지를 위한 제도 마련을 촉구했다.
공동선언문에는 "제75주년 4.3희생자 추념식을 앞둔 시기에 4.3이 맹목적인 이념사냥의 표적이 되고 있다"며 "4.3의 아픔과 고통은 70여년 전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도 난무하는 증오와 적대는 4.3을 통한의 과거로 끌어내리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은 국가수반으로서 추념식에 참석해 국민의 통합을 이끌고, 낡은 이념의 갈등을 종결시켜 달라"며 "국회도 4.3의 진실을 가리고 사실을 왜곡하는 일이 없도록 제도 마련에 힘써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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