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석]산불 집중 3월에 '제주들불축제' 필요하나…


오름 불놓기 하루 전 행사 취소 발표…제주시 늦장대응 비판
기후위기 시대 역행 지적도…시기 재조정-존폐 목소리 확산

전국적 산불이 집중되는 시기인 3월에 제주들불축제를 개최해야 하는지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되며 축제 존폐 목소리까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2019 제주들불축제 당시 화산쇼와 오름불놓기 모습이다./제주시

[더팩트ㅣ제주=허성찬 기자] 제주 전통 목축문화인 방애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제주의 대표 축제 중 하나인 '제주들불축제'.

새별오름의 한면인 30만㎡(축구장 42개 넓이)를 불태우는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오름 불놓기'는 축제의 하이라이트로 커다란 오름을 따라 붉은 불꽃이 일렁이는 모습은 가히 장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우수축제로 지정되며 매해 30만명이 찾는 들불축제가 시기 재조정을 넘어 존폐 목소리까지 높아지고 있다.

첫째 이유는 축제 개최 시기의 문제다.

특별자치도 출범 이전 북제주군 당시 음력 정월대보름 시기에 맞춰 2월에 개최되던 제주들불축제는 특별자치도가 출범한 뒤 2013년부터 3월 개최로 시기를 옮겼다.

2월의 애월읍 봉성리 새별오름은 기온도 기온이거니와, 강풍으로 인해 오름불놓기 진행이 쉽지 않았던 탓이다. 실제 강풍과 폭설 등으로 정해진 날짜에 불을 놓지 못하고 연기되기 일쑤였다.

하지만 3월은 건조해 최근 몇년새 산불이 집중 발생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실제 지난해에는 동해안 산불 여파로 비판여론에 직면하며 오름불놓기가 취소된 바 있다. 올해 역시 육지부에 매일 10~20여건의 산불이 발생하며 정부가 산불재난 국가위기경보 '경계' 단계를 발령함에 따라 4년만에 정상개최됐지만 오름불놓기 행사는 취소됐다.

특히 이 과정에서 제주시가 오름불놓기 행사 취소를 바로 전날인 10일에 알리며 늦장 대응이라는 비판 역시 받았다.

제주들불축제 듬돌들기 경연대회 모습./제주시

둘째 이유는 기후위기 시대에 대한 역행이다.

제주들불축제를 반대하는 시민들은 "기후재난의 현실에서 가축 방목을 위해 풀을 태워 해충을 구제하는 전통의 방애를 축제로 재현한다는 것은 폭우 속에서 휘발유를 들이부어 불을 내는 이유가 될 수 없다"며 "전통이니 축제니 아무리 둘러대도 자연을 학대하고 재난을 부채질하는 행위의 본질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며 반발하고 있다.

그러면서 "오름 훼손, 생태계 파괴, 발암 물질, 토양 오염, 지하수 오염 등의 산적한 문제와 함께 탄소배출을 늘리는 퇴행적 축제는 과감히 폐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계속된 비판여론에 도정의 책임자인 오영훈 제주지사도 도정현안 공유 티타임에서 "제주 날씨가 화창하고 안전한 축제 준비로 괜찮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기후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산불·폭설·폭우·한파 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대한민국이나 아시아, 세계적인 분위기는 다르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며 "들불축제 만이 아니라 모든 사안에 걸쳐 우리끼리 살아가는 세상이 아니라는 걸 계속 확인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사실상 들불축제의 발전방향에 대한 논의를 지시한 셈이다.

과거 북제주군 시절부터 올해로 26돌을 맞이한 제주들불축제. 그간 제주의 관광에 그 무엇보다 효자 역할을 해왔다고 부인할수는 없지만 굳이 '해야 하는지…', '하더라도 3월에 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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