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범기업 책임 벗겨준 정부 배상안…강제동원 피해자 지원 日양심세력들 ‘허탈’


광주 온 다카하시 마코토 소송지원회 대표 “폭풍속에 조각배로 남은 심정” 토로

36년여 세월 동안 조선인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운동을 펼쳐온 나고야 소송지원회 다카하시 공동대표가 9일 광주 기자회견에서 윤 정부 배상안 발표로 폭풍속에 조각배로 남은 심정이다고 허탈감을 토로했다./광주=나윤상 기자

[더팩트ㅣ광주=박호재 기자] 전범기업과 일본 정부의 책임의 굴레를 벗겨준 정부의 일본 강제동원 배상안 발표로 실의에 젖은 이들이 많다. 피해자 할머니들은 물론 이들을 돕는 시민단체, 그리고 배상과 사과를 촉구하며 오래도록 시민운동을 펼쳐온 일본 내 양심세력들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인물은 나고야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지원회(이하 소송지원회)의 다카하시 마코토 공동대표이다.

전직 역사교사인 다카하시는 36년 전 미쓰비시 강제동원 자료를 살펴보고 당시의 참혹한 실태를 확인한 후, 1988년 처음으로 피해자 할머니들이 살고 있다는 광주에서 직접 피해 할머니들의 얘기를 들었다.

그날 이후 다카하시 대표는 자신의 삶을 미쓰비시 강제동원 조선인 피해자 돕는 일에 바쳐왔다. 2007~2008년까지 이어진 배상 소송, 2010~2012년 2년 동안 미쓰비시를 상대로 한 힘겨운 교섭의 중심에 늘 다카하시 대표가 있었다.

일본인인 다카하시 대표의 배상투쟁은 같은 국민인 일본인들의 질시와 지탄을 받으며 펼칠 수밖에 없었기에 더욱 힘들고 모진 시련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다카하시 대표는 이에 굴하지 않고 법정 투쟁과 미쓰비시 상대 규탄 집회를 뜻을 같이 하는 양심세력들과 함께 꾸준히 이어갔다.

성과도 적지 않았다. 2007년과 2008년 고등재판소와 최고재판소에서 잇달아 패소했지만, 2008년 최고재판소에서 ‘강제연행, 강제노동, 임금미지급 등의 불법행위가 인정된다’는 판결문을 이끌어냈다.

2020년 6월 나고야 미쓰비시 본사 압에서 507회 째 금요집회를 열고있는 나고야 소송지원회 회원들./더팩트 DB

이를 동력으로 다카하시 대표는 2010년 도쿄에서 미쓰비시를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냈다. 그때부터 2012년 2월까지 16차례의 지난한 교섭이 이어졌다. 2012년 7월 교섭은 결국 결렬됐지만 ‘피해자들에 진심으로 유감’ ‘한국의 젊은 세대를 위한 장학금 지원’ 등의 미쓰비시 제안을 기록에 남길 수 있었다.

다카하시의 이러한 노력은 대법원까지 가서 원고측(피해자) 승소를 이끌어내는데 크게 기여한 게 사실이다.

미쓰비시의 배상금 지급 회피로 협상은 결렸됐지만 다카하시 대표는 그 이후에도 ‘금요행동’이라는 모임을 이끌며 미쓰비시 본사 앞에서 매 주 금요일 사과와 배상을 촉구하는 집회를 이어갔다.

무려 36년에 걸쳐 자신의 전 생애를 바치다시피 한 다카하시 대표의 노력은 전범기업과 일본 정부의 책임 굴레를 벗겨준 윤석열 정부의 ‘대위변제 배상안’ 발표로 수포가 될 위기에 내몰렸다.

황망한 뉴스를 접하고 9일 급거 광주에와 기자회견을 가진 다카하시 대표는 "폭풍속에서 조각배로 남은 심정이다"고 허탈감을 토로했다.

그러나 다카하시 대표는 포기하지 않고 투쟁을 이어갈 각오이다. 다카하시 대표는 "전범기업 과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한 피해자들의 싸움에 한국 정부가 나설 법적 자격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카하시 대표는 10일 다시 미쓰비시 본사 앞 521회 째 금요집회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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