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당시 아산 부역 혐의 희생자 본격 유해 발굴


성재산 방공호와 백암리 일대 집중 발굴 380여 구 매장 추정
국가기관차원 부역 혐의 희생자 유해발굴 처음

7일 아산시 배방읍 공수리 성재산 방공호 일원에서 ‘아산 부역 혐의 희생사건’ 유해 발굴 착수를 위한 개토제 가 개최됐다. 맹억호 유족 회장이 진실화해위원회 관계자로부터 지난해 발굴된 유골과 탄피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 아산=김경동 기자

[더팩트 | 아산=김경동 기자] 충남 아산에서 한국전쟁 당시 인민군 부역 혐의로 살해당한 민간인에 대한 유해 발굴 작업이 시작됐다. 국가기관 차원의 부역 혐의 희생자에 대한 공식 유해 발굴은 이번이 처음이다.

7일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아산시 배방읍 공수리 성재산 방공호 일원에서 ‘아산부역혐의희생사건’ 유해 발굴 착수를 위한 개토제를 개최했다. 개토제에는 맹억호 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자전국유족회 아산지역 유족회장을 비롯한 유가족과 김희영 아산시의회 의장, 진실화해위원회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제1기 진실화해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아산부역혐의희생사건’은 한국전쟁 당시 인민군이 충남 아산을 점령했던 1950년 9월부터 11월까지 인민군을 도왔다는 혐의로 당사자와 가족들을 온양경찰서 소속 경찰과 치안대(대한청년단·청년방위대·향토방위대·태극동맹)가 배방산(성재산) 방공호, 배방면 수철리 폐금광, 염치리, 대동리 일대에서 집단 살해한 사건이다. 특히 9·28 수복 시 부역 혐의를 받던 당사자를 중심으로 진행됐던 집단 살해는 1·4후퇴 때 그 가족까지 함께 살해했다.

현재까지 희생자로 확인된 사람은 남성 48명, 여성, 28명, 미상 1명 등 총 77명으로 진실화해위원회는 최소 800명에 이르는 사람이 희생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확인된 희생자 중 10세 미만 어린이도 14명인 것으로 드러났다.

7일 아산시 배방읍 공수리 성재산 방공호 일원에서 ‘아산부역혐의희생사건’ 유해 발굴 착수를 위한 개토제가 개최됐다. / 아산=김경동 기자

이날 개토제는 성재산 방공호와 백암리 일대서 사망한 민간의 유해를 발굴하고자 마련됐다. 앞서 지난해 5월 아산시와 아산유족회가 제1기 진실조사위원회의 조사를 바탕으로 한 시굴조사에서 유해 일부(2구)와 탄피가 확인된 바 있다.

이에 진실화해위원회는 해당 지역에 380여 구의 유해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올 상반기까지 1억5000만원을 들여 발굴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진실화해위원회 관계자는 "이번 유해 발굴은 희생자의 인권을 회복하고 국가의 정통성을 확립하는 중요한 과정"이라며 "아산 부역 혐의 사건 희생자들의 넋을 기로고 유해 발굴을 봉해 조금이나마 국가가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진실화해위는 올해 전국 7개 지역에서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유해 발굴 작업을 할 계획이다.

대상지는 △경기 안성시 보개면 기좌리(안성 국민보도 연맹사건) △충남 서산시 갈산동(서산 부역혐의 희생 사건) △충남 아산시 염치읍 백암리(아산 부역혐의 희생 사건) △충북 충주시 호암동(충북 국민보도연맹 사건) △경남 진주시 명석면 관지리 삭평마을 인근(진주 국민보도연맹 사건) △대구 달성군 가창면 용계리(대구 국민보도연맹 사건·10월 항쟁 희생 사건) 등이다.

7일 진실화해외원회와 유족들이 아산시 배방읍 공수리 성재산 방공호 일원에서 ‘아산부역혐의희생사건’ 유해 발굴 착수를 위한 개토제를 진행했다. / 아산=김경동 기자

thefactcc@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