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석] 광주 군공항 이전..."하자는 건가?" "말자는 건가?"

전남 함평군청 전경 / 함평군

[더팩트 I 함평=이병석 기자] "‘맞짱토론’쯤은 아니지만 지역의 현안에 대해 군수와 지역민이 허심탄회하게 소통했던 시간이었다"

행사를 준비했던 공무원은 이렇게 자평했다.

지난 2일까지 일주일여 이어진 전남 함평군의 ‘군민과의 대화’에 누구나 예상하듯 최대 관심사는 단연코 ‘광주 군공항 이전’이었다.

광주 군공항 이전사업은 광주전남 지역의 모든 이슈를 압도하는 거대 담론이다.

관련 질문은 어김없이 나왔고 그때마다 높은 관심 속에 이목이 집중됐다. 그 때문인지 답변자의 목소리가 유난히 도드라지게 들린다.

휘발성이 큰 질문이다 보니 당국자의 답변 토씨 하나하나가 미치는 파급 또한 적지 않다.

그렇기에 사안을 관장하는 당국의 입장은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일관성이 담보돼야 함에도 당국자의 답변은 ‘조변석개’식이었다.

이 기간 동안 광주 군공항 이전에 대한 지정 답변자로 나선 기획예산실 장 모 실장은 우왕좌왕 정제되지 않은 답변으로 궁금증 해소는커녕 불신만 가중시켰다.

중책을 맡은 후 처음 맞는 군민과의 대화 자리여서인지 함평군의 최고 기획통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했다.

오히려 3년 차 새내기 공무원인 군수의 요점만 추린 간명한 답변에 지역민들이 호응을 보냈다는 후문이다.

심지어 나산면에서는 장 모 실장의 명료하지 못한 장황한 설명에 보다 못한 군민이 지적하자 군수가 직접 마이크를 잡는 촌극도 벌어졌다.

이중 압권은 그간 군공항 이전 후보군에 오르내렸던 전남지역 지자체의 반응을 설명하는 대목에서 군수와 장 모 실장이 만들어낸 엇박자다.

장 모 실장은 "전남은 서로 반대하는 입장이다"는데 반해 군수는 "무안·영광·해남·고흥에서 기류가 크게 변하고 있다"고 상반된 주장을 폈다.

함평군의 컨트롤타워 격인 두 사람이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낸 것이다.

장 모 실장은 또 "우리군은 전남에서 두 번째로 면적이 작다. 군위는 우리군 면적의 두 배, 의성은 세 배가 넘지만 (의성군) 인구는 우리보다 적은 2만 2000명이다"고 강조했다.

"인구는 의성보다 많지만 면적은 군위·의성보다 두세 배나 작아 인구밀도가 높은 지자체인데 군공항 유치가 가당키나 하겠냐?"는 뜻으로 들렸다고 지역민은 지적한다.

여기에 더해 장 모 실장이 줄곧 일관되게 주장했던 내용 중 "찬성 주민이나 반대 주민 모두 행정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내용에 대해서도 반응이 탐탁지 않다.

지역민들은 "군민들끼리 진영을 갖춰 서로 싸우도록 부추기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리스크가 너무나 큰 사안이기에 관망만 하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하자는 건가?" "말자는 건가?"

군민과의 대화가 끝나고 행사장에서 나온 한 지역민이 내뱉는 역정 섞인 푸념이 어정쩡한 함평군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아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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