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제 시행 이후 민선 자치단체장이 소속 공무원 인사에서 지방공무원법을 준수하지 않고 인사 기준과 원칙이 무너진 사례가 종종 말썽을 빚어왔다. 그 중에서 전남도 광양시가 최근 1년6개월 사이에 단행한 인사에서 드러난 인사난맥상을 중심으로 그 실태와 문제점을 3회 연속해서 취재·보도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광양=유홍철 기자] 광양시 정인화 시장이 취임한 지난해 7월 이후 단행된 두 번의 인사에서 현 직위 재직 6개월만에 자리를 이동한 공무원은 5급(과장)과 6급(팀장) 공무원이 58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또 5급과 6급 공무원이 재직 1년만에 자리 바꿈한 공무원은 모두 33명으로 나타나 1년 이내에 전보된 중간 간부 공무원이 줄잡아 90여명이 넘는다.
이처럼 짧은 재직 기간 공무원을 이리저리 돌리는 인사는 지방공무원법 임용령 제27조 ①항 "임용권자는 소속 공무원을 해당 직위에 임용한 날부터 2년의 필수보직기간이 지나야 다른 직위에 전보할 수 있다."는 규정을 지키지 않는 명백한 위법 행정이다.
법 위반을 따지기 이전에 이같은 메뚜기 인사를 단행한 것은 인사권자의 인사가 잘못 됐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모양으로 비춰질 수 밖에 없다.
다시말해 인사권자와 그를 보좌하는 인사담당 부서가 계획과 원칙없이 그때 그때 임시방편으로 땜질식 인사를 했다는 방증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그렇다면 실정법을 무시하는 위법행위가 관가에서 버젓이 행해지는 이유가 뭘까?
몇 가지 요인이 지적될 수 있으나 우선 ▷처벌규정이 없는 지방공무원법의 한계 ▷형식적인 인사위원회 운영 ▷지방선거에 따른 논공행상이 빚은 부작용 등 각 요인이 개별적으로 작동하거나 이들의 복합적 작용의 결과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우선 지방공무원법에 2년 필수보직 기간을 어겼다고 하더라도 어떤 벌을 받게 된다는 처벌 규정이 없다는 맹점을 들 수 있다.
얼핏보면 인사권자의 재량행위를 일정부분 인정하는 취지로 이해할 수 있도 있다.
하지만 광양시 인사에서처럼 남용할 경우 인사질서 문란을 야기하고 인사의 난맥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법적 한계를 보완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같은 법적 한계를 치유하는 것과는 별개로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인사위원회 구성과 역할을 강화함으로써 법적 한계를 보완하는 것도 한 방법으로 제기된다.
광양시 인사에서 보듯이 2년 필수보직 기간을 지키지 않는 사례가 단지 몇 명에 그치지 않고 팀장과 과장급만 해도 60여명을 넘어서는데도 인사위원회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보면 지방공무원법 상의 인사위원회 조항의 개정,보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게 된다.
인사위원회에 ‘2년 이내 전보’ 건이 안건으로 올라오면 각 개별적 요인을 하나하나 인사 실무자가 설명하고 인사위원회가 각각 사안을 심의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
이 때문에 누구 이외에 몇 명을 한꺼번에 심의,의결하는 식으로 어물쩍 넘어가거나 심지어 안건으로 올리지도 않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인사위원회 구성상 외부에서 참여하는 법조인과 교수, 지역조직의 장 등은 인사 대상자와 관련 법에 대한 숙지되지 않는 상황이라 ‘잘 몰라서’ 거수기 역할에 그치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것이다.
또 내부 공무원 인사위원들은 문제점을 알고 있더라도 인사권자의 의중을 살피느라 입을 다물기 때문에 핫바지 인사위위원회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같은 제도적 한계도 문제이지만 선거 관련 논공행상에 따른 공로자 챙기기와 인사원칙 부재 등이 맞물린 현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와 관련,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당시 자기관리 부실과 건강문제로 불출마를 선언한 정현복 시장 세력이 선거 막판에 정인화 후보 지지로 돌아선 것이 정인화 시장 당선에 결정적 요인이 됐다는 설이 파다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이 정인화 시장 취임 이후 처음 시행한 지난해 8월16일자 하반기 정기인사에서 전임 정현복 측근들이 영전한 사례가 심심찮게 눈에 띄면서 정현복 시장이 일정 지분을 행사했다는 그럴싸한 얘기가 시청 안팎에서 회자됐다.
그 중에서 대표적인 사례가 정현복 시장의 심복으로 불리던 회계과장 P모씨가 일약 총무국장으로 승진, 6개월짜리 국장으로 발령된 사건이다.
P총무국장의 공로연수가 지난해 12월말로 예정돼 있었기에 당시 P과장의 국장 승진을 예상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고 한다.
더구나 어쩔수 없는 사정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초보 국장의 경우 비교적 중량감 덜한 국장급 사업소장으로 발령내던 통례를 깬 총무국장 발령은 깜짝 발탁이요 파격으로 받아들여졌다.
문제는 P국장 등을 둘러싼 파격인사는 곧 인사 난맥상의 불씨가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는 점이다.
공로연수를 앞둔 국장은 본인이 인사에 관여하지 않거나 윗선에서 인사관여를 배제하는 것이 통상 원칙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럼에도 P국장이 인사안을 들고 다니며 인사결제를 받는 등 상당히 깊숙이 개입, 인사원칙과 규정이 흔들리거나 지켜지지 않으면서 누더기 인사가 됐을 것이란 일각의 지적도 간과할 수 없다.
이 대목에서는 최종 인사권자인 정인화 시장의 공정인사 의지와 리더십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감지되고 있다.
행정고시 출신인 정인화 시장이 장흥부군수, 여수시와 광양시 부시장을 역임했고 국회의원을 역임한 베터랑 행정가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에서 인사행정에 삐걱거리는 모습이 의외라는 지적인 셈이다.
재직 6개월 후, 좀 더 길게는 1년 재직 후 다른 부서로 옮기기를 반복할 경우 창의적이고 적극적인 대시민 행정 서비스가 나올리 만무한 상황을 행정전문가 정인화 시장이 모를리 없다는 점에서 더욱 의아함을 자아내고 있다.
광양시장 취임 일성으로 ‘감동시대 따뜻한 광양’을 시정운영의 최우선 가치로 삼겠다는 정 시장의 의지와 철학이 시정에 녹아들어 발현될 수 있을 것인지 시민들이 우려섞인 시선으로 지켜보는 형국이다.
시민 P모씨는 "민원 때문에 시청을 방문하면 담당직원이 자주 바뀌거나 팀장과 과장이 한꺼번에 바뀌는 상황을 보게되는데 이럴 경우 민원내용을 다시 전부 설명해야 하는 등 답답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이어 "잦은 자리 교체는 공무원도 그렇지만 민원인도 황당하기는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인사권자가 알고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인사가 만사다"는 말이 있다. 이같은 인사 난맥상과 질낮은 행정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해당 자치단체 시민의 "몫"이 된다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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