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창원=강보금 기자] "며칠 전에는 트럭도 다 부수고 갔단 말이지. 조폭보다 더 무서운 놈들이야. 정말 나쁜 놈들이라고"
지난 1월, 노조의 횡포로 건설이 중단됐다며 호소하는 건설업자의 제보를 받고 찾아간 건설 현장에서 만난 관계자의 한탄이다.
사람 몸통보다 큰 바퀴가 달린 공사 차량은 흙먼지를 날리고 지면을 흔들며 옆을 지나간다. 쇠 두드리는 굉음이 울려 퍼지던 건설 현장 입구에 들어서니, 마침 점심시간을 맞은 인부들이 줄지어 식당으로 향하고 있다.
현장 입구 맨 앞 컨테이너로 만들어진 간이 사무실에서 나온 현장 인부에게 인사를 했다. 노조의 불법적인 행위로 공사가 중단된 곳을 찾아 왔다는 기자의 말에 그는 "그런 곳이 어디 한두 곳이겠냐"며 쓴 미소를 삼켰다.
건설이 중단됐다던 사무실 안에는 모두 점심을 먹으러 나갔지만, 사무실을 지키고 있는 사무원과 과장급의 인부가 맥없이 의자에 널려 있었다.
취재하기 위해 왔다고 밝힌 기자에게 모자로 얼굴을 가리고 잠을 청하려는 모습을 보였던 한 인부는 "이런 거 취재해서 뭐하느냐"며 불신의 마음을 비쳤다.
하지만 다른 사무직 직원은 "억울해서 정말 화가 난다"며 그간의 일들을 상세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는 "바로 옆 공사현장은 노조가 원하는 대로 다 해 줘서 지금 공사가 한창인데 부당한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은 우리 회사만 피해를 보아야 하니 정말 분통한 일이다"라며 인상을 찌푸렸다.
해당 공사 현장의 이야기는 그날 바로 기사화했다.
그리고 해당 노조가 쓰는 불법 행위를 더 관찰하게 됐다. 해당 노조는 공사현장 사무실에 불현듯 나타나 ‘현장교섭’에 나섰다.
현장교섭에서는 자신들의 노조원 채용을 강요하고 협박해 노조전임비나 복지기금 명목으로 돈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라 노조 가입까지도 강요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우리 같은 일개 노동자들이 무슨 힘이 있겠나. 특히 노조에서 가입하지 않으면 아예 일할 수 없는 구조로 만들어 놓고 입사하자마자 노조에 가입시킨다"고 털어놓았다.
이처럼 노조의 횡포가 활개를 치자 경남도와 경남경찰청은 지난 1월 중순쯤부터 건설노조 불법행위 전수조사를 착수했다.
이에 경남경찰청 광역수사대는 공동공갈 등 한국노총 산하 노조 간부 A(40대)씨, B(30대)씨를 구속했다고 17일 밝혔다. 또 같은 노조 간부 8명도 불구속 입건해 무더기로 조사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021년 9월부터 2022년 12월 사이 부산과 울산 경남지역 대형 아파트 건설현장 22곳을 돌아다니며 소속 노조원 채용을 강요하고 공사방해 등 겁박해 건설사 20개사로부터 노조전임비 및 복지기금 명목으로 2억 원 상당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특히 이들은 건설사 측에서 기존 고용 인부 및 비용 과다를 이유로 노조원 채용을 거절하면 "노조의 힘을 보여주겠다"며 "현장 각오해라, 매일 집회를 개최해 공사를 못 하게 스톱시키겠다"는 식으로 겁을 준 뒤, 집회 개최 및 안전모 미착용 행위·불법 체류 외국인 고용 등에 대해 행정관청에 민원을 제기해 협박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이 밖에도 진주지역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서는 현금 5000만 원을 요구해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몰래 건네받기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렇게 갈취한 돈의 대부분은 실질적인 노조활동과는 전혀 상관없는 노조 사무실 운영자금 및 소속 간부 급여 지급, 상급 노조 단체에 매달 회비납부금으로 사용됐다.
이들은 대부분이 노동계와 관련 없는 일반인으로 삼삼오오 모여 노조를 만들었으며, 한국노총에 일정 금액의 조합비를 내면 노조 인정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이러한 불법행위를 행해왔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남경찰청 관계자는 "합법적 노동조합으로 위장해 조직의 위력을 이용해 불법행위가 만연해 있었다"면서 "이러한 불법행위로 공사 일정을 맞추기 위해 무리한 작업이 유발되어 노동자들의 안전 위협, 분양가 상승으로 결국 국민에게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경남경찰은 올해 6월 말까지 ‘건설현장 갈취·폭력 등 조직적 불법행위’를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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