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청주=이주현 기자] 옛 충북 청주시청 본관동 철거 문제로 촉발된 청주시의회 여야 의원들의 자존심 대결이 두 달째 이어지고 있다. 여야 모두 청주시민들은 안중에도 없어 정쟁으로 인한 극심한 피로감만 쌓이고 있다.
지난주만 해도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는 듯했다. 청주시청 본관동 철거비 통과에 반발해 김병국 의장 불신임안과 의사일정 전면 보이콧 등 초강수를 뒀던 더불어민주당이 의회 정상화를 명분 삼아 손을 먼저 내밀면서다.
더구나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던 고 한병수 의원의 사망에 따른 조문 정치를 계기로 여야 간 자연스러운 대화 분위기가 흐르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있던 터였다.
그러나 이런 관측은 희망 사항에 그쳤다. 국민의힘은 단칼에 제안을 거절했다. 고 한병수 의원의 사망으로 더불어민주당보다 한 석이 더 많아진 국민의힘 입장에선 어쩌면 당연한 선택이었을지 모른다.
13일 오전 열린 76회 임시회 1차 본회의에 상정된 김병국 의장 불신임안은 재적 과반인 22명 투표자 전원 반대로 부결됐다. 누구나 예상했던 결과여서 놀랍지도 않았다.
임시회가 끝난 뒤 김병국 의장은 기자들과 만나 "협치한 죄밖에 없는데, (나를) 부도덕한 의장으로 몰아갔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완희 원내대표도 이날 본회의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책임질 사람이 책임져야 한다는 김병국 의장의 요구에 따라 원내대표 사퇴와 함께 의장 불신임안과 부의장 사임안 표결을 유보하고 정상화 논의를 먼저 하자고 제안했지만 국민의힘은 이를 거절했다"며 "의장 불신임안 철회서 제출과 함께 2월 임시회 등원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결국 또 평행선이다. 본관동 철거 문제의 본질은 지워진 채 이젠 자존심 싸움으로만 비쳐지는 게 현실이다. 정치의 본령은 대화와 타협이라던데, 요즘 청주시의회에선 이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먼저 져주는 사람이 이기는 것이라는 말은 정치에선 통용되지 않나 보다. 당사자들도 괴롭겠지만 보는 사람도 괴롭다. 시민은 무슨 죄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