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원 작가 첫 소설집 ‘북쪽 마녀의 비밀 정원’…독특한 서사 ‘눈길’


소설가 채희윤 “비현실적 공간을 현실 어느 곳에 굳건히 존재하게 만드는 서술능력 돋보여”

전남 곡성 출신 김지원 작가의 첫 소설집 북쪽 마녀의 비밀정원이 독자의 눈길을 끌며 평단의 호평을 받고 있다./문학들

[더팩트 ㅣ 광주=박호재 기자] 소설의 문장은 크게 두가지 역할을 해낸다. 하나는 이야기를 끌어가는 것, 그리고 이야기 속 공간의 형상을 그려내는 일이다. 이 두 가지 역할이 출중했을 때, 소설은 독자에게 더욱 농밀하게 다가선다.

작가 김지원에게서 독자들은 그러한 문장의 힘을 느낀다. 특히 형상화의 탁월함은 더러 몽환적이어서 신화 속 캐릭터 같은 인물들의 동태나 생각을 낯설지 않게 다가서게 한다. 이 때문에 독자들은 김지원이 의도한 미장센에 깊이 빠져들게 된다.

지난 해 연말 펴낸 김지원 소설집에 실린 단편 ‘북쪽 마녀의 정원’은 작가의 이같은 역량을 전형적으로 보여준다. 화자인 나는 소녀 시절의 기억 속에서 두 세계를 넘나든다. 소녀는 생래적이면서도 궁색한 시골 마을이라는 세계에서 ‘비원’이라 일컬어지는 낯선 세계를 넘나든다.

비원에서 만난 또래 소녀 소희와의 이야기는 ‘달콤한 친구놀이’에서 시작해 ‘불꽃이 이는 퀴어’의 첫 체험으로 나아간다.

소설은 음울하게 끝을 맺는다. 나는 두 세계를 넘나든 원죄인 양 몸을 앓고, 소희는 비극적인 종말을 암시하며 실종된다. 그리고 나는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그 처연한 사랑의 기억을 잊지 못한다.

소설가 채희윤은 "김지원 소설의 매력은 작가가 만들어내는 독특한 세계일 것이다"고 전제하며 "상상력의 프리즘을 투과하여 마치 평면 스크린 위에 올올이 부감시켜 옷감의 직조를 입체로 보여주는 듯하며, 사실상 허용되지 않는 공간을 의식 지평 위에 끌어올려 영상처럼 실재케 한다"고 평했다.

또 채희윤은 "비현실적인 공간을, 이야기가 전개되는 현실 어느 곳에 굳건히 존재하게 만드는 작가의 서술능력이 이를 가능케 한다"며 김지원의 문장에 주목했다.

김지원은 작가의 말에서 "(자신의)작업을 다중인격자의 도착적 소설쓰기"라 명명하며 "현실과 등을 맞대고 있는,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다른 세상, 우리 안의 우리에 대해 내 멋대로 풀어낼 것이다"고 말했다.

작가 김지원은 전남 곡성에서 태어났다. 대학원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했으며 2018년 계간 ‘문학들’ 가을호에 소설부문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북쪽마녀의 비밀정원’(문학들 刊)은 작가의 첫 소설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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