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광주=박호재 기자] 대구 서문시장은 보수정치권의 ‘핫플’이다. 정확한 표현이 아닐지는 모르지만 최소한 보수 정객들은 그렇게 여기는 듯싶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해 8월 26일, 취임 후 첫 번째로 서문시장을 방문했다. 취임 전인 그 해 4월에도 서문시장을 찾았으니 취임 전후 4개월을 간격으로 두 차례나 서문시장을 방문한 것이다.
국정 지지도 30%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을 무렵이어서 그랬던지 8월 서문시장 방문에서 윤 대통령은 ‘대구시민 생각하면 힘이 난다’고 말했다. 서문시장은 그처럼 보수정권의 활력 충전소와 같은 역할을 해왔다.
탁현민 문재인 대통령 전 비서관은 윤석열 정부에서 기획한 시장방문 행사 때 대구 서문시장이 등장하는 빈도가 너무 많다는 점을 꼬집었다. 재래시장은 전국에 다 있는데 올해는 대구에 갔으면 내년에는 광주에 가는 것이 상식적인 기획이라며 불균형을 지적한 것이다.
아랑곳없이 김건희 여사도 단독으로 지난 11일 서문시장을 찾았다. 상당한 인파가 모인 것으로 전해졌다. 납작 만두를 먹고, 어묵과 가래떡을 샀다. 이에 대해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라디오 방송 대담 프로그램에서 "잘한 일이다. 광주 양동시장도 한번 찾아가시라"고 권했다.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 후보들도 잇따라 서문시장을 찾고 있다. 윤상현 의원이 지난 17일 서문시장에서 지지를 호소했다. 안철수 의원 또한 19일 대구에 내려가 서문시장 등 3곳을 잇달아 방문했다.
보수 정치인들의 대구 서문시장 사랑은 이처럼 극진하다. 사랑이 이렇듯 한 곳에 집중하다보니 호남의 국민의힘 당원들은 소외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편향성을 지적하기도 한다.
지난 대선, 그리고 주기환 광주광역시장 후보 캠프에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뛰었다고 밝힌 당원 A씨는 "광주 당원의 힘이 대세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허수에 다름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그러나) 당원 100% 투표라는 통합과 소통의 취지에서 볼 때, 특정 지역에만 후보들이 올인 하는 모습은 썩 달갑지가 않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최근 들어 부쩍 여론의 도마위에 오른 윤석열 대통령의 ‘선택적 소통’이라는 말이 새삼 환기되는 대목이다.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들조차 윤 대통령의 소통 스타일을 닮아가고 있는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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