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l 광주=나윤상 기자] 2022년 4월 13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광주시립교향악단(광주시향)의 쇼스타코비치 11번 연주가 끝났을 때 관객들의 우레와 같은 함성과 박수소리가 공간 가득히 퍼졌다. 한마디로 열광의 도가니였다. 한 클래식 평론가는 “오늘 광주시향이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의 천장을 찢었다” 라는 평가를 남겼다.
그 열광의 도가니의 중심에 홍석원 광주시향 상임지휘자가 있었다. 그는 전임 김홍재 상임지휘자의 뒤를 이어 2021년 지휘봉을 넘겨받아 광주시향의 음악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업그레이드 시켰다는 평가다. 그는 광주시향을 강하면서도 부드럽고 애절하면서도 거칠게 내뻗는 사운드로 발전시켰다.
2022년에 클래식계에서 가장 주목받았던 일중 하나는 광주시향이 10월에 있었던 임윤찬 피아니스트(2022 반 클라이번 콩쿠르 최연소 우승)과의 협연으로 도이치모터스 그라모폰에서 공연실황 발매를 했던 일이다. 광주시향으로서도 실황음반 녹음은 창단 47년 만의 일이다.
하지만 정작 이 음반에서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따로 있다. 바로 윤이상 작곡가의 ‘광주여 영원히’가 수록되었다는 점이다. 홍석원 지휘자가 이왕 음반을 만들거면 광주정신을 알리자는 취지에서 수록된 곡이다.
2023년에 홍석원 지휘자가 향하는 지점이 어디일지, 신년을 맞이하여 [더 팩트]가 광주시향 지휘자실에서 홍석원 지휘자를 만났다.
-광주시립교향악단으로 온 계기는?
구자범 지휘자가 있을 때 처음 광주시향을 알게 되었고 2012년에 객원지휘를 한 적이 있다. 그 당시에는 아직 유학생신분이었는데 그 때 광주 분들이 정이 많고 너무 잘 챙겨주어 좋은 기억이 있었다.
그리고 한국에 들어와서 2020년 여름에 전임 김홍재 지휘자 공백기에 객원지휘를 하러 와서 3일 연습을 했는데 안타깝게도 코로나 때문에 취소되었다.
그 당시 개인적으로 광주시향과 연이 없는 건가 생각하기도 했다. (웃음)
2021년에 한국경제신문사에서 운영하는 한경필하모닉에 있었는데 한경필은 민간 단체다보니 아무래도 코로나 때문에 너무 어려웠던 시기였다.
그리고 마침 한경필과 계약도 종료되는 시점에서 광주시향에서 같이 해보자고 연락이 와서 주저없이 오게 되었다.
-지휘자는 시향에서 어떤 위치인가하고 예술 감독과는 다른지 궁금하다
용어의 차이는 오케스트라마다 다 다르다. 광주시향은 지휘자 겸 예술 감독으로 되어있다.
지휘자라는 용어와 예술 감독이라는 용어 사이의 차이가 불명확하다. 그러나 굳이 나눈다고 한다면 지휘자는 음악에 관해서만 책임을 지면되는 자리라고 생각한다. 예술 감독은 좀 더 포괄적인 업무가 포함되어 있다. 예를 들어, 협연자 섭외나 연주 일정 조정에 대한 제반 사항을 실무자와 협의해서 승인해야 한다.
그리고 행정적인 업무에 대한 결제라든가 단원들의 평가 이런 것도 해야 한다.
=섭외이야기가 나와서 먼저 질문하겠다. 협연자 섭외는 어떻게 이루어지나?
섭외를 이야기하려면 사무실 운영실장 이야기를 먼저 해야겠다. 운영실장이 협연자 솔리스트에 대한 정보가 상당히 넓다. 그리고 클래식계의 소식과 흐름을 탁월하게 분석해서 결정한다. 물론 지휘자 개인적 의견도 같이 하기도 하지만 광주시향의 협연자 섭외가 대단히 좋다는 평가의 첫 번째 요인은 운영실장 능력이라고 말할 수 있다.
두 번째 요인은 아마 관객들에게 좋은 음악을 들려주고 싶은 그런 열의라고 말할 수 있다. 지휘자 개인적으로 친한 협연자나 단체의 이익 때문에 협연자를 고르는 것을 일체 배제하고 오로지 협연자의 실력 하나만 보고 섭외한다.
섭외에 대해 보충하자면, 2024년도 섭외일정까지 계획이 되어 있다. 물론 디테일하게 일정까지는 맞추지는 않았지만 지금부터 그런 계획을 세워놓지 않으면 좋은 협연자와 공연을 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번에 임윤찬 피아니스트와의 협연도 이미 콩쿠르 이전에 이야기된 것이어서 가능한 연주였지 그렇지 않으면 성사되지 못할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취임 첫 공연으로 쇼스타코비치 5번은 너무 인상적이었다. 광주시향의 사운드의 특징과 추구하는 스타일이 있다면?
2021년 4월에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했던 공연이었다. 사운드를 먼저 말하자면 그 부분은 사운드의 특징이 존재하는 악단도 있고 없는 악단도 있다. 특징 없는 악단은 솔직히 재미가 없다. 광주시향은 연주자들의 에너지와 열정이 넘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특히, 쇼스타코비치같은 매우 힘든 연주를 할 때의 투쟁정신이랄까 그런 부분들이 느껴졌다. 덧붙이자면 광주시향은 애절한 표현을 매우 마음에 와 닿게 연주한다. 그래서 광주시향의 이러한 장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고 단점은 최대한 보완해 가는 그런 위주로 이끌어 나가고 있다.
-2022년 교향악축제에서 평론가들에게 가장 큰 찬사를 받았다. 당시 어떤 느낌을 받았나?
그 당시 관객들 반응에 깜짝 놀랐다. 당시 준비해간 음악도 쇼스타코비치 11번이었는데 상당히 대곡이고 체력적으로도 힘든 곡이었다. 이 곡을 준비할 당시 단원들도 ‘힘들어. 힘들어’ 이런 표현들을 쓰면서도 연주가 시작되면 눈빛이 확 달라지는 모습이 굉장히 신기했다. 사실 연주자들의 기량은 어느 수준 올라가다가 정체기를 맞는다. 나이가 들면서 떨어질 수 밖에 없는 부분을 감안하면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의 연주자들로 채워야 최고의 연주가 나와야 하는데 실제에서는 전혀 그렇지가 않다. 그래서 수십 년 경력이 있는 관록있는 연주자가 필요한 것이고 광주시향은 그런 부분에서 잘 이루어졌고 그런 점들이 강점이 되어 좋은 연주가 된다고 생각한다.
-임윤찬과 협연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우선 임윤찬 피아니스트에 대한 평가 부탁한다.
임윤찬 피아니스트는 그냥 차원이 다른 사람이구나 생각했다. 한마디로 천재라는 느낌이 확 왔다. 이건 이번 공연이 아닌 재작년 협연을 했을 때 임윤찬 피아니스트가 협연연습을 위해 3일을 함께 한 적이 있는데 그 때 했던 음악이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3번이었다.
협주곡에 카덴차라는 부분이 있다. 카덴차라고 하는 것은 오케스트라 부분은 멈추고 피아노 독주자가 혼자서 2-3분정도 기량을 뽐내는 것인데, 연습기간이 길다보니 임윤찬에게 카덴차를 하게 했다. 보통 독주자가 연주를 하게 되면 오케스트라 연주자들은 본인들도 프로이다 보니까 마음에 안 들면 비판하는 경향이 있는데 임윤찬 카덴차를 듣고 다들 반했다. 그런 연주자는 흔치 않다.
개인적으로 임윤찬 피아니스트가 유명하게 될 줄 알았다. 단지 시간이 문제였는데 너무 일찍 뜨는 바람에 이제 섭외가 어려워져 그것이 아쉬울 정도다.
-임윤찬과의 공연실황이 음반으로 발매되었는데?
이번 공연실황 녹음이 처음 해 본 경험이다. 다른 사람들의 음원을 듣는 것은 좋아하는데 개인적으로 음반을 하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었다. 공연은 현장에서 관객들과 소통하면서 소비하는 것이 예술적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안한다고 했는데 어쩌다보니 음반이 나오게 되었다. 결국 해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스스로 명분을 찾다보니 윤이상 작곡가의 ‘광주여 영원히’가 생각났다. 광주시향이 이 곡 하나 정도는 음반으로 남겨두어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광주여 영원히’의 음원이 있긴 했는데 공식음반으로는 없었는데 그것으로도 잘됐고 이 음반으로 5⋅18민주화운동의 정신도 더 퍼졌으리라 기대한다.
-2023년 1월 17일에 신년음악회 소식을 들었다. 드보르작 작품으로만 이루어져 있던데?
2월에 미국공연이 있는데, 5일하고 8일 샌안토니오하고 휴스턴을 간다. 여러 곡을 고민하다가 미국을 가니까 드보르작의 ‘신세계 교향곡’을 하는 것이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약간 유머스러운 이야기인데, 드보르작 곡을 선정하고 나니까 부산시향을 비롯해서 23년 들어와서 많은 교향악단이 드보르작 작품을 너무 많이 해서 조금 민망한 상황이 되긴 했다.
또 다른 이유는 협연자인 양인모 바이올린리스트(2022년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콩쿠르 우승)에게 어떤 곡을 하고 싶냐고 물어보니 본인은 드보르작 바이올린 협주곡을 다시 새로 공부해 보고 싶다고 해서 드보르작 작품으로만 구성하게 됐다.
-앞으로 계획은?
광주문화예술회관이 현재 리모델링 하고 있는 중인데 아마 5~6월경에 마무리 될 예정이다. 현재는 전남대학교 민주마루 등에서 연주하고 있는데 광주문화예술회관 대극장은 훨씬 큰 극장이니까, 아마 모객활동에 더 신경 써야 할 것 같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 자질구레한 이벤트보다 광주시향이 더 뛰어난 연주를 잘하는 방법밖에는 없는 것을 안다. 그러기 위해 더 노력하는 것이 계획이라면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다면?
지휘를 하는 입장에서 이것저것 가릴 것은 없지만 아무래도 외국에 있을 때도 그렇고 개인적으로도 오페라를 굉장히 좋아해서 광주에서 오페라 지휘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다른 지자체의 경우에는 콘서트홀이 있는데 광주만 없다. 물론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있긴 한데 조율하려고 하면 일정을 맞추기도 힘들고 그렇다.
광주시향이 오페라 연주도 최상급이라고 자부한다. 그래서 광주에서 오페라를 할 수 있을 때 할 수 있는 그런 곳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래서 광주에 오페라 콘서트 전용홀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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