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주민참여예산 700억 원 불법 지원…시가 공개한 자료로 드러나


‘시정참여형·협치형·예산학교’ 사업 중복지원…시 조례 및 지방재정법 위반

법조계 "참여예산 잘못 집행됐으면 즉각 환수하고 재발방지책 마련해야"

인천시와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공동주최한 주민참여예산 운영개선을 위한 시민공청회가 지난 15일 오후 인천시 대강당에서 열렸다. /인천=김재경 기자

[더팩트ㅣ인천= 김재경기자] 인천지역의 한 시민단체가 수년간 제기해 왔던 주민참여예산 관련 편법·탈법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인천참언론시민연합(인천참언론)은 지난 2019년부터 최근까지 주민참여예산에 대한 각종 의혹을 제기해 왔다.(더팩트 12월 15일 보도 )

특히 최근에는 지방재정법 및 인천시 조례를 무시한 채 700억 원이 넘는 혈세가 지급 및 선정됐다며 부정하게 사용된 주민참여예산 운영에 대한 법적 조치 취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같이 수년간 인천참언론이 제기한 여러 의혹은 인천시가 공개한 정보자료를 통해 사실로 밝혀졌다.

28일 <더팩트>가 단독 입수한 '주민참여예산' 관련 인천시가 정보공개 한 자료에 따르면 인천시의 허술한 관리감독을 틈타 시 조례 및 지방재정법이 무시된 채 수백억 원이 지급됐다.

그동안 숨겨왔던 편법 및 탈법을 자행한 사실이 공개된 것이다.

인천광역시 주민참여예산 운영조례 제16조 3항을 보면 이미 설치 운영 중인 시 또는 군구의 시설에 대한 운영비의 신규 또는 증액을 요구하는 사업은 제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4항을 보면 단 년도 사업이 아닌 계속사업은 제외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지방재정법 제39조 제1호 5항에는 주민참여예산기구의 구성운영과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은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한다고 돼 있다.

주민참여예산은 주민이 예산과정에 참여해 주민들에게 필요한 사업을 심사·선정한 뒤, 이를 해당 자치단체에 제안하는 제도다.

하지만 그동안 집행된 주민참여예산 및 예산편성이 확정된 사업을 들여다보면 주민참여예산 제도 취지에 전혀 맞지 않는다.

편법(시 조례 및 지방재정법) 등을 통한 부적정한 사업에 수백억 원이 지급됐기 때문이다.

◇주민참여예산지원협의회 사업 선정…시 조례 및 지방재정법 위반

인천시 주민참여예산 운영 조례 제17조를 보면 주민참여예산 사업의 심사 및 선정은 주민참여예산위회가 하도록 돼 있다. 주민참여예산지원협의회(협의회)가 사업을 선정할 수 있다는 항목은 없다. 심사선정 권한이 없다는 얘기다.

이같이 선정 기능이 전혀 없는 협의회가 최근 3년간 82건을 선정해 무려 240여억 원의 혈세를 투입했다.

협의회가 선정한 사업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지난 2019년도에 선정(19건)해 2020년에 소요된 주민참여예산은 70여 억 원으로 자원순환과에서 추진한 '재활용 전용봉투 보급 및 자원관리사 운영'에 27억 원이 쓰여 졌다.

또 시 온 아파트 구축사업에 6억400만 원, '띵동 푸드마켓'에 4억6000만 원, '인천형 디지털 성범죄 예방지원 플랫폼 구축' 사업에 4억 원이 집행됐다.

2021년도에는 약 119억 원의 혈세가 44개의 '협치형' 사업에 집행됐다.

소규모 어울림 공동주택 지원사업(19억5000만 원), 인천형 디지털 원 행정(10억 원), 주민자치회 간사 활동비(11억1600만 원)등 5개 사업에 평균 12억 6000만 원의 예산이 지원됐다.

올해에는 전년도보다 50% 줄어든 19개 사업에 50억4900만 원이 사용됐다.

시 에너지정책과가 '인천 최초 제로에너지 1등급 건물 견학 시설구축' 사업 등 6개 사업에 20억 원의 예산을 소요, 가장 많은 혈세를 낭비했으며, 다음으로 민간협력과가 '공자왈(마을공동체와 주민자치회의 대화) 및 시민협력플랫폼 구축 사업에 각각 6억 원의 예산을 썼다.

◇사업선정 절차 무시…38개 사업에 280억 원 집행, 일부 사업은 중복지원

최근 2년(2021~2022년)간 주민참여예산위회의 심사를 거치지 않고 선정된 총 38개의 '시정참여형.민관숙완료형' 사업에 280억8800만 원의 주민참여예산이 집행됐다.

지난해 '시정참여형' 총 16개 사업에 119억2200만 원이 집행된 가운데 '소규모 어울림 공동주택 지원사업'에 22억 원이 쓰여졌다.

선정 권한이 없는 주민참여예산지원협의회가 지난해 선정, 집행된 '소규모 어울림 공동주택 지원사업(19억5000만 원)이 '협치형' 사업에서 또 예산이 편성돼 중복 지급된 것이다.

중복 지급된 사업은 또 있다. '주민자치회 간사 활동비'와 교육예산이다.

시는 선정 권한도 없는 협의회가 지난 2021년 '협치형' 사업으로 선정한 '주민자치회 간사 활동비'사업에 11억1160만 원을 지원했으며, 같은 해 사업선정 절차를 거치지 않은 '시정참여형' 사업인 '주민자치회 간사 활동비' 사업에 3억 원을 지급했다. 중복으로 총 14억1000여만 원이 지급됐다.

2022년도 주민참여예산지원센터(지원센터) 예산은 6억8000만원, 지원센터는 이중 48.7%인 1억9000만 원을 예산학교 운영비로 책정했다. 지원센터는 예산 약 50%를 교육관련 예산으로 편성해 놓고 주민참여예산 선정사업으로 지원센터가 주관하는 ‘찾아가는 청소년 참여 예산 교육’사업에 1억2000만 원을 추가 편성했다. 중복 편성한 것이다.

이 같은 중복지원 및 편성은 인천시의 관리·감독 소홀을 틈타 주민참여예산관련 관계자들이 편법 및 탈법을 통해 자행한 것으로 합리적 의심이 든다.

인천시는 또 '민관숙의완료형' 총 22개 사업에 예산 161억6600만 원을 집행했다.

'지역가치와 같이 금빛으로 번창하는 금창' 사업에 24억 원, '청년문화 활성화' 사업 20억 원 등 청년 관련 8개 사업에 총 35억4400만 원을 지원했다.

이 같은 인천시의 편법과 탈법으로 수백 억 원의 혈세가 낭비됐다.

법조계는 인천시의 철저한 조사와 함께 재발방지책 마련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조용균 변호사는 "인천시가 공개한 자료가 사실이라면 규정에 어긋난 예산이 집행된 경위를 밝혀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예산이 잘못 집행됐다면 즉각 환수하고 차후에 이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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