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광주=박호재 기자] 광주 시민사회의 원로이자, 한국문단 최고령 현역작가인 이명한(92세) 소설가의 등단 반세기를 기념하는 ‘이명한 중단편 전집’(전5권, 문학들)이 출간되었다. 출판기념회는 오는 17일 오후 전일빌딩 245 다목적 강당에서 열린다.
1931년 전남 나주에서 출생한 이명한 작가는 식민지 조선, 분단과 독재의 폭압으로 점철된 격랑의 현대사 속에서도 줏대와 자존을 지켜온 한국문단의 원로이자 지역사회의 어른으로 존경을 받아왔다.
작가는 독립운동가이자 작가인 아버지 고 이창신의 얼을 이어받아, ‘영원한 문학청년’으로 일관된 삶을 살았고 분단 모순을 극복하기 위한 문학적 실천과 사회운동을 병행하면서 우리 곁에 존재해왔다.
작가는 1972년부터 광주를 중심으로 활동했던 한승원, 주동후, 김신운, 이계홍 작가 등과 함께 ‘소설문학동인’으로 활동했고, 이듬해 3월에 동인지 ‘소설문학’ 제1집에 첫 소설 ‘효녀무’를 발표했다. 이후 1975년 ‘월간문학’ 신인상 당선으로 한국문단에 이름을 알렸다. 이번 ‘이명한 중단편 전집’ 출간에는 다수의 문학인들을 비롯해 각계인사 36명이 간행위원회를 구성해 힘을 모았다. .
한승원(소설가), 임헌영(문학평론가), 문순태(소설가), 김준태(시인), 김희수(시인), 임철우(소설가), 채희윤(소설가) 등 전국의 문인 30명, 윤준식(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김정길(통일운동가), 김수복(통일운동가), 윤만식(민족극협회장), 김경주(화가), 박종화(민중음악가) 등이 간행위원으로 참여했다.
이명한 중단편전집은 등단작부터 최신작까지 중단편소설 51편을 발표순으로 한데 모은 전 5권으로 구성돼 있으며, 격랑의 역사에 부대끼며 살아오면서 작가의 의식 속에서 발아된 몰 가치한 세태에 대한 비판, 체제에 대한 저항의식, 민중들의 뼈아픈 삶에 대한 통렬한 주시, 분단체제 타파를 위한 강렬한 의지 등 의미심장하면서도 다양한 주제를 담고 있다.
김영삼 평론가는 "이명한의 1970년대 소설들이 주목했던 고향 상실, 순수의 파괴, 전통과 근대의 충돌 등과 같은 주제들 그러니까 ‘모든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정동 또한 1980년 5월 광주를 기점으로 일종의 감각의 분할을 통과한 듯하다"고 설명하며 "(특히)1987년 6월항쟁 이후에야 오월 광주에 대한 소설들이 출판된 사실들을 돌이켜 볼 때, 이명한의 ‘미로 일지’는 문학사적인 재평가의 대상이 될 만한 작품으로 보인다"고 호평했다.
이어서 이 작품은 "반복되는 비극적 역사 속에서 가해자와 피해자의 얽힘을 가상의 사건으로 형상화하면서 사건 이후 주체의 윤리성에 대해 가혹할 만큼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고 주시하며 "작품은 5·18에 대한 알레고리를 훌쩍 뛰어넘고 있기도 하다. 사회적 참사와 재난이 반복되고 있는 역사적 상황에서 그러한 비극이 반복되는 이유에 대한 문학적 탐색으로도 읽히기 때문이다"고 평가했다.
전집 출간 편집을 맡은 이승철 시인은 "이명한 작가는 일이관지(一以貫之)의 문학정신으로 ‘역사의식’과 ‘시대정신’을 추구해 왔다. 소설문학의 전통정서에 바탕을 두되, 그 기저에는 ‘사회의식’과 ‘역사 혼’이 일관되게 흐르고 있다. 우리시대의 ‘원로작가’로서 한국문학의 뿌리와 숲을 풍성하게 만든 이명한문학이 이번 중단편 전집 출간을 계기로 새롭게 재조명되고, 평가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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