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의원들, ‘민생예산은 싹둑’…초호화 외유성 국외 연수는 ‘강행’


망월동 묘역 가꾸기·창업 패키지 일자리 등 절대적 사업 사라져
싱가폴 마리나베이샌즈호텔, 사파리, 쥬라기 공원등 외유성 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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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 l 광주=문승용 기자] 광주광역시의원들이 시민들과 직결된 민생예산을 검토에서 제외하거나 무더기로 2023년도 본예산을 삭감하고 초호화 외유성 국외 연수를 강행해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로 국민적 애도가 이어지는 상황인 데다 광주시와 힘겨루기 중 ‘해볼 테면 해 봐라’는 양상으로 비쳐 본분을 망각한 파렴치한 처사라는 강도 높은 쓴소리마저 나온다.

14일 광주시의회는 본회의를 열고 광주시가 제출한 2023년도 예산안(총규모 7조2535억원)에 대한 심사를 통해 세출예산 180건 총 2090억원을 삭감하고 증액은 없는 것으로 최종 의결했다고 밝혔다.

일부만 선택할 사업예산이 아닌 절대적으로 필요한 사업으로 80년 새벽 청소차에 실려 온 망월동을 외롭지 않게 만들자는 ‘망월동 묘역 가꾸기 예산’이 잘려나갔고, 창업성공률이 높은 광주를 만들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자는 ‘창업 패키지 일자리 예산’이 사라졌다.

이들 시의원들은 본예산 삭감 최종 의결 직후 초호화 국외 연수를 강행했다. 특히 국외 연수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대비라도 한 듯 ‘시의원들의 고뇌에 찬 결단을 폄훼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문을 내고 공항으로 출발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증액 없는 본 예산이 삭감되자 강기정 시장은 ‘너무 안타깝다’며 눈물을 흘린 것으로 전해졌다.

심철의 부의장을 비롯한 신수정, 이귀순, 심창욱, 서임석, 최지현, 홍기월, 김용임, 박수기, 안평환 시의원 10명과 수행공무원 3명은 이날 싱가포르의 관광산업과 도시재생시설, 종합커뮤니티센터 등 현장 견학 및 자료 수집을 통해 광주에 접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향후 의정활동 역량강화를 도모하는 목적으로 싱가포르로 떠났다.

정무창 의장을 비롯해 임미란, 박필순, 명진, 정다은, 채은지, 이명노, 김나윤, 강수훈 시의원 9명과 수행공무원 3명, 민간 전문가 1명은 광주다운 도시재생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일본으로 갈 예정이었던 국외 연수는 취소됐다.

싱가포르 국외연수는 14일부터 19일까지 4박6일 일정이며, 소요예산은 모두 4957만원이다.

싱가포르 국외연수 일정 중 15일과 16일은 도시재생시설을 견학하기 위해 ‘베독 뉴워터 팩토리 비지터 센터’ 방문과 ‘마리나베라지 담수처리장’을 방문해 시설관계자를 미팅하고 종합 커뮤니티 센터인 ‘탐피네즈 허브’를 방문해 시설 관계자를 접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17~18일은 복잡한 도심에서 벗어나 보트를 타고 편안하게 자연 속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지는 ‘싱가포르 리버 원더스(구 리버 사파리) 동물원’, 싱가폴의 명소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마리나베이샌즈 호텔, 쥬라기 공원으로 잘 알려진 센토샤 섬 방문 등 초호화 일정으로 채워졌다.

시민 A(50·동구 학동)씨는 "시민들과 직결된 민생예산을 무 자르듯 싹둑 자르고 국외연수를 떠난다는 것은 본분을 망각한 처사다"며 "예산증액 및 삭감 등 집행부와 현안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해볼 테면 해 봐라’는 식으로 국외연수를 강행한 것은 모리배나 하는 파렴치한 행동이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강 시장은 "원칙 있는 행정을 해 보겠다고 다짐했고, 시의회가 협력적 동반자 관계로서 광주시민의 행복을 만들어가는 중요한 축이라고 여러 차례 말씀드린 바 있다"며 "그동안 관행처럼 되어 있던 불요불급하지 않는 예산, 의례적인 단체 지원성 예산 등은 편성하지 않거나 삭감하는 방식으로 예산안을 성안하고 고물가, 고유가, 고금리의 위기경제를 대비하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원들이 요구한 예산을 넣어야겠다는 생각에 시 집행부가 충분히 동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화풀이식 예산 삭감을 한 것"이라며 "오늘 의결한 2023년 본예산은 의회 예산 심의권의 남용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광주시의회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강기정 시장의 독선과 아집이 부른 참사"라며 "강 시장의 의회 비난은 의회의 예산심의권을 무력화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심철의 부의장은 "시의회 보도자료를 참고해 주면 좋겠다"며 "외유성 국외연수가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전남도의회는 12월에 예정돼 있던 상임위원회별 국외 연수를 취소하고 예산을 불용처리키로 했다. 도의회는 이태원 참사로 국민적 애도가 이어지고 있고, 자칫 연말 국외 연수가 외유성으로도 비춰질 수 있어 취소하기로 의견을 모아 지난 11월 취소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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