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 ‘고산농협 선진지 견학’...실제 바닷가 관광지, 1인당 6만원 식사하고 끝


마을 이장·부녀회 ‘선진지’ 견학 14시간 따라가 보기
일부 조합원, 조합장 선거 앞둔 선심성 모임 남발 주장에 따른 실체 검증

국영석 고산농협 조합장(왼쪽)과 해당 농협에서 주관한 선진지 견학 장소인 경남 포항 죽도시장(오른쪽). /완주=이경민 기자

◇ 고산농협 선진지 견학 밀착 취재의 서막

[더팩트 | 완주=이경민 기자] 2500여명의 조합원으로 구성된 전북 완주 고산농협. 조합장은 국영석. 국 조합장은 지난 2005년 제12대 조합장으로 취임, 13대, 14대에 이어 현재 15대 조합장을 지내고 있다. 정치로 치면 4선 조합장이다. 이런 그가 내년 3월 8일 실시되는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 선거에 출마해 5선에 도전한다. 완주에서 ‘국영석’. 이름이 낯설지 않다. 조합장 5선 도전이지만 사실상 정치인에 가깝다. 국 영석 씨는 조합장이란 현직을 달고 완주군수 선거에 두 번이나 출마했다.

그는 지난 6월에 완주군수에 도전했다. 특히 ‘공천장이 당선증’이라는 전북에서, 더불어민주당 공천 경선 1위로 등극했지만 상습 도박 문제[4월 25일 보도: [단독] 민주당 완주군수 예비후보 '상습 도박' 논란]가 불거져 중앙당 최종 심사 과정에서 탈락한 인물이다. 당 공천에서 탈락했지만 국 조합장은 민주당을 탈당한 뒤 무소속으로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그래도 그는 여전히 조합장이다. 군수 공식 선거 기간 국 조합장은 조합엔 ‘휴가원’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그는 2014년 군수 선거에는 민주당 공천을 받고 군수에 출마했으나 무소속 상대에게 180여 표 차로 졌다. 당시는 조합장을 사퇴했다. 시작부터 당선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낙선됐지만 바로 조합장에 출마 당선됐다.

‘비상임 조합장’이란 법적 울타리는 조합장의 모든 권한을 가지면서도 정치 활동에는 법적 규제(조합법과 공직선거법)를 받지 않는 사각지대다. 그렇다고 군수(자치단체장)처럼 3선 제한(상임조합장은 3선 제한)도 없다. 조합장 시절 음주운전과 대형교통사고, 그리고 상습도박에 2번의 군수출마와 낙선. 그래도 그는 조합장이고 또 5선에 도전하는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완주 고산농협과 고산지역은 한편으로 ‘국영석 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더팩트>로 며칠 전부터 제보가 쏟아졌다. 국 조합장의 ‘상습도박’ 문제를 단독 보도한 영향이다. 갑자기 고산농협과 고산면 사람들의 장거리 여행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주관과 경비는 모두 ‘고산농협’이 지불하고 있다는 것이다. 몇몇 사람들은 국 조합장이 내년 3월 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여행을 시키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하곤 했다.

지난달 28일 월요일. 고산면 주변 마을 이장단과 영농 부녀회 대표들이 국 조합장과 ‘선진지 견학’을 간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고산농협은 국 조합장을 대표로 이미 4~5차례 주민과 함께하는 타지 모임을 가지 상태였다. 12월 5일부터는 2박3일로 조합 이사 부부 동반 제주도 여행이 추진됐다. <더팩트>는 11월 28일 고산농협의 선진지 견학 프로그램을 직접 따라가 봤다.

고산농협 선진지 견학팀이 경북 경산시 와촌 휴게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완주=이경민 기자

◇ 선진지 견학 출발

11월 28일 오전 7시. 막 해가 뜨기 시작했다. 완주군 고산면 한 중심에 있는 ‘고산농협’ 광장에 ‘S항공’이라고 쓰인 빨간색 관광버스 두 대가 도착했다. 버스 앞엔 전자 행선 안내판에 ‘고산농협’이라 쓰여 있다. 이후 어디선가 여행객 차림으로 도착한 사람들이 하나 둘 타기 시작했고 녹색 조끼를 입은 농협 직원들의 안내도 시작됐다.

마을 이장단과 영농부녀회장단으로 구성된 ‘선진지 견학팀’ 60여명(고산농협은 수차례 취재에도 참석자 수와 명단은 공개하지 않았다.)정도다. 부녀회는 1호 차, 이장 단은 2호차로 나누어 타는 듯하다. 이장들 대부분이 남성이어서 부녀회와 남녀로 확연히 구분됐다. 즉 1호차는 여성, 2호차는 남성으로 나뉘어졌다. 20분쯤 국영석 조합장의 모습이 보였고 상호 인사가 10여분 진행됐다.

국 조합장은 나흘 전(11월 24일과 25일) 조합 대의원들과 함께 경남 통영에서 1박2일 워크숍을 다녀온 상태였다. 그리고 토요일과 일요일을 거쳐 월요일 아침부터 다시 여행을 가니 2주째 연속 여행을 다니고 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이 견학이 끝남과 동시에 제주도 2박 3일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7시 40분. 빨간 버스가 출발했다. <더팩트> 취재진은 별도의 차량으로 이 버스를 따라가기로 했다. 11월 말이지만 약간 덥게 느껴질 정도의 온화하고 쾌청한 날씨였다.

버스는 완주 소양 IC를 지나 익산-장수 간 고속도로로 진입한 후 바로 장수 분기점에서 대전-통영 간 고속도를 탔다. 함양 휴게소는 ‘수리 중’이어서 잠시 정차(20분 정도)한 후 다시 남쪽으로 내려가기 시작했고 함양 분기점에서 이른바 88고속도로 불리는 광주-대구 간 고속도로 진입, 대구를 향해 달렸다.

빨강 버스는 경부고속도로로 진입 대구를 거친 뒤 경북 포항으로 방향을 틀었다. 대구- 포항 간 고속도로로 진입한 것이다. 와촌 휴게소에서 또 쉬었다. 이곳에서 제법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커피를 주로 마시는 사람, 일부는 간식도 사 먹는다. 아침은 차 안 간식 형태로 제공됐단다. 다시 출발한 버스는 포항 외곽 순환 도로로 진입한 이후 곧바로 ‘구룡포’ 쪽으로 방향을 돌였다. ‘구룡포’. 배우 공효진과 강하늘이 열연해 인기를 얻었던 TV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주 무대가 됐던 곳. 즉 공효진의 ‘카멜리아’ 커피숍과 사랑이 고백된 바다 보이는 계단 등이 있어 새로운 관광지가 된 구룡포. 고산농협 견학팀은 이곳을 방문하는 줄 알았다.구룡포는 ‘과메기’ 특산지로 대형 전시관을 운영할 정도로 지역의 매출의 높은 곳이다. 단위 농협조합의 ‘선진지’로 견학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영덕이 가까워 ‘대게’, ‘홍게’ 등도 유명한 곳이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버스는 구룡포 앞 바다와 ‘카멜리아’ 커피숍은 지나쳐 곧장 달리기만 한다. ‘과메기’ 이윽고 도착한 곳은 대한민국 본토의 최동단이자, 육지에서 가장 먼저 해를 볼 수 있다는 ‘호미곶’에 도착한 것이다. 한반도를 호랑이로 보았을 때 꼬리에 해당하는 지역이자, 바닷속 다섯 손가락 조형물로 유명한 그곳. 이들 일행의 도착 시간은 12시 40분쯤. 4시간을 달려왔다.

고산농협 선진지 견학팀이 경북 포항의 대표 관광지인 호미곶에 도착했다. /완주=이경민 기자

◇ 선진지 견학 프로그램 진행

호미곶 현장에 도착하자 고산농협 직원들은 이장들과 부녀회원들에게 1시 20분까지 탑승해 달라고 안내하고 있다. 즉 호미곶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은 고작 30여분. 실제 주차장까지 걷는 거리를 고려하며 10여 분에 불과했다. 겨울이라 그런지 관광객이 그리 많지 않다. 또한 곳곳이 공사 중이다.

부녀회 회원들은 호미곶 바다 손가락 조형물을 배경으로 단체 사진을 찍은데 현수막까지 앞에 걸었다. 한가운데 국 조합장이 서고 주변에 조합 직원들도 포진한다. 현수막에 ‘영농 부녀회 선진지 견학’이라고 쓰여 있다. 선진지 견학 첫 사진이었다. 아니 마지막 사진이었다.

국 조합장은 몇몇 이장들과 부녀회장들과 나뉘어 사진을 찍곤 했고 조합 직원들과 별도 사진을 찍었다. 그렇게 10여분. 다시 버스에 올랐고 버스는 포항시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포항은 올 여름 태풍 ‘힌남노’로 인해 피해가 가장 큰 곳. 그러나 포항제철과 해병대 교육대와 1사단, 시가지를 지나며 보는 포항은 ‘힌남노’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資源은 有限, 創意는 無限’(자원은 유한 창의는 무한)이라는 포항제철의 대표 표어는 여전한데 세월의 흔적이 더 묻어난다.

40분 정도 달렸나 보다. 버스가 도착한 곳은 포항 ‘죽도어시장’. ‘죽도어시장’은 전국적으로 가장 큰 ‘대게-홍게’ 시장이다. 버스가 도착하자마자 시장 안내인이 뛰어 나와 주차를 인도하고 마침내 사람들이 내리기 시작한다. 뒤따른 <더팩트> 승용차는 주차할 곳이 없어 이리저리 돌다가 그만 고산농협 견학단 일행을 놓쳤다. 견학단 일행이 시장 안으로 들어가 버린 것이다. 시장 내 수백 개의 식당, 어느 한 곳이 이미 들어가 버린 것이다.

오후 2시 30분. 시장통이 보이는 한 2층 식당에서 허기를 채우며 녹색 조끼의 조합 직원이 눈에 띄길 기대한다. 40분 정도 지났나. 시장 통 한 가운데 사람들이 보이고 사이에 녹색 조끼가 보인다. 다가가니 고산농협 견학단이다. 점심을 끝낸 사람들이 먼저 나와 시장을 돌며 구경에 나선 것이다.

Y식당은 대게-홍게 전문 식당. 1인당 식사 가격은 5만 원. 대게 1인분 5만 원은 죽도 어시장 전체 공동 가격이었다.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식당 주인에게 물으니 고산농협 선진지 견학단의 점심 메뉴는 ‘대게’. 밥과 술은 별도란다. 국 조합장은 한 잔 한 모양이다. 여성 대표들과 시장에 간이로 붙어 있는 화장실을 찾으며 농을 주고받는다.

<더팩트> 취재진이 Y식당 주인에게 이렇게 단체로 오면 할인해 주느냐고 물었다. 그는 "서비스를 좀 더 주는 수준이지 가격은 할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들은 술까지 합치면 1인당 6만 원이 넘는 식사를 1시간여 만에 다 마쳤다.결제는 고산농협 여직원이 했다. 카드로 냈는지 현금으로 냈는지 보지 못했다. 녹색 여직원의 명찰은 보니까. 국 씨였다. 국 조합장이 견학단을 이끌고 결제는 국 조합장의 친인척으로 알려진 여직원이 하는 상황이 연출 된 것이다. 물론 돈은 조합돈이었을 것이다. 이 국 씨 여직원은 식당 여사장에게 ‘간이영수증’(손으로 쓰는 영수증-현금을 주고 받는 영수증)을 받았다. ‘요즘도 간이영수증을 쓰나’. 60여명의 식사, 점심 식대만 어림잡아도 500여 만원.

죽도어시장에서 이런저런 선물을 산 견학단들은 오후 4시가 넘어 버스에 올랐고 다시 5시간 정도를 달려 고산농협에 도착했다. 저녁 9시다. 장장 14시간에 걸친 선진지 견학이다.

고산농협 선진지 견학팀이 식사 장소로 선택한 경북 포항 죽도시장의 한 횟집. /완주=이경민 기자

◇ 선진지 견학 이후

<더팩트> 취재진은 다음날 고산농협을 찾고, 대표 전화로도 회신을 부탁했다. 고산농협 관계자는 죽도시장 Y식당에서 지출한 식대가 ‘현금 결제’인지 ‘카드 결제’인지 알려주지 않았다. 몇 명이 참여했는지 명단도 주지 않는다. 어디가 선진지인지에 대해서도 말해 주지 않는다. 총 비용이 얼마인지에 대해서도 알 수가 없다.

이번 선진지 견학팀 중 부녀회장들은 조합원이 아닌 사람도 많다는 것이 관계자 설명이다. 하지만 영농회장들은 대부분 조합원일 것이라고 말한다. 조합원은 조합장 투표권을 가지고 있다. <더팩트>는 전북도선거관리위원회에 물었다. 1인당 6만 원이 넘는 식사제공에 대해 어떻게 봐야 하는지. 선거법상 기부행위에 속하지 않는 것인지. 선관위 관계자는 현장에서 선거 발언 즉 지지요청 발언이 없었다면 선거법상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것이다. 국 조합장은 일정 내내 공개적으로는 선거 관련 발언은 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다수에게 확인했다. 개인적인 대화 발언은 확인할 수 없는 사안. 일부 조합원들이 문제를 제기한다. 조합법상 1인당 식사비 규정(교육과 견학 시)이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 2만 원 정도라 말하는데 <더팩트>는 이를 확인할 수 없었다.

고산농협 선진지 견학팀이 경남 포항 호미곶에서 기념촬영을 한 뒤 죽도시장의 한 횟집에서 1인당 6만 원(술 별도) 상당의 식사를 마친 후 완주로 복귀했다. /완주=이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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