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에서 일 잘해 중앙부처 발탁 박향 정책관, 모바일 상황실 대화로 ‘곤혹’


'이태원 압사사건에서 압사 빼라' 카톡 요청…"코로나 대책으로 인정받은 분, 중앙부처 가서 결국 이렇게 되는 구나“ 탄식

박향 공공보건 정책관과 서울 재난 관계자가 이태원 참사 다음 날 나눈 모바일 상황실 카톡 대화./ 페이스북 캡처

[더팩트ㅣ광주=박호재 기자]광주 광역시 코로나 확산방지 대책에 기여한 공로로 승승장구한 박향 보건복지부 공공보건 정책관이 곤혹스런 처지에 빠졌다.

박 정책관은 지난 해 6월 광주시 정기인사에서 개청 이래 첫 여성 이사관으로 승진해 눈길을 모았었다. 코로나19 선제적 검사와 신속한 역학조사로 감염병 대응체계 구축, 확산 방지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2급으로 승진한 것이다.

의과대학을 졸업한 의학박사로 지난 1992년 의무사무관 특채로 공직에 입문한 남다른 경력이 코로나 팬데믹 국면에서 광주시 감염병 전담 기구인 보건복지국장 보임으로 이어지면서 빛을 발한 셈이다.

이후 박향 국장은 이 공로를 토대로 질병관리청에 발탁된 후 지금의 보건복지부 정책관 보임에 이르렀다. 광주시에서 국장을 하던 박향 정책관이 일약 질병관리청 방역총괄반장에 임명될 당시 많은 시민들의 응원을 받으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KBS가 7일 ‘10.29 이태원 참사’ 발생 다음 날 윤석열 대통령 주재 회의가 끝나고 ‘압사’라는 단어를 빼라는 지시가 관계부처에 내려왔다고 보도하면서 박향 정책관이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박향 정책관과 서울시 재난인력 관계자가 모바일 상황실 카톡을 통해 나눈 대화(KBS 보도 관련 이미지 캡처)가 SNS에 유포됐기 때문이다.

모바일 상황실 대화방에서 박향 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오늘 대통령주재 회의 결과 이태원 압사 사건을 ‘압사’ 제외하고 이태원 사고로 요청 드려요"라고 말했고, 이에 서울 재난인력 관계자는 "이태원 사고로 변경 하겠습니다"로 답하자 박 정책관은 "감사해요"라고 답례까지 남겼다.

사고 수습과 희생자 지원에 당장 나서야 할 때, 정부 관계자들이 참사 파장을 축소부터 하려했다는 비난의 메시지들이 SNS에 나돌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광주시에서 인정받은 공직자가 이런 일에 휩쓸린 것에 대한 시민들의 실망의 글도 눈에 띄었다.

아이디 ‘Inza Valéry Lim’은 "이게 뭘까...광주광역시 공무원으로 문화체육관광실 실장이었다가 일 잘한다고 코로나19 관련 지휘했던 분인데..중앙부처에 가서 결국 이렇게 되는 것이구나.....이래선 안되는데 우리는 도대체 무엇을 배우고 성찰해 왔던 것일까."라고 안타까운 마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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