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청주=이주현 기자] "이 정도 내린 눈으로 청주지역 도로망이 마비되는 게 말이 됩니까? 청주시 도대체 뭐합니까?"
"오늘 한 시간 지각했습니다. 평소 10분이면 도착할 거리를 말이죠."
충북 청주시에 6일 오전 안일한 제설작업 탓에 시민들의 불만이 터져나왔다.
청주지역 주요 도로에 내린 눈으로 크고 작은 접촉사고가 발생하는가 하면 거북이 운전까지 겹쳐 차들이 뒤엉키는 등 극심한 교통 정체가 빚어졌다.
◇1cm 안팎 내린 눈에 곳곳 추돌사고
6일 청주기상지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20분쯤부터 청주지역에 눈이 내렸다. 현재까지 적설량은 청주 상당 1.6cm, 청주 금천 0.5cm 등이다.
적은 적설량이지만 청주시가 제때 제설작업을 하지 않아 시민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청주시는 눈이 내리기 시작한 지 1시간 30여 분이 지나서야 제설 작업에 들어갔다.
흥덕구청은 오전 8시, 상당‧청원‧서원구청은 오전 8시 30분이 넘어서야 제설 차량을 현장에 투입했다. 제설차에 소금을 싣는 민간업체 상차 장비가 늦은 탓으로 전해졌다.
이런 이유로 뒤늦은 제설 작업이 이뤄졌고 영하권 날씨가 겹치면서 도로는 빙판길이 돼버렸다.
이 때문에 청주지역 주요 도로에는 크고 작은 접촉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충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30분부터 오전 9시 30분까지 청주에서 9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5명이 부상했다.
오전 6시 53분쯤 흥덕구 옥산면 경부고속도로 청주휴게소 3.3km 지점에서 3중 추돌 사고가 났다. 오전 6시 55분엔 서원구 사직동의 한 도로에서 1톤 화물차가 단독사고를 내 교통 정체를 빚었다.
오전 7시 30분엔 흥덕구 신성동 중부고속도로 서청주IC부근에서 3중 추돌이 발생했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극심한 교통 정체가 있었다. 같은 시간 흥덕구 평동에선 4중 추돌 사고가 났다.
오전 7시 35분쯤 흥덕구 원평교차로 부근에서는 승용차 간 추돌이 있었고, 오전 8시 2분엔 청원구 오창읍 양청리 도로에서 승용차 간 사고가 발생했다. 오전 8시 55분엔 청원구 내수읍 은곡리 도로에서 차량이 미끄러지는 사고가 났다.
오전 9시 2분에는 상당구 용암동의 도로에서 승용차 간 교통사고가 나 운전자 1명이 다쳤다. 1분 뒤에는 흥덕구 강내면 궁현리 도로에서 차량 단독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운전자가 허리통증을 호소했다.
◇안일한 청주시 대처에 시민 불만 폭발
청주지역 커뮤니티에서도 청주시에 대한 불만이 쏟아졌다.
한 시민은 "골목길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큰 도로는 왜 제설작업을 안 했느냐"며 "이 정도 눈에 정상 출근을 하지 못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또 다른 시민은 "청주 성화동에서 충북도청까지 1시간 30분이나 걸렸다"며 "거북이 운전 차량과 교통사고 차량이 뒤엉키면서 도로가 마비됐고, 옆 뒤로 빵빵거리는데 화가 많이 났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청주시청 홈페이지에는 시의 늑장 제설을 지적하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충북경찰도 분통이 터지기는 마찬가지였다. 경찰은 가용할 수 있는 경력을 총동원해 비상 제설 작업에 들어갔다. 주요 사거리 등에 모래를 뿌리는가 하면 주요 교통단속 카메라 운행을 중단시켜 도로 상황을 진정시켰다.
청주시는 현재 제철차 20여 대를 투입해 제설 작업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도로 곳곳에 차들이 뒤엉켜 있고 눈이 계속 내리고 있어 제설 작업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시민단체도 청주시 늑장행정 비판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청주시의 늑장 행정이 출근대란을 야기했다고 비판했다.
충북참여연대는 "밤사이 청주시에 눈이 내렸고, 당연히 제설 작업이 돼 있을 줄 알았던 시민들은 출근길 적잖이 당황했다"며 "청주시의 늑장 대응으로 청주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갑작스러운 폭설도 아니고, 겨울철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날씨였다"며 "시민의 출근길 교통안전을 위해 선제 대응을 해야 했음에도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생과 관련한 행정은 민감도와 대응력을 높여야 한다"며 "오늘을 교훈으로 청주시가 안전불감증을 버리고 시민 불편과 안전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