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대구·의성=이민·김채은 기자] 영화 ‘암수살인’의 실사판이라 불리는 한 50대 무기수가 교도소 수감 중 자백을 하며 세상에 알려진 서울 미아동 여성 2명 살인미수 사건 항소심에서 법원이 1심과 같은 ‘증거 불충분’의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대구고법 형사2부(양영희 부장판사)는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A씨(56)에 대한 항소심에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 판결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고 16일 밝혔다.
A씨는 18년 전인 2004년 서울 ‘부녀자 살인’,‘전당포 연쇄 살인’으로 두 번의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교도소에서 복역하던 중 지난 2012년 자신을 수사한 경찰에게 추가 범행 2건에 대해 양심고백을 하면서 경찰이 찾아내지 못했던 범행의 전모가 드러났다.
그는 2004년 범행 후 사흘 뒤 서울시 미아동 여성 2명을 흉기로 무참히 살해하려 한 일이 있다며, 2004년 8월 19일 새벽 서울 강북구 미아동에서 귀가하던 20세 여성을 흉기로 6차례 찔러 중상을 입히고, 인근 주택 골목에서 18세 여성을 18차례 찔러 살해하려 했다고 자백했다.
검찰은 미아동 살인미수에 대해 공소시효 만료 5일을 앞둔 2019년 8월 14일 A씨를 기소해 3년 동안 재판을 이어오다 지난해 11월 열린 1심 결심 공판에서 A씨의 자백과 목격자 진술을 토대로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사건 당시 목격자 조모씨가 진술한 가로등 불빛에 비친 범인의 인상착의와 A씨와 함께 복역한 2명의 진술 등을 종합하면 160~170㎝의 키와 당시 나이, 인상착의가 A씨와 일정 부분 일치한다"고 했다.
이어서 "당시 수사경찰이 무기수인 A씨에게 장기간 수감생활을 위한 금품 5000만원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자백을 유도한 점, 이후 경찰이 금품을 3000만원을 제공하겠다고 번복하자 진술을 바꾼 점, 또 경찰이 약속한 금품을 제공하지 않자 무죄를 주장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목격자 등이 진술한 범인의 인상착의가 A씨라고 판단할 근거가 없다"며 "장기간 수감 생활에 필요한 금품을 마련하기 위한 진술이라는 점에서 신빙성이 없고, 자백의 객관적 합리성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후 검찰은 사실오인을 이유로 항소했다.
2심 재판부는 "제출된 증거를 종합해 보면 A씨가 수사기관에서 한 자백 지술에 구체성 등에 비춰 피해자를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쳤을 지 모른다는 의심이 들기는 하나 제출된 증거들만으로 각 송소사실이 하비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설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A씨는 주로 공범과 강도 범행을 해왔고, 전당포 살인 사건의 경우에도 재물을 탈취하는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벌어진 살인인 점, A씨가 과연 소위 ‘묻지마 살인’에 해당하는 사건의 범인이 맞는지 의심스럽다"며 무죄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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