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안동=이민 기자] "농산물 수확철에 들끓는 농산물 절도로 시름하는 농민들을 보면서 경찰은 근무시간 파출소 마당에 마련된 ‘주차장 농장’서 배추 수확에 열을 올리네요."
'이태원 참사'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경찰이 근무 시간 중 파출소 공터에 농사를 지으며 관할 농민들의 마음을 멍들게 하고 있다. 최근 피땀흘려 농사지은 배추를 하루아침에 도둑맞은 한 농민은 이른바 파출소 ‘주차장 농장’을 가리키며 근무시간 중 농사를 짓는 경찰을 향해 이처럼 볼멘소리를 내뱉었다.
11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경북 안동경찰서 관할 파출소와 치안센터 여러 곳에서 근무시간 주차장에 마련된 농지에서 경작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게다가 경찰은 국유지인 공공시설 주차장에 무단경작 중인 이 ‘주차장 농장’을 가리기 위해 파출소 담장에 ‘농산물 절도 경찰과 주민이 지켜보고 있습니다’라는 캠페인 현수막을 설치해 농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농산물 가격 등락에 시름하는 농민들의 마음을 헤아리기는커녕 직접 농사를 지어 '자급자족'하는 모습이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꼴로 비치기 때문이다.
경북 안동서 관할의 경찰이 파출소와 치안센터 등에서 경작하고 있는 농작물은 배추, 상추, 열무, 고구마, 고추, 파 등 종류도 다양하다. 또 재배면적도 예안파출소 80여 평, 도산파출소 120여 평, 남후치안센터 160여 평 등 면적도 다양하게 나타났다.
특히 일부 파출소에서는 농사용 전신주까지 설치해 경작 중이고, 근무시간 제복을 입고 방검복까지 착용한 상태로 경작에 나선 모습도 포착됐다.
이를 두고 지역의 한 농민은 "지난해 농산물 절도를 당했지만, 아직 범인이 잡히지 않았다"면서 "범인을 잡기 위해 모든 직원이 총출동하는 모습을 보여도 시원치않을 판에 농사를 짓고 있는 게 말이 되냐. 농산물 절도 캠페인 현수막으로 담장을 가리고 배추 수확에 나선 경찰을 보니 울화가 치민다"고 개탄했다.
지역민 A(49·여·도산면)씨는 "파출소장이 올해 고추와 배추농사가 잘됐다며 가끔 나눠주기도 한다"며 "경찰인지 농부인지 구별이 안될 때도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 관계자는 "지역별로 파출소나 치안센터 등에서 텃밭을 가꾸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규모가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며 "상황파악 후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파출소 주차장은 국유지로 현행법상 국유지 경작은 점용허가 받아서 매년 점용료 납부해야 가능하다. 특히 파출소 부지는 지목이 대지로 공공건물부지라서 경작을 할수가 없다. 아울러 경찰이 근무시간중에 경작하는 것 또한 경찰 복무규정 위반이다.
경북경찰의 최근 3년간 농산물 절도 범죄 현황은 2019년 40건 발생에 21건 검거, 2020년 68건 발생에 28건 검거, 2021년 49건 발생에 23건 검거로 연간 농산물 절도 검거율 50%에도 못 미치고 있다.
앞서 지난 2일 울릉경찰서장은 북한 미사일 발사의 혼란 속에 조기 퇴근 후 '상추 수확'을 해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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