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전주 선미촌 변신?…밤에는 “불 꺼진 동네였다”


어두컴컴해지자 버리고 간 애완용 강아지 천지
주민들, 낮에는 사람 있지만 밤에 못 돌아다녀
전주 성매매 집결지, 60년 만에 ‘홍등’을 끄다

전주 선미촌 일대가 밤이면 어둡고, 사람들이 없는 동네가 되었다. 사진을 찍기 위해 차량 라이트를 이용했다. 사진=김도우 기자

[더팩트 | 전주= 김도우 기자] 성매매 집결지 폐쇄는 아주 오랜 싸움이다.

공창제(公娼制)는 일제강점기부터 시작된 잔재면서 법 앞에서도 무력화되지 않았던 우리 사회의 허물이다.

전북 최대 성매매 집결지 선미촌은 60여년 운영되어오다 작년 모두 사라졌다.

많은 사람들이 노력했고, 지금은 예술촌으로 변했다며 언론에 많이 홍보된 곳이기도 하다.

지금, 선미촌은 어떨까. <더팩트>는 29일 선미촌을 찾았다. 이날 8시에 찾아간 선미촌은 그냥 불 꺼진 동네였다.

동네를 밝히는 가로등이 있지만, 시원치 않았다. 60년 만에 홍등은 사라졌고, 사람도 같이 사라졌다.

해가 들어가자 죽은 동네가 되었다.

상당기간 많은 예산이 투입되었지만, 단체장이 바뀌면서 예산은 이제 기대하기 힘들어졌다. 또 성매매 지역 전담부서인 전주시 ‘서노송예술촌팀’은 최근 조직개편으로 ‘도시정비관리팀’으로 통폐합 되었다.

전북 최대 성매매집결지 선미촌 곳곳은 이렇게 문이 열려있다. 사진=김도우 기자

선미촌 인근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정모(57)씨는 "저녁에는 사람이 없는 완전 죽은 동네가 됐다"며 "해 떨어지면 깜깜해서 아무도 안 돌아 다닌다"고 했다.

그는 "여기저기 언론에서만 많이 나오고 실제 거주민들에게 돌아온 혜택이나 장점은 하나도 없다"는 볼멘소리다.

그러면서 "영등포 집장촌 등 다른 곳은 재개발 등 이곳 사람들과 상생 방안을 마련했는데, 전주는 무작정 없애고 보자는 식이라 지금 남아 있는 주민은 갈곳 없는 사람들"이라며 한숨을 내셨다.

또 다른 상인 김모(65)씨는 "다른 지역 사람들은 여기가 엄청 변화 되고 한옥마을 인근에 있어 새로운 마을이 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선미촌 빈집만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박모(48)씨는 "성매매 업소 사람들과 주변인들로 인해 먹고 살았는데 지금은 모든 가게들도 사람이 없어 개점 휴업상태"라고 전했다.

박씨는 "선미촌 아가씨들이 버리고 간 물품들이나, 애완용 강아지들만 돌아다니는 마을이 됐다"고 하소연했다.

선미촌 사람들이 버리고 간 애완용 개들만 남아 있다. 사진은 개밥이 놓여 있는 곳. 사진=김도우 기자

◆성매매 집결지는 사라졌지만, 밤은 아직도 무법

이날 저녁 선미촌은 사람이 없었다. 차량 한 두대 정도 오가는 게 전부다. 차량 한 두대 정도 오가는 게 전부다.

가게마다 유리문에는 ‘임대’ ‘매매’라고 적힌 종이가 붙어 있거나 누군가 파란색 페인트로 '철거'라고 큼지막하게 칠해 놨다.

유리문에 ‘폐업’이라고 적힌 가게 안은 쓰레기만 나뒹굴었다. 쓰레기는 오래된 채 방치되어 있어, 위생에도 문제로 보였다.

개방된 문으로는 버려진 애완용 개만 왔다 갔다 한다. 떼지어 다니는 개들은 사람이 인기척을 내자 짖기 시작했다.

30일 전주시에 따르면 선미촌 성매매 업소는 지난해 모두 문을 닫았다.

2000년대 초반 성매매 업소 85곳이 불야성을 이루던 '홍등가(紅燈街)'가 사실상 없어진 것이다.

성매매 업소 종사자도 2014년 말 88명에서 지난해 기준 모두 떠났다.

문이 열러 있는 선미촌. 사진=김도우 기자

◆시청 반대편 성매매 업소는 이제 없다

1950년대 옛 전주역 주변에 형성된 선미촌은 2004년 성매매방지특별법이 시행되면서 규모가 줄었지만, 지난해까지 일부가 영업 중이었다.

선미촌은 왕복 6차선인 기린대로를 사이에 두고 전주시청 맞은편에 자리 잡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전까지 해마다 1000만 명이 찾던 전주 한옥마을과는 불과 10분 거리에 있다.

대규모 사창가가 도심 한복판에 있다 보니 "전주 한옥마을과 맞지 않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전주시는 지난 2014년부터 선미촌 일대(2만2760㎡)를 문화·예술인이 창작 활동을 하고 시민들이 자유롭게 드나드는 공간으로 바꾸는 문화재생 사업을 추진했다. 이른바 ‘서노송예술촌 프로젝트’다.

당시 김승수 전주시장은 "부끄러웠던 과거는 이제 문화예술과 여성 인권이 살아 숨쉬는 역사의 현장으로 활용할 것이다"고 했다.

선미촌 곳곳이 문이 열려있고 쓰레기들이 곳곳에 방치되어 있다. 사진=김도우 기자

◆전주시 83억 들여 성매매 업소 사들여

2014년 2월 ‘전주선미촌정비민관협의회’를 발족했다.

이후 전주시는 국토부 예산을 확보하여 ‘서노송예술촌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전주시의회는 성매매여성자활지원조례를 제정했다. 여성단체는 선미촌 걷기와 문화행사를 추진했다.

또 전주시는 2017부터 지난해까지 국·시비 등 83억 원을 들여 빈집과 성매매 업소를 사들였다.

성매매 업소였던 건물 9개 매입해 리모델링 또는 신축했다.

성평등전주, 새활용센터 다시봄, 놀라운예술터, 뜻밖의미술관, 물결서사, 새로돌봄센터 등이 이곳에 있다.

선미촌 인근에서 50년 넘게 살앗다는 김정현씨(72)는 "성매매 집결지 ‘선미촌’은 사라졌지만, 이후 도시재생에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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