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완주=이경민 기자] 전북 완주군이 준공한 우레탄 패널(샌드위치 판넬)을 사용한 평당 820만 원 조립식 건물(총 3억5000만 원)의 설계비도 일반 단가의 10배에 이르는 것으로 <더팩트> 취재 결과 확인됐다.
25일 <더팩트>가 완주군으로부터 확인한 ‘고산주민자치 다목적 학습관’(이하 고산 학습관)건축 설계비는 총 6171만8000 원이다. 완주군이 투입한 고산 학습관 △1차 설계비는(2020년 6월) 2020만 원 △2차 설계비(2022년 2월) 2041만 원, 3차 설계비(2022년 5월 설계변경) 2110만8000 원 등이다.
40평으로 준공된 고산 학습관 1차 설계비를 평당으로 환산하면 50만5000 원이다. 2~3차분의 설계비도 전체 예산을 보면 평당 40여만 원이 책정된 것으로 여겨진다. 이들 모두 일반 시중 단가보다 10배 이상 많은 가격이다.
이 같은 설계비 편성은 <더팩트>가 전북도건축사회 회원들에게 자문 받은 액수의 평균 10배에 이른다. 전북건축사회 한 간부는 "조립식 판넬 건물 설계비는 평균적으로 평당 4~5만 원 선이다. 관급으로 최대 반영한다고 해도 평당 7만 원선을 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통상 40평 조립식 건축물 설계비는 총 160만원~최대 300만 원선이라는 얘기다.
고산 학습관은 당초 주민 에어로빅장으로 설계 됐으며, 40평(135㎡) 조립식 판넬 건물로 평당 건축 단가가 820여만 원에 이르는 예산 3억5000만 원이 집행된 곳이다. <더팩트 10월 14일 자 보도>
이런 상황에서 완주군(의회)은 40평 조립식 건물 1층 옥상에 추가로 100평(351㎡)을 증축한다며 예산 8억 원을 세웠고, 설계비도 지난 5월 13일에 추가로 4149만8000 원을 계약(수의)했다. <더팩트 10월 20일 보도>
문제는 이 건물의 설계가 700여 건의 건축 인허가에 개입 의혹을 받는 정치 브로커가 비공식 적으로 근무했다는 의심이 제기된 회사에 수의계약으로 맡겨졌다는 대목이다.완주군청 내부 자료에 따르면 A 씨는 지난 5년간 완주지역 건축 및 축사 사업의 인허가 수백 건을 처리했다.
전북건축사 협회 한 간부는 "특별한 토목공사 없이 설계비가 평당 50만 원에 달하는 것은 사기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특히 관급공사의 경우 건축설계비는 총 건축비의 4.5~5%로 규정된 법적 계약 기준을 넘어 선 것으로 특수 설계가 반영되지 않았다면 사실상 불법성이 의심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또 다른 전북도 중견 건축사는 "최고급인 현대아이파크나 전북혁신도시의 데시앙 아파트 등의 실제 건축비는 400만 원(평), 설계비는 10만 원(평) 이하"라며 "조립식 건물 설계비가 평당 50만 원이 넘으면 그 자체가 사기"라고 규정했다.
이 점에 대해서 이 사업을 실질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서남용 완주군의회 의장은 "주민 복지를 생각했을 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완주군 관계자는 "정상적인 설계비 산정에 의해 진행한 것"이라고 해명하면서, 설계 회사를 처음에 입찰로 선정했다고 했다가 나중에 수의계약으로 진행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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