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안동=오주섭기자] 이철우 경북지사가 생각하는 ‘경북이 주도하는 지방시대’의 핵심은 무엇인지,지방의 현실에서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지 집권 2기를 맞는 경제, 문화, 교육, 농업 등 도정 전반에 대해서도 견해를 들었다. 이 지사 인터뷰를 두 차례에 걸쳐 보도한다. <편집자주>
<더팩트>가 창간 20주년을 맞아 기획 특집 지방 소멸위기 심각성을 일깨우고 지방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철우 경북지사를 만났다.
- 복지 정책에 대해 견해를 말해달라. 지난 문 정부 당시 포퓰리즘 논란이 많았던 현금 위주 복지정책에서 탈피해 지방정부 주도의 수요자 맞춤형 복지설계사(행복설계사)와 일자리 창출은.
-가족구조가 빠르게 변화하고 주민의 욕구가 다양화되면서 복지대상자가 계속해서 증가되고 있고, 주민의 복지 체감도 저하와 새롭게 나타나는 복지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경북은 가장 넓은 면적을 가지고 고령인구 비율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20.7%이다. 노인·장애인 등 취약계층이 스스로 복지서비스를 일일이 신청하고 확인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수요자가 원하는 복지를 필요한 곳에서 적시에 충분히 누릴 수 있는 복지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경북도는 ‘내가 중심이 되는 복지’를 구현키 위해 전국 최초로 복지설계사(행복설계사)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취약계층에게 맞춤형으로 복지를 설계해 주는 복지설계사인 행복설계사를 330개 읍면동에 배치하여 복지서비스 정보를 제공하고, 어려운 복지서류 작업까지 대행하는 등 취약계층의 복지변호사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여 맞춤 복지를 구현하려한다.
행복설계사는 고용노동부 신중년 경력형 일자리 공모 사업과 연계하여 2023년에는 시범 추진하고 2024년에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아울러 복지설계사(행복설계사)는 날로 증가되고 있는 신중년 세대(50~70세)를 고용, 복지분야 일자리 창출로 선순환의 복지경북을 구축할 예정이다.
- 농촌에 일할 젊은 층이 없다. 디지털 기술로 농림어업 혁신, 기업형 모델 도입 방안은.
-지난해 통계청 결과에 따르면, 도내 농가인구는 34만8000명으로 전년도에 비해 3천명이 감소했다. 농가 고령화도 전국 농가인구 중 65세 이상이 46.8%를 차지했고 경북은 50.3%로 전남(53.1%), 충남(52.5%) 다음으로 높다.
고령화 인구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농촌에 일할 젊은층이 없다는 얘기다. 이러한 추세라면, 10년 내에 급격한 농촌의 붕괴를 불러올 수도 있다. 기존 방식의 지원정책만으로는 어려운 농촌을 살리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보다 획기적이고 과감한 정책을 추진해야 할 시기다.
‘하다 안 되면 농사나 짓지’는 이제 옛말이다. 디지털․스마트 농업을 통해 쉽게 농사지으면서도 도시 직장인보다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청년들이 기꺼이 농업에 뛰어들 것이다.
무엇보다 디지털 농업은 데이터, 기계 첨단화와 인력양성이 같이 이루어져야 한다. 경상북도는 이미 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 안동 사과 스마트농업단지, 지역특화형 임대 팜을 통해 미리 준비를 하고 있다.
과거 땀과 정성으로 가능했던 억대농이 있었다면, 이제는 디지털 첨단화를 통해 수십에서 수백억대농이 가능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본다.
경북도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디지털혁신 농업타운’을 추진하고 있다. 스마트팜 등 첨단농업을 구심점을 삼고 기존 농장들은 농업법인을 통해 공동 영농하는 새로운 모델을 시도해 보고자 한다.
아울러 소득 확대를 위해서 해외수출 판로를 열어야 하는데 물량 확보와 생산성 향상을 위해 농가당 영농 규모화가 필요한 실정이다. 우리나라는 농가당 평균 영농규모가 1.5ha 수준인데 선진국은 30ha가 넘는다. 경자유전(耕者有田) 원칙도 이제는 적용할 수 없을 정도로 농업인의 대다수가 고령층이다. 우리 농업도 기업형 모델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 고 본다.
- 신라 유교문화 등 경북의 풍부한 문화예술 자원을 활용한 낙동강 문화관광르네상스 운동도 내세웠는데 차별화된 방안은.
-낙동강 유역은 명산의 줄기와 계곡이 형성되어 있다. 대부분 훼손되지 않은 자연환경을 보유하고 있고, 천연기념물 총 50종,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 약 221종 등이 서식하고 있다.
특히 낙동강 유역은 신라, 가야, 유교문화로 대표되는 3대 문화권으로 대표되는 민족문화의 근간이 된 곳이다. 고대에는 낙동강 본류와 지류를 따라 도시와 수많은 소국들이 명멸했다. 철기와 토기 생산기술이 혁신적으로 발전하여 독특한 철기 중심 소국문화가 형성된 지역으로 낙동강 유역만의 차별화되고 독특한 문화 콘텐츠로 활용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
무엇보다 경북․경남․대구는 낙동강을 중심으로 동일하거나 유사한 생태․문화․역사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정부의 광역권개발계획의 목적에도 상당히 부합한다. 이에 따라 낙동강 문화관광 르네상스가 윤석열 정부의 지역정책과제로 선정됐다.
우리 도는 역사문화 기반의 풍부한 인문자원과 청정 생태자원을 보유한 낙동강 권역을 활용, 낙동강 역사문화관광 글로컬화를 추진해 ‘지속가능한 에코 스마트 관광 구축’을 할 것이다.
또 경북도는 대규모 광역권 관광개발사업인 3대문화권 사업의 경험과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유휴 관광 자원 업사이클링에 중점을 두고 사업을 추진한다. 대형 관광단지나 시설의 신규 조성보다는 낙동강문화권 내 저이용․방치되고 있는 유휴관광자원의 재해석․재생을 통한 지역 부가가치 창출을 도모할 것이다.
아울러 코로나19 이후 관광산업 트렌드를 반영하고, 대구경북 통합 신공항 건설에 따른 글로컬 시대에 대응하는 D.N.A(Data-Network-Ai) 기반 관광서비스도 구축한다. 새로운 관광 재생모델 개발로 경유형 관광이 아닌 체류형 관광 인프라를 조성하여 수요자 기반의 관광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 민선 8기 28개 산하 공공기관을 19개로 줄이는 구조조정 추진의 목적과 특이할 대목은.
-경북도는 전국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가진 자치단체다. 행정수요가 미치지 못하는 도민의 다양한 욕구에 부응하기 위해 울진, 포항, 구미, 영천, 안동 등 도내 각지에 지방공기업과 보조단체를 포함하여 28개 공공기관을 설립․운영해 오고 있다.
시대는 급변하고 있지만 일부 공공기관 조직은 그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정체되어 있었다. 그동안 공공기관의 방만한 경영에 대한 질타, 공공성․효율성․투명성에 대한 지속적인 요구가 있었는데도 도민이 체감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있었다. 언론 및 의회 등을 통해 기능 중복 지적과 통폐합 요구도 늘 있었다.
민선8기 공공기관 구조개혁은 급변하는 사회에서 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공공기관의 기능과 조직 전반을 좀 더 효율적으로 개편하는 것을 주요 목적으로 한다. 방향은 유사 분야별 기관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데 맞춰져 있다.
사업 측면에서 유사 기관들이 제각각 추진하던 단편적인 사업들의 체계적인 연계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조직적으로는 기획, 행정지원 등 각 기관에 중복 설치되어 있는 조직이 하나로 통합되면서 지출을 줄이고 조직의 효율화가 가능해질 것이다. 이렇게 절감한 예산은 업무를 적극적으로 수행하는 조직에 지원할 계획이다.
따라서 경북도는 공공서비스에 대한 도민의 높아진 수요와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공공기관 설립 취지를 되돌아보고 변화의 길을 모색하겠다.
- 농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농업대전환 추진 키로 했나.
-농촌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반면,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산업 전반에 확산되고, 다자간 무역협정으로 농산물 개방 폭이 확대되고 있다. 최근 러·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보듯이 식량안보도 우려되는데,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은 20% 정도에 머물러 있다.
갈수록 활력이 떨어지고 있는 우리 농업은 혁명적 전환 없이는 살아남기 힘든 구조가 되었다. 소규모 농업, 생산 공간으로 한정된 기존 관행 위주의 농촌으로는 경쟁력 있는 농업과 지속가능한 농촌을 만드는 데 한계가 있다.
위기는 기회의 다른 표현이라 했다. 분명 농업은 지금 위기이지만 다른 시각에서 보면 기회의 문 앞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열리는 지금이 농업을 첨단산업으로 변모시키고 농촌을 힐링공간으로 만들어야 할 적기이다. 그래서 경상북도는 농업대전환 추진을 서두르고 있다.
경북도는 지난 6월 '농업은 첨단산업으로, 농촌은 힐링공간으로'라는 농정비전을 선포하고, 이를 실천키 위해 8월에는 농업 대전환 추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농업정책, 스마트농업, ICT․메타버스, 기업경영 등 16개 분야 민‧관‧산‧학 전문가 72명으로 구성된 대전환 추진위를 통해 앞으로 정책개발 수준을 넘어 농업정책의 틀을 바꾸어 볼 생각이다.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생산과 유통을 첨단화하고, 돌봄농업, 기업힐링워크, 반려동물 산업 등을 통해 농촌을 힐링공간으로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경지이용률을 높이고 아열대 작물육성 등으로 식량안보와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축분소재 산업화와 스마트축사 보급으로 청정축산 전환을 앞당기겠다.
70년대 녹색혁명과 새마을운동이 한반도의 기나긴 굶주림을 끊어낸 대전환의 사례였다면, 이번 경북 농업대전환은 미래 청년세대에게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을 물려주는 출발점이라고 볼 수 있겠다. 앞으로 농업에서도 중견기업, 대기업이 나오는 풍토를 만들어 농촌에서도 청년들이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시범을 보이겠다.
- 시도지사협의회장 어떤 일과 역할을 하고 싶은가.
협의회장으로 지방의 목소리를 대변할 중요한 역할은 중앙지방협력회의와 지방시대위원회 활동이다.
국회의원 시절 발의했던 ‘중앙지방협력회의’가 올 해 처음 시행되었고 현 정부 출범 후 아직 실시되지 않았다. 대통령이 주재하고 국무총리와 협의회장이 공동부의장이 되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간 협력과 지방자치발전․균형발전 등에 관해 심의하는 중요한 자리인 만큼 시도지사님들과 협치와 연대를 통해 대응하고자 한다.
현재 법상 심의결과에 대한 이행 강제력이 없어 국무회의와 같은 역할은 하지 못하지만, 감시․견제를 통해 이행력을 확보토록 하겠다. 향후 법 개정 등을 통해 중앙지방협력회의가 제2의 국무회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현재 출범 준비 중인 지방시대위원회 또한 자치분권위원회와 균형발전위원회가 통합되는 만큼 지방을 위한 역할을 다하도록 적극 참여하고자 한다.
우선 지방을 위한 분권 및 균형 정책들이 개발되고 실행될 수 있도록 중앙부처 및 지방전문가 위원 수를 확대하도록 하겠다. 더 나아가 위원회는 단순 자문기관이 아닌 부처의 조율과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는 부총리급 중앙행정기관이 되어야 한다. 지방시대위원회가 지방을 위해 일하는 부처의 역할을 하도록 열심히 활동하겠다.
시도협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졌다. 지방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 개발과 의제화도 시도협이 담당해야 한다. 지방을 위한 제도들인 만큼 그 운영을 중앙부처에만 맡겨둬서는 안 된다. 시도협의 정책개발 기능을 강화하고 정책연구에도 집중적인 투자하겠다.
세계적인 기업체의 국내 투자 과정에서도 시도협의 역할이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인허가나 인센티브 등 지방정부와의 협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시도협은 한국지방자치단체국제화재단의 기능을 인수해 미국․일본 등 총 7개국에 해외파견관을 운영하고 있는 만큼 지방세일즈 역할을 확대해 지방외교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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