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42주년을 맞는 5⋅18민주화운동. 광주는 세계적으로 인권의 도시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장애인들에게도 인권의 도시일까? 5⋅18민주화운동 첫 번째 희생자 김경철씨도 청각장애인이었다. 인권도시라는 기치를 내건 광주의 도시공간에 인권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더팩트>가 광주 도시공간의 인권 사각 지대의 현황과 문제점들을 3회에 걸쳐 짚어 본다.<편집자 주>
[더팩트 l 광주=나윤상 기자] 5⋅18 민주화운동 첫 번째 희생자 김경철 씨가 잠들어 있는 국립 5⋅18묘지 안장번호는 1-01이다. 그는 청각장애인이었다. 1980년 5월 19일 아들 돍 잔치 날, 처남을 배웅하고 돌아오면서 직장동료와 식사 중 공수부대원들에게 잡혀 두들겨 맞아 죽었다. 그가 청각장애인이었기에 듣지 못하고 답변을 못한 것이 이유였다. 장애가 그를 죽음으로 몰아간 것이다.
올해로 5⋅18 민주화운동이 42주년을 맞았다. 그 긴 세월동안 광주는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의 인권도시로 알려졌다. 하지만 웬일인지 장애인의 자유로운 일상생활이 활발하게 목격돼야 할 인권도시 광주에 장애인의 모습을 보기가 쉽지 않다. 광주에는 6만 9,819명의 장애인들이 살고 있다. 그렇다면 그들의 일상이 거리에서 잘 눈에 띄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비가 오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첨단의 한 복지단체에서 매주 월요일 중증장애인 15명 여 명과 함께 목회를 하는 지희준 목사는 이렇게 말한다.
“지체장애인, 자폐증, 시각장애인들과 함께 매주 월요일에 목회를 한다. 이들 모두는 장애활동 도우미와 함께한다. 중증 장애인들에게 이동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기에 매주 이들이 무사히 목회에 참석하는 것을 기도한다.”
중증장애인들에게는 활동도우미가 있어 이들의 이동에 도움을 준다. 하지만 활동도우미들도 도움을 못 주는 상황이 있다. 비가 오면 그들에게 이동권이라는 말이 무색해진다.
지 목사는 “비가 오면 목회가 100% 취소된다고 보면 된다.” 면서 “수동휠체어 같은 경우에 도우미가 두 손으로 밀어줘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우산을 쓸 수 없다. 전동휠체어는 그나마 우산을 묶거나 고정시키기도 하는데 그것도 바람이 조금만 세게 불면 무용지물이다.” 목회 날 비가 오지 않기를 기도한다고 했다.
광산구에서 십 년째 신장투석을 받고 있는 C씨는 국민임대주택에서 홀로 살고 있다. 그는 매주 세 번 투석을 받아야 한다.
그는 투석을 위해 병원에서 운용하는 차량을 이용한다. 그 외에 이동에 관한 것은 일반 콜택시를 이용한다고 했다. 그는 “신장환자는 버스 이용하기가 쉽지 않다” 면서 “평소에는 일반 콜택시를 이용한다.” 고 말했다.
<더 팩트> 취재진이 교통약자이동 차량 서비스에 대해서 묻자 그는 “그 서비스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고 말하면서도 “이용시간을 맞출 수가 없다. 어떤 때는 너무 빨리 오고 어떤 때는 너무 늦게 온다.” 고 손사래를 쳤다.
이어 “중요한 것은 내 시간에 맞게 운행되는 차량을 이용하는 것” 이라며 “돈 몇 푼 때문에 굳이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 라고 말하면서도 못내 아쉬움을 드러냈다.
◼︎교통약자이동 차량 실제 대기시간은 2~3시간
광주광역시 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 22년 9월 통계자료를 보면 오전 6시부터 23시까지 평균 대기시간은 31분 28초다. 가장 길었던 대기시간은 금요일로 평균 41분 02초다. 일반인들의 대리운전 대기시간과 비교하면 상당히 긴 시간이지만 이 통계대로만 된다고 해도 장애인들에게는 충분히 기다릴 수 있는 시간이다.
계림동에 살고 있는 중증장애인 B씨는 전동휠체어를 타고 다닌다. 그는 “우리같이 전동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사람에게 장거리 이동수단은 휠체어 전용 차량이 유일하다.” 고 말한다.
그는 “이 시스템이 대리운전과 비슷하다. 콜 신청하고 기다리면 차량이 오는 방식이다. 그런데 그 시간이 보통 2시간 이상 걸린다.” 고 푸념했다.
그는 “교통약자이동 지원센터에서는 대기시간 평균시간을 30분정도라고 한다. 길게 보면 그 통계가 맞을 수 있지만, 문제는 내가 이동하고 싶을 때 이동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고 말했다.
휠체어 전용차량의 시간대와 장소에 따라서 빠른 시간에 오는 차량도 있지만, 본인이 이동하고자 하는 시간대는 다른 사람들도 이동하고 싶은 시간대이기 때문에 통계시간과 실제시간의 차가 존재한다.
교통약자법 제5조 1항에는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대수란 장애인복지법 시행규칙 28조 1항에 따른 보행상의 장애인으로서 같은 규칙 별표 1에 따른 장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인 150명 당 1대를 말한다.’ 라고 되어 있다.
이 법에 따르면 광주시는 휠체어 전용차량 129대가 운용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는 116대만을 운영 중이다.
이나마도 운전기사의 비번과 휴가 등을 고려한다면 50%도 운영되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환승은 꿈도 못꾼다
풍암동 시민 K씨는 지하철 2호선에 불만이 많다. 그는 “광주에서 버스로 이동하지 못하는 곳이 없다. 환승을 하면 원하는 어디든 갈 수 있게 대중교통이 발달되어 있다.” 면서 “왜 엄청난 비용을 들어 지하철 2호선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고 그나마 그 공사 때문에 차량정체가 심해져 불편이 많다.” 라고 푸념했다.
K씨의 말대로 광주도 버스노선이 촘촘하고 안 가는 곳이 없을 정도로 흔한 대중교통수단이다. 원하는 장소로 가기 위해서 한두 번 정도 환승만 하면 목적지에 도착 가능하다.
일반인에게는 택시보다 시간이 좀 걸릴 뿐 경제적 측면을 보면 매우 유용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장애인들에게는 희망고문일 뿐이다.
장애인 B씨는 “휠체어를 타는 사람은 무조건 저상버스를 타야한다. 그나마 운이 좋아 탔다하더라도 환승 또한 어렵다.” 고 말하고 “버스를 기다리다보면 같은 노선 3대 중 1대가 저상버스로 올 때가 있다. 하지만 어떤 노선은 저상버스가 없는 것도 있다.” 고 손사래를 쳤다.
광주에서 저상버스 보급률은 2020년 기준 서울 포함 6대 광역시 중 인천 다음으로 낮다. 또한 저상버스가 노선별로 편중되어 있는 곳이 많다.
◼︎”구조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 VS “대중교통 논리로 접근해야”
정병문 광주교통약자이동센터 원장(이하 이동센터)은 “올해 이동센터 예산이 140억 정도 된다. 광주시에서 지원을 받는데 복권기금이 80%이고 20%가 시비이다.” 라고 말했다.
정 원장은 “140억 예산으로 질 좋은 서비스를 기대하기 힘들다. 예산이 부족하니 운전기사 충원이 힘들다. 이 부분이 본질적 문제다.” 라며 인원충원을 문제점으로 강조했다.
일각에서 광주의 경우 교통약자 이동차량 법정대수가 129대지만 현행 116대만 보유하고 있어 13대가 부족한 것을 본질적 문제라고 꼬집는 것에 대한 대답이다.
이어 “장애인 이동권도 중요하지만 노동권 또한 중요하다. 주 5일제 근무와 비번⋅휴가 등을 제외하면 실제 근무하는 인원은 5-60 명 정도다.” 며 “우선 인력충원이 되어야 한다.” 고 해법을 제시했다.
정 원장은 저상버스 문제에 대해서도 “지금 지체장애인들이 버스를 타지 않는다 라는 점을 먼저 인정해야 한다.” 면서 “그러면 우선 저상버스를 늘리는 정책을 조금 뒤로 미루고 그 예산을 탄력적으로 운용하여 이동약자 운전기사 부분에 줘 인력충원을 해야 한다고 본다.” 고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한마음 장애인 자립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김동효 센터장은 다른 의견을 내놨다.
김 센터장은 “예산문제를 운운하는 것부터가 문제의 본질을 잘 못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라고 항변한 후 “시민들에게 서비스하는 대중교통이 적자가 나면, 돈 없으면 운영 안해야 하는 것이냐?” 고 반문했다.
이어 “만약 대중교통이 1-2시간 기다리게 한다면 그것은 대중교통이 아닐 것” 이라고 말하며 “이동약자 지원법을 만든 이유가 이동권 보장을 시키기 위한 것인데 이를 대중교통적 논리로 봐야 하는데 그렇지 않기 때문에 해법을 찾지 못하는 것” 이라고 꼬집었다.
김 센터장은 장애인을 비롯하여 이동약자를 위한 교통이라면 돈의 논리가 아니라 대중적 서비스 면을 강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저상버스 문제에 대해서도 “저상버스라는 용어는 편파적이라고 본다. 선진국형 버스라고 해야 옳다.” 라면서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었다. 버스를 전부 선진국형 버스로 대체해야 한다. 그러면 자연적으로 문제는 해결될 것” 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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