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청주=이주현 기자] 최근 5년 6개월간 대전지방법원과 청주지방법원에서 열린 ‘나 홀로’ 민사소송 비율이 64%를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경남 통영시‧고성군)이 사법연감을 재구성한 자료를 보면, 지난 2017년부터 올해 6월까지 5년 6개월간 대전지법과 청주지법에서 열린 민사 1심 재판은 각각 21만 6879건, 8만 585건이다.
이 가운데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은 사건 비율은 각각 64.7%, 64.1%다.
나 홀로 민사소송 비율이 80%가 넘는 서울 5개 법원(서울중앙지법, 서울동‧서‧남‧북부지법)을 제외하면 지방에선 광주지법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전국 평균 변호사 미선임 사건 비율은 71.9%다.
이처럼 대전‧청주지법 등의 나 홀로 소송이 많은 이유로 고가의 변호인 선임료 등을 아끼려는 의도가 꼽힌다. 불구속 기소의 경우 징역형 등 중형이 아닌 이상 굳이 변호인을 쓰지 않으려는 경향이 짙다.
법원은 사선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은 구속 피고인에게 직권으로 국선 변호사를 선정해 주는데 불구속 피고인 가운데 상당수가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고 소송을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게다가 인터넷 등을 이용해 소장 사본이나 재판 진행 등의 법적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창구가 많아진 것도 나 홀로 소송이 증가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문제는 구술 변론주의가 중요시되는 재판 진행 시, 법정에서 변론을 할 때 법적 논리에 맞게 상대방의 주장을 반박하지 못하고 언성만 높이는 경우가 비일비재해 나 홀로 소송보단 법조인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더구나 법정 안에서 쓰는 용어들이 어렵고 재판 진행 과정도 특정한 절차를 따르기 때문에 준비 없이 재판에 참석했다가 다음 재판에서 증거자료 부족 등으로 1~2분 만에 재판이 끝나버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상황이 이러자 공정한 재판을 받을 국민 권리 보장을 위해 소송구조 제도와 법률서비스 확충, 기존 제도의 홍보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정점식 의원은 조언했다.
현재 법원엔 소송비용의 부담을 줄여주고 경제적 무력자도 상대방으로부터 제기된 부당 소송을 방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소송구조 제도가 있다. 이 제도는 법원이 당사자의 신청 또는 직권으로 재판에 필요한 인지대, 변호사 보수, 송달료, 증인여비, 기타 재판비용 등의 납입을 유예하거나 면제함으로써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민사소송, 행정소송, 가사소송, 독촉사건, 가압류 및 가처분 신청사건, 개인파산 및 면책, 개인회생 사건 중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이 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이와 관련한 수송 구조 지원 예산은 매년 불용액이 발생하고 있다. 2019년의 경우 총 60억 2200만원 가운데 19억 7000만 원(32%)이 불용됐다. 지난해엔 3억 9900만 원이 불용된 것으로 집계됐다.
정점식 의원은 "법원은 소송구조 활성화를 위한 노력의 결과로 소송구조 인용 건수와 인용률이 매년 증가했다며 자화자찬하고 있지만 여전히 나 홀로 소송이 만연해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보다 적극적인 홍보와 행정을 통해 국민이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제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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