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광주=박호재 기자] 지난 9월초부터 납품단가연동제를 시범운영 중인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가 시범운영 설계를 위해 파악한 대기업 사례에서 ‘부당한 경영간섭 금지 위반’ 의혹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묵인한 정황이 드러났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경만 의원(더불어민주당·비례대표)은 6일 중소벤처기업부 국정감사에서 지난 8월 납품단가연동제 토론회에 참석한 중기부 소속 공무원이 발언한 내용을 공개했다.
발언의 주요내용은 자체적으로 납품단가연동제를 도입한 대기업 사례들을 살펴보니 대기업들은 협력사의 원가와 영업이익까지 꿰뚫고 있기 때문에 원자재값 급등시 협력사가 다 부담하면 유지할 수 없어 연동방식으로 납품단가를 조정한다는 것이다.
김경만 의원은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게 대기업이 협력사의 영업이익까지 알고 있다면 하도급법 제18조제2항의 부당한 경영간섭 금지조항 위반이 의심되는 상황임에도 정부가 해당기업에 시정조치는 커녕, 이를 묵인하고 오히려 기업 간 자율협의에 맡긴 시범운영을 추진한 것은 매우 큰 문제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납품단가연동제는 글로벌 경제위기가 찾아올 때마다 해외 원자재값 급등 피해를 중소기업이 떠안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다.
2008년 금융위기 때에도 중소기업계가 강력하게 요구하고 법안 발의도 이뤄졌지만, 정부가 반대하여 납품단가조정협의제도가 대신 도입되었다. 그러나 거래단절을 우려한 중소기업이 조정 신청을 기피해 제도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코로나19 이후 또다시 해외 원자재값 급등 문제가 불거지자 중소기업계는 이번에는 반드시 납품단가연동제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납품단가연동제 법안은 국회에 다수 발의가 되어 있으며, 민생법안 우선처리를 위해 구성한 국회 민생경제안정특별위원회 안건으로 상정되어 있다. 또한, 여야 모두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켜야 할 민생과제로 납품단가연동제 법제화를 선정했다.
그러나 정부의 움직임은 미온적이다. 지난 8월 29일 민생경제안정특위 전체회의에서 정부는 납품단가연동제 법제화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납품단가연동제 시범운영 성과점검을 한 뒤에 법제화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시범운영과 병행해 법제화를 추진하겠다고는 밝혔으나 현재까지 의원발의 법안에 대한 검토나 정부안 조차 제시하지 않고 있으며, 시범운영 성과점검 계획도 마련하지 않았다.
김경만 의원은 "치솟는 물가와 3고(高) 현상으로 고통받는 중소기업계가 바라는 숙원과제를 해결하고 거래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여야 할 것 없이 납품단가연동제 법제화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정부가 법안에 대한 검토의견 조차 보이콧 하면서 법제화를 지연시키고 있다"라며 "정부는 중소기업계가 수차례 요구한 연동제 법적 의무화는 외면하고, 조정협의제도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자율협의 연동제를 하라며 떠넘기고 있다. 지금이라도 법제화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납품단가연동제 관련 법안은 상생법 개정안과 하도급법 개정이며, 지난해 11월부터 지금까지 더불어민주당 김경만의원, 정태호의원, 이성만의원, 진선미의원, 우원식의원과 국민의힘 한무경의원, 김정재의원, 박수영의원 등 총 8명의 의원이 관련법 개정안을 각각 대표발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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